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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영화, 드라마102

[넷플] 내 사랑 __ 우리가 잊고 있었던 진짜 사랑 좋아하는 배우, 에단 호크가 나온다고 해서 봤는데, 세상에,, 그 지적이고 섬세한 역에 어울리는 에단 호크가 무식한 노동자로 나온다. 그런데 그 역할에도 썩 잘 어울려서 천상 배우구나 했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풋풋한 청춘을 보여주었던 에단 호크도 이제 중년을 지나고 있다. 영화 '내 사랑', 오랜만에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긴 영화다. 관절염을 앓고 있는 절름발이 여인 모드와 고아로 자란 생선장수 에버렛. 우연처럼, 운명처럼 만나게 된 이 둘이 함께 지내는 캐나다 노바스코샤의 작은 집. 이십대 때 캐나다 퀘벡 쪽을 여행하면서 지도에서 '노바스코샤'란 이름을 처음으로 마주친 적이 있다. 대륙의 동쪽 끝에 있는 멀고 먼 땅, 언제 가볼 수 있을까 지도에서 그 낯선 이름만 확인했던 기억이 난다. 그 광활.. 2021. 6. 16.
자산어보 / 이준익 감독 __ 정약전은 어떤 세상을 꿈꾸었을까 흑산도를 딱 한 번 방문한 적이 있다. 목포에서 홍도 가는 길이었다. 목적지가 홍도였던 터라 홍도에서 일박을 하고 목포로 다시 나오는 길에 흑산도에는 잠깐 들렀다. 홍도보다 훨씬 큰 섬이고 자연도 아기자기해서 흑산도에서 일박하는 게 나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가서 제대로 둘러봐야지 했는데 대구에서 목포까지 쉬운 걸음이 아니어서 아직 가보지 못하고 있다. 정조 사후 벌어진 신유박해에서 사실상 양반들은 천주교를 떠나고 천주교는 그때부터 평민들의 독무대가 된다. 정약용 선생 형제들 중에서도 정약종은 순교를 택하고(그의 아들 정하상바오로도 이후 순교한다), 정약용과 정약전은 배교를 하여 머나먼 유배의 길을 떠난다. 영화 '자산어보'의 주인공은 우리에게 그 삶이 널리 알려진, 강진에 유배된 정약용 선생이 아니.. 2021. 5. 3.
미나리 | 정이삭 감독 ㅡ 고단한 일상을 사는 모든 이들에게 주는 위로 젊은이들이 보면 다소 밋밋하게 여겨질 수 있는 영화, 하지만 인생을 조금 살아낸 이들이라면 사소한 장면 하나하나마다 울컥하고 애틋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영화.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다. 가족을 위해, 또 무언가를 위해 열심히 산다고 살았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는 많은 것들 앞에서 막막함과 버거움을 느껴본 이라면 이 영화가 주는 위로에 공감하지 싶다. 영화는 미국으로 이주한 한인 가족이 캘리포니아에서 십 년을 살다가 아칸소의 농장으로 이주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등장하는 가족이 진짜 가족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윤여정 씨가 배역을 맡은 할머니는 물론, 남편(스티븐 연), 아내(한예리), 자녀 역을 맡은 두 명의 아역배우들, 조연을 맡은 미국인 일꾼까지 평범한 '일상'의 빛과 그늘을 .. 2021. 3. 11.
[넷플] 두 교황 /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 __ 다큐로 착각할 만큼 뛰어난 연기 오랜만에 영화다운 영화를 보았다. 베네딕토 전 교황과 프란치스코 현 교황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두 교황'. 묵직한 감동이 한동안 마음을 떠나지 않는다. 안소니 홉킨스(베네딕토 교황 역)와 조나단 프라이스(프란치스코 교황 역)의 연기는 영화를 다큐로 착각할 만큼 화면 속에 흠뻑 빠져들게 한다. 넷플릭스에 가끔 이런 좋은 영화도 있다. 가톨릭 역사에서 전직 교황과 현직 교황이 동시에 계신 것은 700년 전 단 한 번의 선례가 있을 뿐이다. 교황은 죽기 전까지 사임을 하지 않는 종신직이기 때문이다. 이런 전통에 파격을 준 분은 진보적 성향을 가진 분이 아니다. 가톨릭 규율과 교리를 수호하는 것을 자신의 시대적 소명으로 여긴, 누가 보아도 가톨릭에서 가장 '보수적인' 성향으로 알려진 베네딕토 전 교황이다. .. 2021. 3. 4.
[넷플] 스카우트 | 김현석 감독 __ 80년 광주에 관한 최고의 영화 (스포일러 줄이려고 줄거리는 최대한 생략함) 이렇게 좋은 영화를 이제서야 보다니. 2007년 개봉 영화인데 전혀 알지 못했다. 넷플릭스를 뒤적이다 발견했다. 5.18을 역사적 서사가 아니라 개인의 서사로 다루고 있어서 색다르게 다가온다. '화려한 휴가'나 '택시운전사'보다 훨씬 좋았다. 내겐 80년 광주에 관한 최고의 영화다. 영화 전반부는 유머러스하게 시작된다. 전직 야구선수 이호창은 대학에서 야구부 관련 일을 맡고 있다. 경쟁 관계에 있던 다른 대학에 가기로 내정된 선동열을 영입하기 위해 광주로 내려간다. 80년 5월 즈음이다. 그가 선동열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선동열 선수 부모님께 공들이는 모습은 시종일관 웃음과 연민을 자아낸다. 하지만 광주에는 선동열만 있는 게 아니었다. 7년 전에 헤어져 그간.. 2021. 2. 25.
[넷플]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 이종필 감독 __ 90년대 대기업 고졸 여사원들의 활약 '세계화'를 외치기 시작한 건 김영삼 정부 때로 기억한다. '세계화'는 그 시절 새롭게 등장한 유행어가 되었고 그와 함께 우리나라에 토익 유행도 일기 시작했다. 90년대 중반, 내가 대학을 다닐 때의 일이다. 나도 영어공부 하겠다고 학원을 한 달 다니다 만 기억도 있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바로 그 시절을 배경으로 한다.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90년대의 시대적 표정을 잘 그려냈다. 대기업의 조직 풍토, 페놀 사건, 기업 합병, 토익 열풍 등의 소재들도 이미 경험한 터라 익숙하게 다가온다. 극적 반전이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이러한 시대적 소재들을 유머러스하게 잘 버무려 소소한 드라마를 보듯이 재미있게 보았다. 타일러가 토익 강사로 잠깐 등장하는 모습도 웃음을 준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 2021. 2. 23.
[넷플] 남산의 부장들 | 우민호 감독 __ 한 시대의 비루함에 대하여 정치 영화, 그것도 우리가 표면적인 전개는 잘 아는 역사적 사실을 다룬 영화가 이렇게 몰입감 있을 줄은 몰랐다. 영화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전개되는데, 제목 '남산의 부장들' 그대로 두 명의 남산의 부장들(김형욱과 김재규)을 축으로 유신 말기와 10.26을 다룬다. 이 영화에서 가장 부각된 건 김재규의 영웅적 행위가 아니라 '권력의 비루함'이다. 박정희는 물론, 그와 함께 혁명을 꿈꾸었으나 결국은 권력의 개가 된 남산의 부장들, 김형욱과 김재규, 그리고 그 시대 전체가 얼마나 추악하고 비루한가를 보여준 영화. 박정희는 제거되었으나 결국 그 권력은 남아 있는 자들 중 가장 추악했던 전두환 장군이 차지한다. 그는 박정희가 그랬듯이 똑같은 방법으로 군을 장악하여 권력을 움켜쥐었다. 반면 남산의 부장들의 운.. 2020. 3. 26.
[넷플] 자도빌 포위작전 __ 프랑스는 아프리카에서 무슨 짓을 했나? 불문학을 좋아해서 한때는 전공하려 생각한 적도 있었다.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로 불어를 했고, 대학 때도 불문과 강좌를 세 개나 들었다. 너무 어려워서 세 개만에 포기했지만. 나 혼자 첫 배낭여행을 간 곳도 프랑스 파리였다. 어쩌다보니 박사학위 논문도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에 관한 것이 되었다. 아프리카에 와서 생각이 가장 많이 바뀐 부분은 바로 프랑스라는 나라에 대한 것이다. 여기서 알게 된 프랑스는 한마디로 '쓰레기' 같은 나라다. 제국주의 시대에 영국, 프랑스 등이 식민지를 엄청나게 착취했다는 것 정도만 관념적으로 알고 있었을 뿐 그들이 구체적으로 무슨 짓을 했는지는 잘 몰랐다. 그리고 나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제국주의 시대 이후 즉 20세기에 그들이 저지른 짓이다. 프랑스만 놓고 보자면 그들은 1.. 2019. 5. 7.
말모이 ― 영화 '말모이'를 보고 '조선말 큰사전 머릿말(1947)'을 옮겨 적다 아프리카에서 돌아오자마자 영화 '말모이'를 보았다. 동성로 롯데시네마 한 곳에서 하고 있어서 마지막 날 다행히 볼 수 있었다. 시나리오는 좀 아쉬운 감이 있었다. 까막눈 판수(유해진)를 주인공으로 삼다보니 조선어학회 회원 한 명 한 명의 개성과 성격이 부각되기 어려운 스토리였다. 하지만 역사적 진실이 지닌 무게 때문이었을까. 영화를 보며 울컥 하는 순간이 많았고 엔딩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세계 최초의 문법책은 1492년, 스페인 카스티야어 문법책이며, 세계 최초의 사전은 역시 스페인에서 1611년에 편찬된다. 이어 1612년에 이탈리아어 사전이 편찬되고, 이에 자극을 받은 프랑스가 사전 편찬을 위해 1635년 아카데미 프랑세즈를 설립한다. 처음 담당자가 A에 해당하는 단어를.. 2019. 2. 26.
버닝 | 이창동 감독 ― 은유로 가득한 영화 사람들은 진실을 잊고 산다. 해미는 어릴 때 우물에 빠지지만 해미의 가족들은 그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냥 잊혀지고 사라진다. 해미의 집이 헐린 것처럼. 성인이 된 해미의 삶도 우물에 빠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해미는 카드빚을 안고 있으며 햇빛이 들지 않는 좁은 방을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다. 어두운 우물에서 위를 보면 저 멀리 환하고 동그란 하늘이 보이는 것처럼 해미는 초월을 꿈꾼다. '그레이트 헝거'처럼 자유롭게 날아가기를 꿈꾼다. 가진 돈을 몽땅 털어 아프리카를 다녀오지만, 그녀는 여전히 날 수 없고 어느날 연기처럼 사라진다. 종수의 어릴 때 기억은 어머니의 옷을 태운 것이다. 걸핏하면 분노를 터뜨리는 종수의 아버지는 그것 때문에 아내가 집을 나가자 종수에게 자기 아내의 옷을 태우게 한다. 아이에게는.. 2018. 5. 21.
어느 독재자 | 모흐센 마흐발마프 감독 ― 예상치 못한 결말 속에 깊은 철학적 성찰을 담아내다 범어도서관 예술영화 상영에서 우연히 이 영화를 보고, 앞으로 어디 가서 영화 안다는 소리는 못하겠다 싶었다. 그간 본 작품들과 급이 다른, 내겐 충격적인 작품이었다. 다른 영화들이 고등학생이 만든 작품이라면 이 영화는 대학원생이 만든 듯한 느낌이다. 감독이 이 주제에 얼마나 천착하고 깊이 고민했던가가 장면 하나하나마다 묻어나는 영화였다. 프로필을 보니 감독은 이란에서 16세에 정치범으로 사형 선고를 받았다가 정권이 바뀌면서 6년 후에 석방된 전력이 있었다. 그가 세상을 보는 눈이 깊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대개의 영화가 독재자에 저항하는 과정을 다루었다면, 이 영화는 독재 권력이 무너진 이후의 풍경을 다뤘다. 사회가 온통 무질서의 혼란에 빠진 가운데 독재자는 손자와 함께 도피 행각을 벌이고, 그 도피의.. 2018. 4. 14.
쓰리 빌보드 ―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캐릭터를 구현한 영화 오랜만에 좋은 영화를 보았다. 몇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수작. 일단 시나리오가 훌륭하고 배우들의 연기도 대단하다. 헐리우드 영화 스타일이 아니어서(북유럽 영화 같은 느낌?) 작가 프로필을 보니 영국 감독이다. 서사가 워낙 탄탄해서 처음부터 영화가 종료되는 시점까지 한 순간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강간 후 살인으로 딸을 잃은 어머니의 범인 찾기가 서사의 주된 줄기지만 이 영화가 초점을 두는 것은 사회적 문제나 무능한 공권력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이 사건을 둘러싼 인물 하나하나의 '삶'의 태도이다. 윌러비 서장의 인간미는 물론, 모든 등장 인물들의 태도가 인상적이었고 비극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삶에 대한 따스한 메시지를 곁들인다. 그중에서도 영화가 가장 주목하는 인물은 역시 밀드레드와 딕슨일 것이다... 2018. 3. 28.
강철비 ― 두 남자의 우정이 마음에 남다 엄철우(정우성)과 곽철우(곽도원), 북한 최정예요원과 남한 외교안보수석, 서로 적이 될 수도 있는 이 두 남자의 우정이 우리 마음의 한 부분을 묵직하게 툭 건드리는 영화다. 영화에는 두 명의 철우, 자녀를 사랑하고 자신의 조국에 기꺼이 헌신하는, 각자가 자기 조국에 속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고 목숨까지 내던지는 두 남자와 단지 권력을 잡기 위해 핵전쟁도 불사하는 남북한 정치인들의 모습이 대조적으로 펼쳐진다. 한반도를 둘러싼 중국과 미국, 일본의 반응도 현실감 있게 등장하고, 다소 촐랑거리는 성격의 곽도원과 무겁고 진중한 느낌의 정우성이 서로를 신뢰해가는 과정이 맛깔나게 그려져 무척 재미있게 보았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나서 드는 생각. 우리는 '북한'을 언론을 통해서만 접해왔고 그래서 우리.. 2018. 1. 8.
러빙 빈센트 ― 8년 동안 800점의 그림을 남기고 떠나다 8년 동안 800점의 그림을 그린 남자. 일 년에 약 100점을 그린 셈이고 그러면 사흘에 하나씩 그림을 완성했다는 이야기인데, 과연 그게 가능한 일일까 싶다. 800점의 그림은 빈센트 반 고흐가 얼마나 그림을 사랑했고 그것에 모든 것을 걸었는지를 보여주는 숫자이다. 영화 '러빙 빈센트'는 그렇게 그림에 열중했고, 그 가치가 비로소 인정받을 수 있는 시점에 가까워온 고흐가 왜 갑자기 자살했는지 그 동기를 추적하고 있다. 한 예술가의 예술혼의 정수를 설명하기에는 충분히 못한 스토리였지만 이 영화의 매력은 다른 곳에 있었다. 유화풍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이 영화에는 고흐의 그림 백여 점이 영화의 주요 무대 및 소재로 등장한다. 영화를 보면서 고흐가 얼마나 자기 주변 세계를, 일상의 작은 것들과 주위 사람들.. 2018. 1. 8.
택시운전사 ― 지적 캐릭터를 구현하지 못한 아쉬움 2003년 KBS 스페셜의 라는 다큐를 본 사람이라면 영화 '택시운전사'에 진한 아쉬움을 표현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다큐의 주인공은 독일 기자 힌트 페터이다. 다큐에는 그가 동아시아 정세에 해박했으며 광주에서 만난 사람들 하나하나의 모습을 평생 가슴에 간직할 만큼 깊은 인상을 받았음을 그의 목소리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는 일본에서 독일로 테잎을 보내 독일공영방송에서 광주 소식을 보도한 뒤에 위험을 무릅쓰고 다시 광주로 돌아가 촬영할 만큼 진정한 '기자 정신'이 어떤 것인지 온몸으로 보여주었다. 영화 의 주인공은 택시운전사 김사복이다. 김사복에 대해 알려진 것이 없는 만큼 이 인물이 어떤 과정으로 기자와 동행하여 광주에 내려갔고 어떤 심리적 변화를 거쳤는지는 작가/감독이 상상으로 구축해야 한다. 감.. 2017. 10.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