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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스토리텔링

말은 운명의 조각칼이다 / 이민호

by 릴라~ 2021. 5. 24.

저자는 세바시 등에서 활약한 스피치 강사다. 유튜브에서 우연히 강의 장면을 보고 책도 있어서 찾아 읽게 되었다. '말하기'의 기본에 대해 영감을 주는 내용이 많다. 질문하기, 숫자로 말하기, 대사를 집어넣기, 비유로 풍성하게 말하기, 대조로 개념을 명확하게 하기, 상대방이 아는 것으로 모르는 내용을 설명하기, 세 가지 예시를 들어 구체적으로 말하기 등 말하기 기법도 쉽게 적용할 수 있지만, 초보자에게는 노하우를 가르치기에 앞서 스스로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는 말도 기억에 남는다. 말을 잘 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은 궁극적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가는 과정이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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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천문학자의 강연이 있었습니다. 한  남자는 강연을 들으며 가슴이 설레었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강연자와 마주친 그 남자는 자신의 어릴 적 꿈도 천문학자였다고 말합니다.

 

왜 꿈을 이루지 못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합니다.

"어릴 때 천문학자가 되고 싶다고 말하자 누군가 이렇게 말했어요. '천문학자? 돈도 안 되는 거 되어서 뭐 하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죄지은 듯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 꿈에서 점점 멀어져 갔습니다."

 

천문학자는 말했습니다.

"저도 어릴 때 천문학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어요. 그 말을 들은 삼촌은 '멋진 꿈이다! 넌 그 꿈을 꼭 이룰 거야!'라고 격려해 줬어요."

 

천문학자가 되고 싶었던 남자는 다시 묻습니다.

"그 말 한마디가 당신을 천문학자로 만들었군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천문학자는 손을 저으며 말했습니다.

"그게 아니었어요. 삼촌의 다음 말이었어요. 삼촌은 이렇게 말했어요. '살아가면서 제가 천문학자라는 꿈을 말하면 어른들이 이렇게 말할 거야. '돈도 안 되는 거 뭐 하려고?' 그럴 때마다 이렇게 말하면 돼. 이 말이 너를 지켜줄 거야. '저는 돈을 세지 않을 거예요. 별을 셀 거예요.' 저는 삼촌이 알려준 대로 했어요. 제가 실제로 내뱉든 안 내뱉든 그 말은 제 꿈을 지켜줬어요."

 

그 말은 거인처럼 작은 아이의 꿈을 지켜줬습니다. 갑옷처럼, 방패처럼, 군대처럼 아이의 소중한 꿈을 보호했습니다. 당신을 조각하고 있는 말 한마디는 무엇인가요? p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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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영하는 글의 힘을 강조하며 이런 말을 했습니다.

 

글의 힘을 믿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종이 한 장을 꺼내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먼저 쓰고 그 옆에 '내일 죽는다'라고 쓸 수 있겠냐고 물으면, 그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의 힘을 깨닫는다고 합니다.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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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문맹은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읽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문맹이란 '배우지 못하여 글을 읽거나 쓸 줄을 모름 또는 그런 사람'이라고 사전에 나옵니다. 어렸을 때는 더러 글을 못 읽는 사람이 있었지만 최근엔 글을 못 읽는 사람을 본 기억이 없습니다. 교육의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이죠. 교육을 받았기에 읽을 수 있게 되었고, 읽을 수 있따는 것은 또 배울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글을 읽지 못해 배우지 못하는 비극은 사라졌지만 다른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글이 아닌 마음을 읽지 못해 생기는 일들, 바로 '공감맹'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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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LG 등 기업체에 스피치 특강을 가도 마찬가지입니다. 강의 초반에 간단한 질문과 대답을 나누며 "우와, 역시 00이라서 다르군요"라고 회사 칭찬을 합니다. 이토록 간단한 격려가 2시간의 강연 분위기를 좌우한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어요.

 

고등학교에 특강을 가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답을 유도하고 "우와, 대단해요. 오늘 멋진 학생들을 만나서 정말 기쁩니다!"라고 진심으로 말하면 공기가 바뀝니다. 이런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는 인정과 칭찬을 항상활용하고 있습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초보들에게 '노하우'를 알려주기 전에 '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먼저 알려줘야 합니다.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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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의 첫 번째는 '유혹하기'입니다. 내 말을 듣게 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강태공이 된 마음으로 상대방을 유혹해야 합니다. 

 

수업 중에 최용성이라는 학생이 발표를 시작할 때였어요.

"여러분은 별명이 있으신가요?"

 

발표 시작과 함께 갑자기 질문을 했더니 다른 학새들도 마취총을 맞은 듯 집중하더라고요. 질문이 방아쇠가 되어 생각이란 총알의 속도와 방향을 만들어냅니다. 상대를 끌어들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질문하기입니다.

 

상대를 유혹하고,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질문해야 합니다. 흔히들 사람들은 남의 이야기에 관심이 없다고 하지요. 그런데 질문은 그 상황을 역전시키는 마법입니다. 질문을 하는 순간 발표자가 말하려는 주제는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가 되어 버립니다.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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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스토리를 듣고 감정이 움직일 수는 있어도 결정적으로 확신을 주기는 힘듭니다. 망설이는 상대에게 확신을 주는 마지막 한 방이 있어야 합니다.

 

그때 필요한 것이 신뢰입니다. 연구 결과나 명언, 이야기의 출처를 정확하게 밝히는 것이 사람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습니다.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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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숫자를 통해 계획적으로 말하라.

2) 비유를 통해 깊이 있게 말하라.

3) 구체적으로 진정성 있게 말하라. 

 

당신의 인생을 세 가지로 나눠볼까요? 멋진 자기 소개가 됩니다.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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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스티브 잡스의 연설문입니다.

 

[제 생모는 어린 대학원생 미혼모였습니다. 저를 입양 보내기로 결정했죠. (...) 저를 입양하기로 했던 변호사 부부가 마지막에 마음을 바꿨습니다. 대기명단에 있떤 부모님(입양한 부모님)은 한밤중에 전화를 받습니다. "갑자기 입양해야 하는 남자아이가 한 명 있어요. 괜찮으세요?" 저희 부모님은 대답했죠. "당연하죠." 이것이 제 삶의 시작이었습니다.]

 

대사가 들어가면 극적으로 바뀌고, 이 극적인 요소가 말과 글에 생명력을 불어넣게 되죠. 그럼, 이처럼 말하기를 연기로 전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생생하게 전달해야 듣는 사람도 그 상황에 공감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죠. (...)

 

따옴표 안에서 마법이 일어납니다. 처음엔 어색해도 연습하다 보면 좋아질 것입니다. 아이의 걸음마처럼, 컴퓨터 타자치기처럼, 자동차 운전처럼 점점 좋아질 것입니다. p9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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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정말 잘 들었습니다. 강사님의 열정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VS

"오줌 쌀 뻔했어요. 강연의 몰입도가 높아서 화장실 가고 싶은 생각을 까먹었어요. 방광의 압박을 견딜만큼 진심 좋았습니다."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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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제 영화를 한 편 봤는데 되게 재미있더라."

VS "똑같은 영화를 세 번 봤어요. 처음에는 저 혼자 봤고요. 그다음은 남자친구랑 봤고요. 세 번째는 엄마랑 가서 한 번 더 봤어요. 그 영화가 뭐냐면..."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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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관심' '경계심' 이 세 가지에 대해 정리해 봤습니다. '호기심'은 특이한 것, '관심'은 혜택, '경계심'은 불이익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했습니다. 

 

특이해야 쳐다보고, 특이한데 나와 관련이 있으면 계속 보는 거고, 특이한데 안 들으면 큰일나겠다 싶으면 사람들은 관심을 쏟습니다. 

 

아주 본질적이고 확실한 이야기 시작법이었습니다.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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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시간이 10분밖에 없는데, 말 잘하는 방법을 누가 묻는다면 저는 망설임 없이 "숫자로 말하라"고 이야기합니다.

 

'숫자'라는 키워드를 처음으로 꼽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 스킬은 누구나 금방 배울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고 큰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숫자의 힘을 가르쳐준 멘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잘만 사용하면 네 인생이 바뀔 거다. 1년 정도 하면 습관이 되고, 평생 말 잘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거야." p154-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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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선생님 두 가지 여쭤볼 게 있습니다."

 

선생님은 제 질문을 꼼꼼이 듣고, 필요한 답을 주셨습니다. 물론 대답해주실 때 이렇게 말씀하셨쬬. 

 

"민호야, 해줄 말이 세 가지가 있어."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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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만 생각난다고 하나만 말하기에는 뭔가 찜찜합니다. 이럴 때는 하나를 강조하는 느낌으로 살짝 변환해도 됩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 한가지만큼은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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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선청소기는 40분간 청소가 가능합니다."

VS

"기존 제품은 20분간 청소가 가능했지만 이 제품은 40분간 청소가 가능합니다. 이제 진정한 무선의 자유를 경험하세요."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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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친구'에 대해 질문하자 그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진정한 친구는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을 격려하는 사람입니다. 당신을 판단하거나 깎아내리지 않아요."

 

'판단하거나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고 격려하는 것'이 진정한 친구임을 그는 명확하게 정의했습니다. (...)

 

당신도 닉 부이치치처럼 대조 기법을 사용해 보는 건 어떨까요?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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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진정성이란 무엇인가요?"

 

제자의 질문에 선생님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다음에 밥 한 번 먹자." (A)

 

"이번 주 금요일 저녁 7시 신촌에서 만나 밥 먹을까?" (B)

 

"무엇이 더 진정성 있게 느껴지니?"

 

"두 번째입니다."

 

그래, 맞다. 구체적으로 말할수록 진정성이 있다."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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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스탠퍼드대학의 졸업식 강연 연사로 나선 스티브 잡스도 평소 아주 구체적인 스피치로 유명한데 "저는 어렸을 때 입양되었는데요, 생모는 저를 키울 상황이 아니었습니다."라고 말하지 않고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이야기했습니다. 

 

"제 생모는 어렸고, 미혼이었고, 대학원생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를 입양 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대학에서 자퇴한 이유도 "많이 힘들었습니다."라고 말하는 대신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1) 잘 곳이 없어서 친구 기숙사 바닥에서 잤고, 2) 식비를 벌기 위해서 공병 회수를 했습니다. 3) 공짜 밥을 한 끼 얻어먹기 위해서 7마일을 걸어서 힌두교 사원까지 매주 걸어가곤 했습니다."

 

캘리그래피 수업을 청강했던 첫 느낌을 설명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보통 사람 같으면 "캘리그래피는 멋졌습니다." 정도로 말했겠지만 잡스는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1) 아름답고, 2) 전통적이었고, 3) 과학이 잡아내지 못하는 방식의 미묘함이 있었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스피치는 구체적인 세 가지가 반복됩니다. 우연일까요? 이건 선택입니다. 스티브 잡스는 알려져 있듯 미니멀리스트이자 완벽주의자입니다. 그가 선택한 숫자는 3이었습니다. p183-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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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친구가 "나 예뻐?"라고 물어볼 때 "응, 예쁘지!"라고대답한다면 어떨까요? 너무 성의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죠?

 

"예쁘지. 눈이 크고 맑고, 코도 오똑하고, 입술은 미구 여배우들보다 매력적이야."라고 말한다면 좀 더 구체적입니다. 

 

"음식 맛있어?" 엄마가 물어볼 때 애써 식사를 차려준 엄마에게 '네."라는 대답은 아쉽습니다. 진심이 잘 전달되려면 구체적으로 말해야 합니다. 

 

"엄마, 오늘 진짜 맛있네요. 밥도 찰지고, 국도 간이 딱이네요. 그리고 이 오이소박이는 마트에서 팔아도 될 만큼 맛있어요."

 

이렇게 대답하면 엄마는 활짝 웃으실지도 몰라요.

 

영화를 보고 나온 당신에게 "그 영화 어땠어?"라고 묻는다면 "재미있었어!"라고 대답하기보다는 "재미있었어.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했고, 연출도 탄탄했떤 것 같아. 무엇보다도 음악이 좋아서 귀가 호강하는 느낌이었어."라고 말한다면 그 말을 들은 친구는 영화관으로 달려갈 겁니다.

 

이처럼 생활 속에서 세 가지 예시를 습관으로 만들면 말하기의 클래스가 바뀝니다. p186-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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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생활은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VS

"1년 정도 지나니 노트북의 키보드와 의자가 하얗게 변해 있었습니다. 긴장해서 흘린 땀의 소금기 때문이었습니다."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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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이 크다"

VS

"100제곱미터, 고속버스 3대가 들어갈 정도로 큰 교실이다."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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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이 책이 어떻냐고 물어본다면 "재미있어!"라고 말하기보다 이렇게 표현해 보세요.

 

"서점에서 한 번 훑어보려고 집었다가 1시간 넘게 서서 읽었어."

 

"우와, 정말 재미있나 보네."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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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가 편하다." 

VS

"팬티만 입은 기분이다."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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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노트북을 사려고 그곳을 찾았습니다. 한 바퀴 둘러보는데 노트북 앞에 '듀얼코어/쿼드코어' 이런 게 써있더라고요. 가격은 10만원 정도 차이가 났어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보니까 '헤르츠' 숫자가 다른데, 그게 무슨 의미인지 제가 알 리 없잖아요.

 

그때 어떤 분이 다가오더니 기가 막힌 설명을 해주시더라고요.

 

"듀얼코드와 쿼드코어의 차이요? 간단합니다. 듀얼코드는 지구언이 두 명이고 쿼드코어는 지구언이 네 명인 거예요. 그러니 훨씬 빠르죠!" (...)

 

쿼드코어는 또 3세대와 4세대로 나뉘어 있더라고요. 이건 뭐가 다르냐고 여쭤봤어요. 그분은 또 기가 막힌 설명을 해줬습니다.

 

"둘 다 네 명의 직원인데, 3세대는 일반 직원이고 4세대는 근육질 직원입니다. " p20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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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태국에 여행을 갔어요. 태국 가서 처음 도착한 곳이 '카오산 로드'라는 곳인데 제가 아무것도 모르고 따라간 여행이었기 때문에 어떤 곳이냐고 아내에게 물어봤어요. 아내가 말을 못하는 사람 같았으면 "음식점도 많고 외국 사람들도 많고 쇼핑할 곳도 많은 곳이야."라고 말했겠죠. 아내는 딱 한마디만 했어요.

 

"태국의 이태원!" 

 

이틀 뒤 한 시간 정도 차를 타고 이동을 했어요. 시내로부터 꽤 떨어져 있는 유명한 유적지였어요. 가는 길에 물어봤죠.

 

"오늘은 우리 어디 가는 거야?"

 

"응, 경기도 수원!"

 

상대방이 아는 것에서 출발하면 쉽고 즐거워요. 상대방이 아는 게 뭔지 모르니까 자꾸 어려운 말을 쓰는 거 아닐까요? 잘 전달하려면 상대방이 아는 것으로 모르는 것을 설명해야겠지요. p21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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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 때문에 너무 괴로워요."

VS

"저는 아토피를 심하게 겪었습니다. 그 고통은 마치 달궈진 프라이팬에 올라가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p214

 

 

 

 

https://youtu.be/_F-K0Qaz2S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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