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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영화, 드라마

[넷플] 스카우트 | 김현석 감독 __ 80년 광주에 관한 최고의 영화

by 릴라~ 2021. 2. 25.

(스포일러 줄이려고 줄거리는 최대한 생략함)

 

이렇게 좋은 영화를 이제서야 보다니. 2007년 개봉 영화인데 전혀 알지 못했다. 넷플릭스를 뒤적이다 발견했다. 5.18을 역사적 서사가 아니라 개인의 서사로 다루고 있어서 색다르게 다가온다. '화려한 휴가'나 '택시운전사'보다 훨씬 좋았다. 내겐 80년 광주에 관한 최고의 영화다. 

 

영화 전반부는 유머러스하게 시작된다. 전직 야구선수 이호창은 대학에서 야구부 관련 일을 맡고 있다. 경쟁 관계에 있던 다른 대학에 가기로 내정된 선동열을 영입하기 위해 광주로 내려간다. 80년 5월 즈음이다. 그가 선동열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선동열 선수 부모님께 공들이는 모습은 시종일관 웃음과 연민을 자아낸다. 

 

하지만 광주에는 선동열만 있는 게 아니었다. 7년 전에 헤어져 그간 한 번도 보지 못한 옛연인 세영이 광주에 있다. 세영과의 재회는 처음엔 그저 평범한 재회처럼 보였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둘 사이에 풀지 못한 미스테리가 존재함을 알게 된다. 호창은 왜 그가 대학 시절에 일방적으로 결별을 당했는지 알고 싶어한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내내 궁금해하게 되는 내용이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에 가서야 그는 그 시절 그가 지워버렸던 기억을 떠올리고 세영이 왜 그랬는지 이해하게 된다. 

 

과거에 대한 이 '이해'는 호창의 선택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광주에서 학생들의 시위는 점차 격화되고 그는 선동열 선수와 계약하러 갔다가 세영을 구하러 달려간다. 7년 전의 비겁함을 만회하려는 듯이. 7년 전의 그는 대학생이고 멋모르던 시절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호창'의 성장기라고 봐도 좋겠다. 임창정의 연기는 최고다. 속물적이고 어설픈 행동 속에도 날카로운 비수 같은 아픔을 품고 있는 게 느껴지는 연기다. 

 

영화의 결말은 잔잔하지만 너무너무 아프다. 운동선수 출신의 호창은 정치, 사회적인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시대의 비극은 그가 대학생일 때도 그의 삶에 불쑥 끼어들어 그가 모르는 사이에 그의 사랑에 금이 가게 했고 결국 그에게 지워지지 않는 상흔을 남겼다. 직장인이 되어 우연히 찾아간 광주에서 그는 더이상 '시키는' 대로 살지 않으며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한다. 이념 때문이 아니다. 오직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그의 마지막 결단은 그가 자신의 과거와 화해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를 상처와 치유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다. 시대의 비극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도 평범한 많은 이들의 삶에 불쑥불쑥 끼어들어와 있다. 영화 ‘스카우트’는 한 개인이 그것을 어떻게 인식하고 소화하고 스스로 극복하는가를 다루고 있다. 슬픔과 웃음을 어색하지 않게 버무려낸 솜씨도 훌륭하다. 감독 이력을 보니 영화 JSA의 각본을 썼다. 김현석 감독 영화를 좀 찾아봐야겠다 싶다. 

 

영화는 역사 다큐가 아니다. 영화는 드라마이며 개인의 서사가 탄탄할 때 우리는 시대의 아픔을 더욱 진하게 느끼게 된다. 화려한 휴가나 택시운전사의 주인공들보다 '스카우트'의 주인공들에 더욱 공감하게 되는 이유다(택시운전사는 개인의 서사를 더 잘 그려낼 수 있었는데 아쉽다). 앞으로 이런 영화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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