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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일상의 기록

소리와 촉감

by 릴라~ 2009. 7. 17.

벌써 매미가 울기 시작한다. 우리 아파트엔 매미가 많다. 아직 절정이 아니라서 간간이 들리지만, 매미 소리가 한여름을 실감케 하고 있다. 그 소리 사이로 이삿짐 나르는 소리가 들린다. 이 모든 소리가 공간을 또렷이 울리는 건 공기 중에 습기가 많기 때문이다. 며칠째 비가 왔다 갔다 한다.


이미 이미지의 홍수 속에 살고 있어 그런지 시각적이기만 한 정보는 그다지 새롭지도, 쾌락적이지도  않다. 살아있음의 생생함을 불러일으키는 건, 소리, 그리고 시각과 냄새를 포함한 촉감이다. 아침나절, 내 귀를 뚫고 들어오는 숱한 소리들이 신선하다(방학해서 그런가). 약간 무거운 공기 질감도 좋다. 물론 햇살이 비칠 때의 가벼운 입자의 공기도 좋고. 화창한 날의 공기의 산뜻한 느낌은 내게 깊은 쾌락을 안겨 준다.


자연이 좋은 것도 눈에 잡히는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라 몸에 다가오는 자극 때문인 것 같다. 그 빛깔, 그 냄새, 그 소리.... 언제나 황홀하다. 그 순간은 세상만사, 아무 것도 문제되지 않는다. 존재론적 황홀이다. 그냥 차를 타고 경치를 구경하는 것은 내게 가장 재미없는 일 중의 하나다.


아무리 멋진 도시도, 박물관도, 예술 작품도 자연의 풍부함에는 미치지 못한다. 아니 그것들이 아름다울 때는 자연처럼 세월의 풍상을 겪고 난 뒤다. 비바람과 시간이 그를 조각하는 것을 허락할 때, 자연의 흔적이 그 위에 새겨졌을 때다. 오래된 도시는 그래서 아름답다.


대자연의 소리와 촉감이 그립다. 숲이 산이 들이 나를 부르는데, 할 일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사람도 만나야 하고 다음 일요일에 토익도 쳐야 하고(공부는 시작도 안 했는데...) 읽을 책은 쌓여 있고, 이삿짐도 싸야 하고... 지리산 가본 지가 언제인가. 다정하고 아름다운 길 말고(제주올레는 나에겐 넘 다정했다), 거칠고 험한 산세가 다시금 그립기 시작한다. 히말라야의 찬 공기가 그립다. 시험 치고 나면, 봉하마을 그리고 지리산이나 설악산 중에서 한 군데라도 다녀와야겠다. 깊고 큰 산의 공기를 마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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