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젯밤 자기 전 요가를 잠깐 하려고 티비를 켰다. 유툽을 미러링 해서 보려고. 티비 화면이 켜지자 MBC 피디수첩이 나온다. 몇 초 눈길을 응시하다가 끝까지 보고 말았다. 그들이 왜 그렇게 사고하고 행동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서.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서.
처음에 나는 물었다. "그들은 왜 윤석열을 숭배하는가."
티비를 보면서 이 질문이 올바르지 않음을 알았다. 이 질문은 이렇게 고쳐야 하리라.
"그들은 왜 전광훈을 숭배하는가."
누군가를 숭배하고 싶다면 차라리 이순신 장군이나 세종대왕 같은 위인을 숭배하지, 왜 그런 사기꾼을 숭배하는가.
2.
전광훈의 사랑제일교회는 한 주 헌금만 15억에 달하고 그가 운영하는 사업체는 기자가 확인한 것만 13개였다. 집회 음향 시설 담당은 물론 알뜰폰 사업, 선교카드까지. 앞을 안 봐서 모르겠는데 ‘자유마을’이란 경제공동체를 만들어 그 회원 수도 상당한 모양이다. 거기서 엄청난 사업적 이득을 거두는 건 물론 전광훈 일가다. 그들이 종교를 이용해 돈벌이를 하는 방식을 보니 그냥 사업만 하는 일반 기업인들이 훌륭해 보일 정도다.
아무튼 생활밀착형 끈끈한 경제공동체가 되면 신도들은 더욱 거기에서 헤어나오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우선 들었고…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서, 그들은 왜 전광훈을 숭배하는가…
사람이 이 세상을 살아가려면 어떤 형태든 세계관이 필요하다. 세상을 보는 기본적인 틀. 전광훈은 그 틀을 그들에게 제공한다. 그가 제공하는 틀은 너무나 단순하고 너무나 사악하다. 첫째는 근거 없는 음모론. 그들에겐 이 세상 모든 문제가 북한과 중국 때문이다. 어쩜 이렇게 단순할 수가 있나. 지금 세계가 얼마나 복잡한 힘들이 얽혀 있는데… 둘째는 파시즘. 자신과 생각이 다르면 죽여도 된다는 믿음. 그건 중세 종교전쟁 시대에나 가능했던 믿음이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혐오, 그리고 공격. 그것을 순교로 포장하는 것.
잠깐 티비를 보는 동안 유럽에서 벌어진 신교과 구교의 종교전쟁 시대 사고방식을 보는 것 같았다. 그들은 지금 중세에 살고 있구나. 중세적 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구나.
가장 안타까운 것은 그들이 자신들의 행동에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 나라를 구하겠다고 설치는 것.
자기 삶의 의미의 빈곤을 그런 거대 의미에 복종함으로써 채우려고 하는 게 파시즘이다. 나라를 구하려 하지 말고 자기 곁에 있는 가족부터 사랑하고, 자신의 개인적 일상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한데…. 개인적 일상이 공허하고 개인적 관계가 공허해지면, 사람들은 전체주의의 구호에 솔깃하게 된다. 그래서 전체주의 사회는 언제나 사생활을 없애려고 시도했다.
혐오를 조장하는 세력에 대한 공적인 제재가 당연히 있어야겠지만 일상의 영역에서는 다른 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극히 ‘사적인 것’들의 부활이다. 다방면으로 개인적인 선호를 키워갈 수 있는 시간적, 물질적 토대가 사이비 음모론에 대한 치료제가 아닐까 싶다. 전광훈을 숭배하지 말고 그림 그리고, 피아노 치고, 식물을 가꾸거나 숲을 걸어야 하는 것이다. 가족의 손을 가만히 잡아보고, 친구와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수다 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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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숭배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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