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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년 후에도 남아 있을 직업의 공통점을 한번 살펴보자.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나 이해력이 필요한 일자리, 곁에서 돌보기나 논두렁의 풀베기처럼 유연한 판단력을 필요로 하는 육체노동 직종이 많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는 앞서 2장에서 살펴본 AI가 잘하지 못하는 분야와 일치한다. 요컨대 고도의 독해력과 상식, 아울러 인간 특유의 유연한 판단력이 필요한 분야다.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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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3-7]은 가장 최근의 RST 분야별 정답률이다. 먼저 의존 구조 해석과 조응 해결은 이미 AI의 사정권 안으로 들어온 표층적인 읽기를 묻는 문제다. 이 두 가지는 인간 수험자도 AI와 비슷한 수준으로 그럭저럭 잘 맞췄다. 그러나 기뻐해서는 안 된다. AI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말은 AI로 대체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AI가 아직 어려워하는 다른 4개 분야인 '동의문 판정, 추론, 이미지 동정, 구체예 동정'을 얼마나 해낼 수 있느냐이다.
스스로를 AI와 차별화하는 데 성공해 2030년에도 살아남으려면 이들 4개 분야의 정답률이 70퍼센트 이상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수험자들의 정답률 평균이 그 정도 수준에 이른 것은 '동의문 판정'뿐이다. 답변 방식이 복수 선택이라는 점을 감안한다 해도 '이미지 동정'과 '구체예 동정'의 낮은 정답률 앞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을 가리고 싶어진다.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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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수학자 후지와라 마사히코는 학교교육에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받자 "첫째로 국어, 둘째로 국어, 셋째와 넷째는 없고 다섯째로 산수"라고 답했다. 나는 현재의 '국어'로 괜찮은지에 의문을 품고 있기 때문에 "첫째로 독해, 둘째로 독해, 셋째와 넷째는 놀이이고 다섯째는 산수"라고 말하고 싶다. 여기서 '놀이'는 손과 발, 몸을 움직이는, 기구에 의존하지 않는 놀이를 가리킨다. 그리고 일본의 학교가 자랑하는 급식 당번이나 청소 당번 등의 단체 활동도 이에 포함된다. 그 밖에는 필요 없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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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내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반복적 문제 풀이를 디지털화하고 문항 반응 이론을 이용함으로써 "AI가 학생별로 진도에 맞춘 반복 연습을 제공합니다!"라고 선전하는 학원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이런 능력을 아이들에게 중점적으로 심어주는 것만큼 무의미한 일은 없다. 문제를 읽고, 이해하지 않고 반복 연습을 통해 푸는 능력이야말로 AI로 대체되기 가장 쉬운 능력이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디지털 반복 연습을 열심해 해서 '공부를 했다는 기분'을 맛보고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면 이것이 성공 체험으로 작용해 스스로 독해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기 어려워진다. 중학교에 들어가서도 디지털 반복 연습을 계속하면 1차 방정식 시험에서 만점을 받을 수 있고 영어 단어나 한자도 외울 수 있으므로 그럭저럭 괜찮은 성적을 낼 것이다.
그런데 입시 공부가 시작되는 중학교 3학년이 되자 어째서인지 성적이 떨어진다. 본인은 어렴풋이 눈치를 챌 것이다. "학교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이 잘 이해가 안 가." "교과서를 읽어도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어." 그러나 이제 와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더욱 디지털 반복 연습에 몰두하게 된다.
도보로군에게 수없이 반복 연습을 시킨 나로서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어떤 시점 이후로는 독해력을 기르지 않는 한 성적이 향상되지 않는다. 독해력이 높은 학생이 본격적으로 입시 공부를 시작하면 독해력이 낮은 학생의 성적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도보로군도 더 많은 영어 문장을 암기하는 방법을 써봤지만 영어 편차치가 50 전후에서 더 오르지 않았다. p226-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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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대학과 고등학교에서는 '액티브 러닝'의 중요성을 수시로 강조하고 있다. 여러분은 액티브 러닝이 무엇인지 아는가? 문부과학성의 용어집에는 "교원의 일방통행이나 다름 없는 강의식 교육과는 달리 학수자의 능동적인 학습 참여를 도입한 교육.학습법의 총칭. 학수자가 능동적으로 배움으로써 인지적.윤리적.사회적 능력, 교양, 지식, 경험을 포함한 범용적 능력의 육성을 꾀한다. 발견 학습, 문제 해결 학습, 체험 학습, 조사 학습 등을 포함하며, 교실 안에서의 그룹 토론, 토의, 그룹 과제 해결 등도 효과적인 액티브 러닝 방법이다"라는 설명이 실려 있다.
'학수'라는 용어가 참으로 문부과학성다운데, 문부과학성 또는 중앙교육심의회의 기준에 따르면 고등학교까지는 '학습'이고 대학교부터는 '학수'에 해당한다. 즉, 가르침을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주제를 정하거나 직접 조사해서 학습하고, 그룹 단위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토론을 하고, 자원봉사나 직업 체험에 참가하는 것 등이 액티브 러닝이라는 것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참 매력적인 이야기로 들린다. 그런데 잠깐 생각해보자. 교과서의 문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 어떻게 스스로 조사를 할 수 있을까?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설명하지도, 상대의 의견을 정확하게 이해하거나 추론하지도 못하는 학생이 어떻게 친구와 토론을 할 수 있을까? 내 생각에 '추론'이나 '이미지 동정'처럼 고도의 독해력을 필요로 하는 문제의 정답률이 적어도 70퍼센트 이상 나오지 않는다면 액티브 러닝은 아마도 무리일 것이다. p23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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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공존하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AI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이를 위한 교육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학생들이 중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교과서를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세상에는 정보가 넘쳐나므로 독해 능력과 의욕만 있으면 어지간한 것은 언제 어디서라도 스스로 공부할 수 있다.
오늘날의 격차는 이름 있는 대학을 졸업했는가 그렇지 않은가, 대졸인가 고졸인가 같은 것에서 생겨나지 않는다. 교과서를 이해할 수 있는가 없는가에서 생겨난다. 현장의 교원들은 이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경제계에서는 "초등학생 때부터 영어를 가르치자", "중고등학교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교육을 실시하자" 같은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현장을 모르니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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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독해력을 향상시키는 데에는 다이어트처럼 간단한 처방전은 따로 없을 것이다. 교과서를 읽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반복 연습에 지나치게 의존했다든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건너뛰고 읽었다든가, 서술 내용에 모순이 있어도 "그렇게 적혀 있으니 맞겠지"라며 그냥 넘어갔다든가 하는 다양한 유형의 이유가 존재한다. p239-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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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중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모든 과목의 중학교 교과서를 읽을 수 있고 그 내용을 확실히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도록 가르치는 일이다.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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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펴보았듯 기업이 AI를 도입하는 과정에서는 고도의 지적 노동 업무만이 남고 단순노동은 임금이 낮은 나라에 위탁될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지적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사람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화이트칼라가 양극화되는데 그치지 않고 그중 대부분이 직업을 잃을 위험성이 있다.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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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하지 않은 새로운 일을 하다보면 아마 실패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독해력이다. 실패를 딛고 일어서서 다시금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면 우선 그 일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 이전까지 읽은 적이 없는 문서를 읽고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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