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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영화, 드라마

왕의 남자

by 릴라~ 2006. 2. 19.
왕의 남자
감독 이준익 (2005 / 한국)
출연 감우성, 정진영, 이준기, 강성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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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초에 보았는데, 벌써 천만 관객 돌파라고 한다.

어린 시절의 모성 결핍으로 유아적 행동을 보이는 연산,
그 심리를 이해함으로써 천민에서 후궁의 지위까지 오른 녹수,
그리고 시골 남사당패에서 왕의 궁궐까지 진출한 광대 장생과 공길,

저자 거리, 궁중 무대, 왕의 침소라는 공간의 다이나믹한 배치와 이동,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인물들의 욕망과 소통이 절묘하게 맞물려
이 영화는 첫 장면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긴장감을 자아내었다.

이 영화에서 동성애 코드는 별 의미 없다.
이 영화는 상처와 그에 대한 치유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결코 과거의 한에만 천착하는 신파조로 흐르지 않고
극중 모든 인물들은 운명이 지워준 상흔을 훌쩍 뛰어넘어 일종의 해방을 이룬다.
그러기에 이 영화는 비극이 아니며 지극히 현대적인 정서를 담고 있다.

남사당패,  남창으로 여겨지기도 한, 조선 시대 하층민 중의 하층민.
그러나 장생과 공길은 운명이 자신들에게 부과한 역할을 거부하고 탈출에 성공,
대담하게도 왕의 면전까지 진출한다.
그리고 최고의 지위에 있는 왕 역시 자신들과 다를 것 없으며,
자유가 없다는 의미에서 오히려 더욱 불행한 인간임을 알게 된다.

이 지점에서 장생은 자신의 운명을 극복한다.
자신을 여기까지 밀고온 힘이 슬픔이었다면 그 슬픔은 삶 위로의 초월로 변모된다.
그는 생명의 위협도 굴하지 않고 공길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간다.
자신의 두 눈을 잃을지언정 인간으로서의 자부심은 잃지 않는다.

그래서 두 눈을 잃고 허허 웃는 장생과 공길의 마지막 줄타기 장면은 깊은 울림을 준다.
다시 태어나도 광대가 되겠다고...
그들은 운명의 굴레를 벗어나 인생을 초극한다.

'여기에도 있고 저기에도 있네' '여기에도 없고 저기에도 없네' 
둘의 마지막 대화는 선문답처럼 가볍게 날린다.
그들은 삶의 무거움을 관통하여 가볍게 걸어간다.

이 영화는 배우 이준기의 매력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다.
이런 종류의 아름다움을 예전에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아름다운, 맑고 순수하며 지극히 깊은, 그러나 백치미가 아닌.
여성적인 동시에 남성적인 그 깊고 그윽한 눈매를 보면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여배우도 보여주지 못한, 독특한 아름다움,
이 닳고 닳아빠진 세태에서 우리 모두가 갈망하던 아름다움을 그는 보여주었다.
사람을 질리게 하는 상업적인 섹시함도 아니고, 남성적인 파워도 아니고,
부드럽고 온유하고 평화로우면서도 성적인 매력이 은은히 풍겨나는 아름다움....
그에게 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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