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픈 사람 / 류근
네게로 쏟아지는 햇빛 두어 평
태양의 어느 한 주소에
너를 위해 불 밝힌 자리가 있다는 것
처음부터 오직 너만을 위해
아침 꽃 찬찬히 둘러본 뒤
있는 힘껏 달려 온 빛의 힘살들이 있다는 것
오직 너만을 위해
처음부터 준비된 기도가 있다는 것
너를 위해 왔다가
그냥 기꺼이 죽어주는 마음이 있다는 것
하느님이 준비한
처음의 눈빛이 있다는 것
그러니 너도 그 햇빛
남김없이 더불어 다 흐느껴 살다 가기를
이승에서 너의 일이란
그저 그 기도를 살아내는 일
그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
햇빛처럼 남김없이 피어나
세상의 한두 평 기슭에 두 손 내미는 일
착하게 어루만지는 일
더불어 따뜻해지는 일
네가 가진
빛의 순수와 열망을 베푸는 일
스스로를 용서하는 일
나,라고
처음으로 불러주는 일
세상에 너만 남겨져
혼자서 아프라고 햇빛 비추는 것 아니다
ㅡ <어떻게든 이별>,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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