본문 바로가기
  • sheshe.tistory.com

책 이야기/철학, 심리85

그람시 ‧ 문화 ‧ 인류학 - 케이트 크리언 읽느라 힘들었다. 어렵고 딱딱하다. 그러나 인류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눈여겨볼만한 책. 저자는 인류학에서 사용되는 문화의 개념이 어떤 식으로 형성, 발전했는지를 역사적으로 고찰하면서 그람시가 사용한 문화의 개념과 인류학자들이 갖고 있는 문화의 개념이 얼마나 다른지를 상세하게 설명한다. 인류학의 주제가 무엇이든, 최근까지 역동적 근대성에 주목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사회학은 근대성의 이해를, 인류학은 그 근대성 바깥에 존재하는 세계를 해명하는 몫을 떠맡았다. 인류학자들은 언젠가는 완전히 붕괴될 관계를 충실히 기록하거나 그것이 진보의 행진에 저항하는 과정을 묘사했다. 그람시에게 문화는 체계가 아니며, 안정적이지도, 경계가 뚜렷하지도 않다. 그는 문화를 어떤 식으로든지 계급이 살아서 꿈틀대는 방식으로 .. 2006. 5. 24.
필로시네마 혹은 영화의 친구들 - 이진경 재미있다. 영화평론가들의 글보다 훨씬 더!!! 저자가 말했듯 이 책은 철학과 영화의 사이에서 영화를 읽는다. 그래서 이 책의 영화 읽기는 영화라는 텍스트를 매개로 한 우리들의 삶읽기가 된다. 와호장룡, 동사서독, 풀몬티, 길버트 그레이프 등을 매우 인상적으로 읽었고 토탈리콜, 블레이드 러너, 벽, 카프카 등 은 내가 보지 못한 영화여서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필로소포스, 지혜에 대한 사랑. 철학의 어원이다. 필로시네마, 영화에 대한 사랑이라는 신조어를 제시한 저자는 이 책이 탈주를 기도하는 영화에 대한 사랑을 뜻한다고, 이 책을 철학이나 영화에 대한 책이 아니라 탈주에 대한 책으로 읽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책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우리들의 삶을 '긴장'시키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 2006. 5. 14.
철학의 외부 - 이진경 이 책은 외부를 통해 그리고 외부에 의해 사유하고자 하는 시도를 담고 있다. 하나의 사상은 자신이 담을 수 없는 ‘외부’를 가진다. 저자는 사회주의 붕괴라는 ‘사건’을 통해서 모든 것을 설명하는 듯 보였던 맑스주의가 결코 담을 수 없는 ‘외부’를 느꼈다고 한다. 동시에 어떤 사상이건 자신의 외부를 자신 안에 담으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그런 의미에서 외부는 모든 사상과 철학의 내적 조건이다. 저자는 맑스주의를 ‘외부’의 사유로 본다. 오늘날 다시 맑스를 신뢰할 수 있는 이유로서 그는 유물론이 자본주의라는 조건하에서만 인간과 삶과 노동을 사유할 수 있다는 사태를 잘 설명해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푸코와 들뢰즈의 사유가 바로 외부를 사유하려는 노력임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사건’이라는 개념을.. 2006. 5. 1.
들뢰즈와 문학-기계 | 고미숙 ㅡ 문학성은 다른 삶을 생성할 수 있는 능력 들뢰즈와 문학이 만나 만들어낸 유쾌한 변이. 철학과 문학의 '사이'에 선 비평서. 보르헤스, 울프, 스위프트 등의 작품들이 들뢰즈의 개념으로 재창조되어 새로운 기계로 우리와 접속한다. 1부 이진경의 글. 들뢰즈의 문학-기계 이론을 친절하게 설명한다. 낯설고 신선한 개념이다. 적극적인 의미에서 문학을 한다는 것은 다른 삶을 사는 것이고, 작품은 욕망과 그 욕망이 방향지워지는 삶이 출현하는 장소로서, 언제나 외부의 요소들, 독자, 환경, 다른 책과 접속하여 작동하는 삶의 특정한 배치 안에서 작동하는 기계다. 문학성은 문학-기계의 능력으로 다른 종류의 삶을 생성할 수 있는 능력이다. 다양한 배치 안에서 접속하여 작동할 수 있는, 기계의 변환가능한 폭을 말한다. 따라서 모든 적극적인 문학은 정치적이다. 서로 다.. 2006. 4. 19.
힘 - 틱낫한 예전에 이런 종류의 책을 시시하게 여긴 것을 반성했다. 삶은 체험으로만 이해된다. 마음을 오롯이 현재에 머물게 하라는 것, 흔히 듣는 말이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 지난 겨울, 만 여드레 동안의 침묵 피정이 없었다면 이번에도 나는 이 책의 언어들을 그냥 흘려보내고 말았을 것이다. 책을 읽으며 벌써 희미해져가고 있던 그 때의 체험을 반추하게 된다. '지금, 이 자리에서 행복하기'를 난 벌써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이 책은 '빛나는 사유'의 기록이 아니라 '빛나는 삶'의 기록이다. 삶의 언어는 단순하기 마련. 그리고 진정으로 빛나는 삶은 심플하고 소박하다. 매 순간을 온마음으로 살고, 열린 가슴으로 세상을 받아들이며, 사랑하는 이 곁에 있어주는 것. 헤아릴 수 없는 복잡함을 통과한 사람은 맑고 깨끗하게 웃.. 2006. 3. 3.
존재의 기술 | 에리히 프롬 에리히 프롬의 사후에 출판된 책이다. 원래는 '소유냐 존재냐'의 마지막 장에 포함시키려다가, 개개인의 소유 양식은 사회 및 경제적 구조의 변화 없이 개인적인 차원에서만 해결될 문제가 아니므로 제외시켰다고 한다. 이 책은 한 마디로 '인간 구원 영역에서의 거대한 사기'를 다루고 있다. 이십여년 전 미국 사회의 문제를 바탕으로 했지만, 그 흐름은 지금 우리 사회에도 매우 뚜렷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으므로 누구나 한번쯤 읽어볼 가치가 있다. 프롬은 삶의 목적으로 두 가지 차원의 해방을 말한다. 하나는 정치적 해방이며, 또 하나는 인간성의 총체적 해방이다. 선진국의 경우에는 후자가 문제가 된다. 그리고 이러한 휴머니즘적 해방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일은, 어느 방향에서 해답을 찾을 것인가이다. 프롬은 무엇을 피해.. 2006. 2. 10.
드 보통의 삶의 철학 산책 - 알랭 드 보통 전에 알랭 드 보통의 소설을 워낙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어서 이 책도 한번 빌려보았다. 소크라테스, 에피쿠로스, 세네카, 몽테뉴, 쇼펜하우어, 니체 여섯 명의 삶과 철학을 토대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맞부닥치는 곤경과 좌절을 벗어나는 지혜를 들려주고자 하는데, 별로 재미가 없어서 대강 책장만 넘기고 말았다. 단, 에피쿠로스에 대한 이야기는 유쾌하게 읽었다. 쾌락을 인생의 목적으로 했던 한 철학자의 취향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 에피쿠로스의 정원에는 늘 친구들이 모여 대화하고 사색을 나누었다고 한다. 그는 행복에 필요한 것들을 3개의 범주로 나누었다.그가 말한 쾌락의 기본 요소는 우정, 자유, 사색이었다. 1. 자연스럽고도 필요한 것 : 우정, 자유, 사색(불안을 만드는 주요한 근원인 죽음과 질병, 빈곤.. 2005. 12. 12.
소크라테스의 변명 / 플라톤 (에우튀프론, 소크라테스의 변명, 클리톤이 실려 있음) 철학의 왕자, 소크라테스. 아테네 저자 거리를 돌며 진리를 설파한 사람, 산파술, 그리고 비극적인 죽음. 소크라테스에 대해 그간 얼마나 많이 들어왔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책을 읽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나 자신도 조금 놀랐다. 물론 ‘대화편’도 플라톤에 의해 기록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지금껏 그에 ‘대해’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그를 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거야말로 착각이었다. 델포이 신탁은 아테네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 소크라테스라고 했다. 소크라테스는 그 결과에 의아해하는데 자신이 진선미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뛰어난 정치가와 시인, 수공 기술자를 찾아간다. 정치가는 자신의 무지조차 깨닫지 못했고,.. 2005. 9. 6.
다석 류영모가 본 예수와 기독교 - 류영모 예수의 참모습은? 말로만 듣던 류영모에 대한 책을 처음으로 읽었다. 대학 시절에 읽었다면 성서를 보는 내 눈을 확 열어 주었을 책이다. 전체를 바라보는 올곧은 시야를 제시해 주는 책이 가장 훌륭한 책이므로, 류영모 선생은 그런 면에서 탁월하다. 그동안 류영모 선생이 훌륭한 사상가 정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깨달음의 일가를 이룬 분이었다. 그 시대에 그런 앞선 사고를 했음이 참으로 놀라웠고, 참된 실천으로 일관한 생애 역시 놀라웠다. 그에게서 한 숭고하고 고결한 인생을 본다. 책의 저자가 하느님을 '유한우주를 품은 무한우주'라고 한 게 흥미로웠다. 나는 하느님이 물질우주 자체가 아니라 우주를 초월한 자유로운 창조주라고 생각한다. 내 친구 말을 빌면 우주 밖에서 우주 안으로 개입하는 힘이다. 그 창조주.. 2004. 11. 2.
나의 철학 유언 - 장 기통 신과 구원, 인생의 문제에 대한 깊은 사색 "신과 나, 그것은 한밤중에 빛나는 두 개의 커다란 불빛이다." (뉴먼) 몇 년 전에 본 책인데, 책장에서 떨어진 것을 주워 올리며 다시 읽게 되었다. 이 책이 지닌 풍부한 의미 때문에 다시 봐도 새로웠으며, 예전에 놓쳤던 내용들도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은 '시간과 영원'에 관한 주제를 평생 고민해온 프랑스 대학자의 깨달음을 소설 형식으로 쉽게 쓴 책이다. 가톨릭 사상을 빼고는 프랑스를 이야기할 수 없으리라. 그래서 가톨릭 신자인 나에겐 꽤 친숙한 내용이었지만 종교나 철학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에겐 다소 어렵게 읽힐 수도 있겠다. 이 책은 죽음, 장례식, 심판의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임종을 앞둔 저자에게 악마 루시퍼, 블레즈 파스칼, 베르그송, 드골, 소크라테스.. 2004. 1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