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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철학, 심리

왜 나는 사소한 일에 화를 낼까/ 가토 다이조

by 릴라~ 2018. 12. 30.



뉴스의 사건 사고를 봐도 그렇고, 요즘 학교 아이들을 봐도 그렇고, 작은 일에 욱 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학교에서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일에 감정을 폭발시키거나 크게 화를 내고 가방을 집어던지고 욕을 퍼붓는 아이들을 보며 대체 이게 어디서 비롯된 현상인지 난감할 때가 많다. 무엇이 문제인지 원인은 모르겠으나 결론은 분명했다. 날마다 아이들의 '화'를 목격하며 내가 내린 결론은 한국 사람들이 마음이 병들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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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가 양육자에게 보이는 애정 욕구의 가장 큰 특징은 배타적이라는 점이다. 즉 '나만 사랑해달라'는 뜻이다. 그리고 배타적인 관계가 가능하려면 양육자와 아이 사이에 두 사람만의 비밀 세계가 있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신경증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그 세계가 없다. 


아이가 심리적으로 성장하고 자아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다른 누군가가 끼어들 수 없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세계가 있어야 한다. 그 출발점이 바로 양육자와 아이의 배타적인 세계다. 어릴 때 이 세계를 경험해야 성장해서 마음의 중심이 서고 자아가 확립되는 것이다.


신경증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마음의 토대가 없다. 불만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 불만을 어느 곳으로도 향하지 못한다. 분노를 어디에 쏟아야 할지 모른다.


이런 심리 상태로 누군가를 위해 정성을 쏟았는데 상대방에게서 보답을 받지 못하면 마음속 깊이 원망이 쌓여간다. 내가 이렇게까지 잘해주는데 '대체 그 반응은 뭐야!'하고 화가 난다. 기대하는 수준의 관심도, 감사의 말도, 상도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상처받고 화가 나며 마음속엔 적의가 가득 찬다.


상대방에게 반드시 보답을 요구하는 것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특징이다. 마음의 토대가 없기에 원래부터 불만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 원망이 매일 마음속 깊이 쌓여간다. p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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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을 경영하는 원장이 있었다. 수강 학생이 줄어들면 경영은 파탄이 나고 만다. 그래서 늘 학부모들의 눈치를 보았고, 그로 인한 분노에 시달렸다. 그러다 학생들을 잃어도 좋다는 각오로 학부모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시작하자 분노가 사라졌다. 그리고 분노가 사라지자 학원은 더 잘 됐다.


'버림'으로써 분노가 사라진다. 잃을 것인가 아닌가 생명을 단축시킬 것인가의 선택이다. 다시 말해, 하고 싶은 말을 할 것인가 아니면 심리적으로 피폐해지고 육체적 질병까지 얻을 것인가의 선택이다. 할 만큼 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버리는 것이 좋다.


단념하라. 그것이 진정한 깨달음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할 만큼 해보고도 쉽사리 포기하지 못한다. 반면에 시도해보지도 않고, 최선을 다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면 아무 깨달음도 얻지 못한다. 


우리는 쉽사리 포기하질 못한다. 스트레스가 된다. 분노가 가라앉지 않는다. 잠이 오지 않는다. 자기 집착이다. 버린다는 것은 잃는 것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잃는다 해도 분노로 인해 삶이 망가져가는 것보다는 낫다. 집착할수록 분노는 커질 뿐이다. 잠들지 못하는 밤이 계속되면 생명력은 서서히 사그라져간다. pp7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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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뇌의 편도핵에 괴로운 경험이 누적되면, 오랜 세월이 지나 어른이 되어서도 어떤 계기로 인해 어린 시절 느꼈던 부정적인 감정을 그대로 다시 체험하게 된다.


고통의 기억은 우리의 신경회로에 강렬하게 새겨진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갑자기 행복해지는 일도 없고 갑자기 강해지는 일도 없다. 행복한 사람이란 행복한 경험들이 누적된 사람이고, 강한 사람이란 어려움을 이겨낸 경험들이 누적된 사람이다.


괴로운 유아기, 쓰라린 소년기를 지나온 사람은 지나치게 민감한 편도핵을 갖게 된다. 만약 낮에 좋지 않은 일이 있었다면 그 기억은 편도핵을 자극하고, 예민한 상태가 되어 밤이 깊어도 잠들지 못하는 것이다. 


과거의 괴로운 기억이 되살아나, 크게 실수하지도 않은 상대방이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이 된다. 그를 용서할 수 없어서 식욕을 잃고,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하루를 보낸다.


나치의 강제수용소에서 겪은 공포는 50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고 한다. 나중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이를 '기억에 동결된 공포'라고 한다. 이 공포의 기억 때문에 신경은 낮은 위험 수치에서도 요란한 경보음을 울려댄다. 그리 위험한 상황이 아닌데도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인지하는 것이다.


과도한 각성 상태가 된 편도핵은 상처받았던  순간,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계속 유지하려 한다. 그래야 다시 같은 상황이 되었을 때 재빨리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트라우마란 충격적인 기억이 편도핵에 강렬하게 아로새겨진 상태다. 


울컥 화가 치미는 것은 편도핵이 과도하게 각성되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살아온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훨씬 쉽게 편도핵이 각성된다. 그래서 보통 사람이라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을 일에도 과민반응을 일으키고, 보통 사람이라면 화가 날 정도는 아닌 일에도 엄청난 분노를 느낀다. 


주변 사람들의 눈에 그는 정서가 매우 불안정한 사람으로 보인다. 그러나 본인은 자신이 화가 나는 것이 신경회로가 이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하고 자신의 분노가 정당하다고 여긴다. 그래서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pp9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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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대부분 분노를 처리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 우리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불안정한 상태는 우리에게 심리적 문제 해결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하다.


심리적 문제 해결 능력이야말로 자아가 확립되어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우리는 사회적 문제 해결 능력이 있으면 자아가 확립된 것으로 착각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의 능력이다.


분노에 지배당하는 일은 분노를 표현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의식조차 할 수 없기 때문에 일어난다. '묻지마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그동안 쌓인 분노가 폭발했다기보다는 분노에 조종당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그는 꼭두각시처럼 조종당하고 있다. 꼭두각시를 움직이는 것은 그 사람의 무의식 속에 살아있는 분노다. 


마음 깊은 곳에는 모조리 죽이고 싶을 정도의 분노가 도사리고 있다. 닥치는 대로 찔러 죽이고 싶다. 하지만 그 분노를 의식하지 못한 채 마음 속에서는 분노의 불꽃을 태우면서도 겉으로는 웃는 얼굴로 사람들을 대한다. 내가 나라는 자각이 없을 수밖에 없다. p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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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살아오지 못했다는 것은, 주변 세계로부터 끊임없이 공격받고 있다고 느꼈다는 뜻이다. 실제로 공격받고 있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이 그는 오랫동안 공격받으며 살아왔다. 그런 사람은 자신의 무의식에 있는 분노가 얼마나 강한지 알지 못한다. (...)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살지 못한 사람은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이 공격받고 있다고 느끼고, 하루 24시간 화가 나 있다. 실제로는 아무도 공격하고 있지 않다. 현실에 발을 디디고 있다면 분노를 느낄 필요가 없지만 그렇지 못하다. 따라서 그는 오랜 세월 실제로 사람들에게 공격받아온 사람과 심리적으로 같은 상태에 있다. 그 분노와 외로움, 공포는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내면의 그 부정적인 감정이 얼마나 집요하고 오래가는지는 다른 사람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다.


분노와 공포는 일상생활의 모든 상황에서 다른 감정으로 변장하여 나타난다. 그런 감정이 들 때 '지금 내가 이렇게 느끼는 건 뭔가 잘못된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스스로를 치유해갈 희망이 있다. pp128-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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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치유되려면 새로운 신경회로가 만들어져야 하지만 그는 아직 새로운 신경회로를 만들지 못했다. 새로운 신경회로를 만든다는 것은 호르몬이 분비되는 방식을 바꾼다는 뜻이다. 이미 고착되어 버린 뇌의 화학 작용을 다시 원래대로 되돌리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베트남 전쟁에서 돌아온 병사들은 카테콜아민(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노르아드레날린, 아드레날린 등 아민류의 총칭)의 분비를 억제하는 수용체가 40퍼센트나 적었다. 카테콜아민은 스트레스 호르몬이다. 매일 부모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애쓰느라 지쳐버린 '착한 아이'에게도 카테콜아민의 분비를 억제하는 수용체가 적다. 심리적 압박감으로 인해 아이는 마치 바위가 가슴을 내리누르고 있는 듯한 느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래서 쉽사리 녹초가 된다. 지쳐 녹초가 된 사람에게는 '기쁘다'는 감각이 없다. 호르몬 분비 양상이 변하면, 아이는 그 시점에서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다. pp133-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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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으로 금세 패닉 상태에 빠지는 사람이 있다. 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뇌에 변화가 일어난 사람은 실제로는 스트레스를 느낄 만한 일이 없는데도 스트레스를 느낀다. 현실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다. 지금 자신이 느끼고 있는 부정적인 감정을 객관적으로 실제하는 현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심각하게 받아들일 뿐이다. 그래서 금세 패닉 상태에 빠진다. 비상사태가 아닌데 비상사태라고 느끼고 그에 맞춰 대응한다.


아이가 조금만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아도 불같이 화를 내는 부모나 예법에 조금 어긋나게 차를 내왔다고 아내를 때리는 남편처럼 화낼 만한 일이 아닌데도 화를 내고 별것도 아닌 일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


이처럼 사소한 자극에도 부정적인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웬만한 일에는 감정적 동요를 일으키지 않는 사람이 있다. 똑같은 경험을 해도 어떤 사람은 깊이 상처받는 반면 어떤 사람은 전혀 상처받지 않는다. 상처를 받았다 해도 긴 세월 상처가 남아 있는 사람이 있고 금세 상처에서 회복되는 사람이 있다. pp13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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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이 위협에 약한 사람이라고 여겨진다면, 어린 시절 어떤 사람들이 있는 환경에서 자라왔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항상 위협받으며 살아왔는지 아닌지는 조금만 기억을 들추어봐도 스스로 알 수 있다. 그리고 어릴 때는 강하게만 보였던 사람이 실은 상처받은 사람이며 보잘것없는 한 ㅇ니간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분명히 보일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 감정의 움직임은 어린 시절 그대로다. 머리로는 겁먹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마음속으로는 겁을 먹고 있다.


나는 이것을 '감정습관병'이라고 부른다. 생활습관병에서 따온 병이다. 감정습관병은 이를테면 어린 시절부터 두려움의 감정을 학습해왔기에 뇌 속에 두려움의 회로가 생성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즉 두려워하면 할수록 점점 더 쉽게 두려워지는 것이다. pp147-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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