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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영화, 드라마

추방된 사람들

by 릴라~ 2005. 7. 15.
추방된 사람들
감독 토니 가트리프 (2004 / 프랑스)
출연 로맹 뒤리스, 루브나 아자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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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에 대한 영화.
그들이 잃어버린 고향으로, 그들 핏속에 흐르는 생명의 근원으로... 돌아가야 함을 이야기하는 영화.

별 다섯을 줄 만한 작품은 아니지만,
낯선 길 위에서의 풍경과 길을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강렬한 음악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음악이 없다면 이 영화의 묘미는 죄다 사라졌을 것이다.

프랑스에서 뿌리뽑힌 삶을 살았던 자노와 나이마.

프랑스인 자노. 돌아가신 아버지의 고향이자 자신의 유년 시절을 보낸 알제리로 떠난다. 기억은 희미하지만 그가 유일하게 행복했던 시절이기도 한 그곳으로. 거기서라면 그는 자기 삶이 어디서부터 어긋났는지를 되짚어 볼 수 있겠기에. 거기서라면 삶의 잃어버린 조각들을 되찾아 온전한 자신을 만날 수 있겠기에.

아랍 이름을 갖고 있지만 아랍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나이마. 세상 어디에서도 이방인이었던 그녀 역시 알제리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는다.

알제리를 향한 도보여행길, 치유를 향한 긴 여정 끝에 그들은 알제리에 닿고 알제리에 동화되면서 그들 존재를 새롭게 탄생시킨다. 상처는 치유되고,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 수피즘의 의식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강렬한 음악과 신들린 듯한 몸짓 속에서 자노와 나이마는 자신들의 묵은 한을 떨쳐내고 새롭게 태어난다.

이 영화는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나 방황하는 청소년기를 보낸 토니 갓리프 감독 자신의 이야기라고 한다. 유럽 문명에 대한 환멸이 은연 중에 느껴진다.

'프랑스에서 알제리까지, 5000km의 여정'...  그 카피 때문에 일부러 보러간 영화였다. '길'은 아직도 그렇게 나를 강렬하게 매혹시키지만 예전과는 좀 달라졌음을 느끼고 있다. 밖으로 밖으로만 향하던 나의 시선이 이젠 안을 바라보기 시작한 것일까. 언제나 나는 익숙한 것이 지겨웠고, 내 나라가 지겨웠다. 한국 바깥의 미지의 것들이 언제나 나를 유혹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이 땅의 아름다움이 내 마음을 점령해 버렸고 그 사실이 나를 놀라게 한다.

마르코 폴로.
어린 시절에 읽은 그에 관한 책 속에 이런 대목이 있었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이야기였다. 라마승이었던가. 아무튼 깊은 산중의 노승이 폴로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두 발로 걸어서 여행하는 사람이지요. 그것이 당신의 운명입니다. 당신은 이 땅에서 저 땅으로 몸과 마음을 옮겨 다닐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마음으로만 여행을 할 것이고 사람들이 믿지 않는 먼 곳까지 도달할 것입니다.'

아마 중학교 때였지 싶다. 그 때 나는 나 역시 두 발로 세상을 여행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직접 걸어가서 모든 것을 맛보는 것이 아마도 나의 길일 거라고.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언젠가는 그 고단하고 수고로운 여정을 마치고 한 곳에 있으면서도 마음으로 모두와 통할 수 있게 되기를 어렴풋이 꿈꾸었었다.

어쩌면 이제는, 마음으로 여행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도 같다. 마음과 마음을 따라 난 길을 걸어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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