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좌진 장군의 삶, 출생부터 암살에 이르기까지의 행로와 그의 사상적 배경에 대하여 전반적으로 한번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당시 신문 기사를 많이 인용한 점, 사진 자료를 많이 싣고 있는 점이 그 시대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김좌진 장군은 요즘 말로 하면 '엄친아'였다. 2천석을 거둬들이는 충남 홍성의 지주 집안에서 태어났고 개화파의 김옥균이 그의 먼 친척이었다. 하지만 장군은 집안의 노비를 모두 풀어주고 애국계몽운동에 나섰다가 이후 만주로 망명한다. 이 책은 유명한 청산리대첩 뿐 아니라 장군이 참여한 다양한 독립투쟁 활동을 소개한다. 군자금 마련의 어려움, 사상과 헤게모니에 따른 독립군의 분열, 신민부 독립군이 재만동포들에게 그들 위에 군림하는 일종의 관청처럼 행세했기에 민심과 멀어지는 모습도 다루었다.
청산리대첩은 독립전쟁사의 첫 대목을 차지하는 위대한 승리지만, 이후 일본이 엄청난 병력을 보강하여 독립군은 이리저리 흩어질 수밖에 없었으며, 또한 일본은 청산리대첩에 대한 보복으로 한인 부락을 초토화하는 작전을 감행하여 한국인이 보이면 무조건 살상했다(경신참변). 이후 독립전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을지를 짐작하게 된다. 막강한 화력을 가진 일본을 피하여 러시아 국경을 넘어간 독립군들 사이의 대립으로 자유시참변이 일어난다.
지금도 의문시 되는 것은 김좌진 암살의 배후가 누구냐이다. 고려공산당의 박상실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박상실이 가명이기에 진범은 추정만 하고 있을 뿐이다. 김좌진 암살의 배후에는 김좌진이 일제와 협력하여 공산당을 무너뜨리려 했기에 처결했다는 고려공산당 측의 이야기가 있고, 일제가 고려공산당과 김좌진을 배후에서 이간질했다는 추측도 있다. 헤게모니 싸움이건, 일제의 간교한 이간질 때문이건, 어찌되었건 민족의 영웅을 같은 동족이 죽인 셈이니 이 또한 자유시참변과 함께 독립투쟁사의 가장 비극적인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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