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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야기/수업 이야기

“경험한 일 말하기” 수업

by 릴라~ 2023. 9. 20.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수행평가>
 
국어과에서 진행하는 수행평가는 주로 독서, 쓰기, 말하기다.  최근엔 문학 관련 구술평가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또 교육적 효과도 높은 수행평가는 중1 성취수준과 관련된 “경험한 일 말하기"다. 작품과 관련된 말하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조리 있게 풀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한 번의 활동으로도 말하기를 집중해서 배울 수 있다. 1학년은 PPT나 참고자료 없이 그냥 말하기가 가장 좋다. 원고를 외우고 청중을 눈으로 바라보면서 자기 이야기를 풀어갈 때 말하기 그 자체에 집중하는 힘이 커진다. (매체를 활용한 말하기는 중2 성취기준에 있어서 1학년은 그냥 순수하게 말하기 그 자체로 진행하는 편이 좋다.)
 
또 학생들의 온갖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그 자체로 너무 재미있다. 발표 내내 웃음이 빵빵 터진다. 그래서 말하기 평가는 가장 유쾌하고 즐거운 평가이기도 하다. 수행평가 시간에 아이들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면 말하기 원고 작성에 공을 많이 들여야 한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자신의 원고를 암기할 시간을 주는 것도 좋다. 
 
수업은 [화제 찾기] - [말하기 원고 쓰기] - [원고 암기] - [발표하기] - [성찰하기]의 단계로 이루어진다. 
 
1. 화제 찾기
 
말하기의 목표를 안내한 뒤 유명 연설을 보면서 수업을 시작했다. 나는 김제동의 대우조선 연설과 짤막한 유명 연설 몇 편을 안내했다. 김제동의 아래 영상은 스토리텔링의 힘이 대단하다. 김제동의 개인적 일화에 흠뻑 빠져 듣다보면 어느새 사회적 메시지로 넘어간다.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화제를 정말 잘 끌어온 말하기다.
 
https://youtu.be/Fc5edldSYWM?si=ILp3Ed678fTh_gAp 

 
좋은 말하기의 예를 본 뒤에 이어서 화제 찾기 활동을 한다. 학생들이 자기 경험에서 반 친구들과 공유할 만한 이야기를 찾는 과정이다. 화제를 잘 찾으면 말하기 절반은 성공이다. 활동지의 질문을 통해서 다양한 화제를 적어본 뒤 그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 3가지를 고른다. 그리고 모둠에서 그 3가지 화제에 대한 평가를 받게 한다. 모둠원의 의견을 참고하되 최종 화제 선택은 자신이다. 친구들의 화제를 검토함으로써 화제에 대한 감각을 기르는 과정. 화제 찾기가 끝났으면, 대본 쓰기로 넘어간다. 
 

2. 원고 쓰기
 
준비한 PPT로 말하기의 대본 잘 쓰는 원칙을 알려준다. 내용은 말하기 관련 다양한 책에서 중학생에게 쉽게 전달될 수 있는 내용으로 골랐다. 대본 잘 쓰는 법은 교과서나 참고서에 자료가 없기에 다양한 자료를 참고하면 좋다. 대본을 쓸 때 활용해야 하는 기법, 질문, 묘사, 대조, 숫자 활용, 등을 예시 문장과 함께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짚는다.
 
안내한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자면,
1. 처음 부분에서는 칭찬과 질문으로 청중의 관심을 끌어야 하고
2. 중간 부분에서는 시간적, 공간적 배경을 정확하게 밝히면서 에피소드를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풀어가야 하고
3. 마무리 부분에서는 개인적 의미(성찰)를 끌어내거나 사회적으로 메시지를 확장하면 좋다. 
 
이걸 짚고 시작하면 학생들의 원고 수준이 확 올라간다. 원고는 처음, 중간, 끝으로 나누어 쓰는데, 일단 처음 부분을 쓴 다음에 교사의 1차적 점검을 받은 뒤에 중간으로 넘어가면 좋다.  잘 쓴 것을 사진으로 찍어 공유하면 아이들이 보고 자기 글을 고치곤 한다. 원고를 다 쓰고 난 뒤에는 고치거나 첨가할 부분이 있는가 본다. 위의 세 가지 원칙에 따라 더 실감나게 표현할 부분을 찾아 고친다. 
 

 
3. 원고 암기 및 발표하기
 
발표 전에 원고 암기 시간을 수업시간에 주면 좋다. 원고를 쓰다 보면 학생들의 진행 속도가 저마다 다른데, 빨리 쓴 학생들은 원고를 암기하고, 늦은 학생들은 원고를 마무리하도록 하는 것도 좋다. 느리게 원고를 마무리한 학생들은 알아서 원고를 암기하도록 안내한다.
 
발표는 번호 순으로 이루어지지만, 희망하는 학생을 먼저 발표하는 것이 앞번호 학생들의 긴장을 줄여준다. 자신감이 있거나 원고를 외운 참에 빨리 발표를 하고 싶은 학생들이 반마다 항상 두세 명 이상 있다. 없으면 반장, 부반장부터 시작하는 것도 괜찮다. 이후는 번호 순이나 뽑기 순.
 
발표를 들으면서 학생들은 반 전체 학생에 대한 소감표를 작성한다. 발표 내용을 항목에 따라 A, B, C로 체크하고, 개인적인 소감을 한 줄 적는다. 친구들의 말하기에 집중할 수 있다. 이 소감표도 수행평가에 반영되는데, 제출만 하면 된다. 
 
발표 전에, 발성에 대해서도 잠깐 가르쳤다. 입을 크게 벌리면 발음이 또렷해진다. 많은 시간을 할애하진 못했지만 언급하는 편이 좋다. 한 문장 정도를 택해서 모든 학생이 분명하게 발음하도록 다 시켜보았다. 발성에 대해서는 유툽에 다양한 자료가 있다. 
 
4. 성찰하기


말하기 발표가 다 끝난 뒤에 학생들이 마지막으로 작성하는 내용이다. 내 말하기 중 잘 된 부분과 아쉬운 부분, 친구들의 말하기 중 잘 된 부분과 아쉬운 부분, 이야기 내용이나 발표 태도가 특히 좋았던 사람과 이유, 전체 소감 등의 내용을 작성한다. 학생들이 경험한 내용이 많기 때문에 다들 순식간에 작성한다. 
 
그렇게 말하기 사전 준비(활동지 4장 제출), 말하기 발표 두 가지로 수행평가 채점이 이루어진다. 전자는 대부분 만점이며 후자에 의해 점수가 갈리는데, 1학년 2학기는 시험이 없는 자유학기제라 자유롭게 평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른 학년에서 한다면 루브릭과 활동 내용이 아귀가 맞도록 수업 내용을 다시 정비할 필요가 있다. 말하기 발표까지 포함하면 주당 4차시 수업의 경우 2주 정도가 필요하다.
 
 
##
 
작년 4개 반, 88명의 이야기를 너무 즐겁게 들었다. 한 반의 한둘은 목소리가 좀 기어들어갔지만 모두 전달이 잘 되었고 절반 이상이 내용이 흥미진진했다. 실패담, 연애담, 좌절한 이야기가 특히 인기가 있었는데, 너무 웃겨서 배꼽 빠질 뻔한 적도 많았다. 
 
자신의 삶에서 이야깃거리를 찾아내고, 그것을 구체적인 묘사를 동원해서 한 편의 말하기 원고로 완성하고, 원고를 암기하여 직접 청중 앞에서 구현하는 과정이다. 교육적으로도 의미 있지만, 아이들이 친구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본다는 점에서 인상적으로도 의미가 큰 활동이었다. 성취기준이 중1에 있지만, 다른 학년에서도 계속 해보고 싶은 활동이다. 
 
작년, 1학년 2학기엔 '경험한 일 말하기'와 '동영상 만들기'를 진행했는데, 둘 다 너무 웃겨서 계속 빵빵 터졌던 즐거운 추억... 점수를 안 매겨서 더 그랬겠지만. 앞으로도 평가에 대한 부담보다는 활동 그 자체에 즐겁게 몰입할 수 있는 수행평가를 생각해볼 참이다. 
 
 
 

 
https://ssam.teacherville.co.kr/ssam/contents/20581.edu

 

<경험한 일 말하기> 활동지

1. 중1 성취기준에 나오는 경험한 일 말하기 활동지입니다. 활동으로 해도 좋고 수행평가로 진행해도 좋습니다. 활동지는 총 4장이며,학생 답안 예시, 말하기 목표 및 대본 쓰기 원칙 등의 이미지

ssam.teachervil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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