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 일출을 보러 동네 천을산에 올라간 날,
학생들이 친구들끼리 많이 올라왔다. 울 학교 학생들도 몇 만났으니까.
해돋이를 보고 하산하는 길,
고등학생 몇의 대화가 귓전에 박힌다. 대륜고 같았다.
"여기가 해발 천 미터쯤 되나?"
다른 녀석이 말한다. "여기 해발 써도 되나?"
참다참다 못해서 참견했다.
"여기 200미터예요."
실은 156미터다. 학생이 100미터에 충격받을까봐 대충 200미터라고 말해줬다.
그리고 학생들을 지나쳐 내려가는데 뒤에서 난리가 났다.
"야 이 바보야, 아주머니께서 얼마나 답답하면 말해주고 가셨을까?"
"한라산이 1800미턴가 그런데 여기가 우째 천 미터겠노?"
"완전 바보다 바보.... 어쩌구저쩌구...."
한라산은 1950미터인데, 난 속으로 말했다.
그리고 알았다. 아, 학생들이 정말 개념이 없구나.
개념이라는 것도 기본적 경험이 있어야 생기는구나.
천 미터 산에 한 번만 올라가봤으면 여기가 천 미터라고는 말 못할 텐데.
아이들 공부가 다 저렇게 이해 못할 개념들을 머리에 집어넣는 거에 불과하구나.
경험의 중요성을 다시 깨달았다.
어찌됐건 천 미터냐고 물은 학생은, 천을산에 올라왔기에 그런 의문을 갑자기 품은 것이다.
여기가 몇 미터쯤 될까, 하고.
자기가 경험해보니 질문이 생긴 것.
당연한 말이지만 배움은 절대로 책상 앞에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삶의 자잘한 많은 경험을 토대로 그것에 논리의 빛을 비추어 소화해가는 것이 배움이다.
학원 다닌 거랑 게임한 거 말고 해본 것 없는 아이들이
어떻게 잘 배우리라 기대할까.
풍부한 일상이 있어야 잘 배울 수 있다.
학교 이야기/schooling
배움은 책상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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