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가장 사랑하는 이가 부모인 건 틀림 없다.
내게 무슨 일이 닥칠 때 가장 진심으로 염려하고 목숨을 걸고
나를 구할 이도 부모나 남편일 것이다.
하지만 부모의 사랑은 많은 부분 걱정으로 표현된다.
사랑하는 만큼 걱정을 표현하고 그것이 자녀의 성장을 방해할 때도 많다.
불안은 쉽게 전염되니까, 자신의 존재에 대해 근본적인 불안이 자리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겐 다른 사회적 관계들이 필요하다.
걱정이 포함되지 않은 사랑을 줄 수 있는 이가 바로 스승이지만
그런 스승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때로는 친구가 그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오랜만에 레아 언니를 만났다. 대학 때부터 인연이 있었던 언니,
지금은 수도자의 길을 걸은 지 오래다.
이분들이 세속의 사람들과 다른 지점은 딱 하나다.
걱정 없는 사랑을 보여주는 것, 모든 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믿어주는 그런 우정을 보여주는 것.
레따에서 커피 마시고, 담날 새벽에 나오라더니
언니 모친께서 손수 끓이신 추어탕을 싸주셨다. 맛보라고.
두 끼를 황송하게 먹었다. 팔순 노인께서 수녀인 딸이 휴가 나왔다가
본당으로 돌아갈 때 가져가라고 추어탕을 끓이셨단다.
좀 많이 끓였다고 내 것까지 챙겨주신다.
이런 순간들 때문에 우리는 또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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