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sheshe.tistory.com
책 이야기/교육 관련

삶을 위한 수업 / 마르쿠스 베른센, 오연호 _ 덴마크 교사들의 이야기

by 릴라~ 2022. 7. 26.

"행복한 나라 덴마크의 교사들은 어떻게 가르치는가"라는 부제에 이끌려 도서관에서 책을 집어들었는데 기획자가 오연호라 더 관심이 갔다.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깨고 처음부터 끝까지 매우 쉽게, 술술 잘 읽힌다. 덴마크 교사 10명의 수업 이야기를 생생한 대화와 함께 엮어갔기 때문이다. 수업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수업 철학과 삶의 철학을 쉽고 간명하면서 핵심을 간파하며 읽을 수 있는 책. 한 마디 한 마디가 내 생각을 대변해주는 것 같다. 모두에게 권한다. 

 

##

 

덴마크를 포함한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은 아이들이 야외에서 노는 것을 어찌 보면 광적으로 좋아한다.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은 야외 활동이 아이들의 성격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왕성하게 자기 인생을 사는 데 보탬이 된다고 믿는다. 자연에서 놀 때 아이들은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해야 한다. 스스로 놀이의 규칙을 만들어야 하고 자신의 역할도 파악해야 한다. 변화무쌍한 날씨를 경험하고, 사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나무에 오르고, 진흙 속을 헤치면서 아이들은 감각을 기르고 세계를 탐험한다. 그러면서 육체적으로도 더욱 강한 자신감을 갖게 된다.

 

한국에서는 이런 경험들이 부족했다. 나는 서울에서의 삶이 좋았고 한국의 야망과 에너지가 좋았다. 그런데 서울에서 몇 년을 보내면서 나는 스칸디나비아의 문화와 시스템을 그리워하게 되었다.

 

나는 내 아이들이 '자기 스스로'의 속도로 자라기를 바랐다. 아이들에게 공부에 대한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새로운 것은 좀 더 자란 다음에 배워도 충분하지 않은가. 나는 내 안에 스칸디나비아 사람으로서의 뿌리가 아주 깊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꼈다. 결국 나는 어디서든 잘 적응하는 실용적인 세계시민은 아니었던 셈이다.

 

(...)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뒷걸음질하는 것 같다. 한국의 교육은 공부를 잘하는 학생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공부를 잘하는 소수의 학생들만 좋은 교육을 받고 원하는 직장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며 나머지 다수는 뒤처진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 뒤처진 다수는 인생의 젊은 시절 대부분을 실현 불가능한 기대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셈이다. 무언가를 달성하려고 노력하지만 그것은 언제나 그들의 능력 밖에 있다. 결국 지쳐 절망하거나 불행하다고 느낀다. p15~16

 

##

 

학생들은 그가 수학이나 과학을 '재미있게' 가르친다고 이야기한다. 학생들의 이런 평가에 대해 그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설명한다. '재미있게'보다 '실감 나게'가 더 중요하다고.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실생활과 관련지어 수업을 하고 실감 나게 가르칠 수 있을지 늘 생각해요. 나는 수학, 물리, 천문학을 무척 좋아하지만, 많은 학생들은 이 과목들과 친숙해지는 것 자체를 힘들어할 수 있죠. 그래서 교사인 내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 과목들이 우리 학생들의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각인시켜 주는 겁니다. 나는 이렇게 말해요. '여러분이 수학의 세계로 들어가지 않는다면 앞으로 살면서 누릴 수 있는 많은 경이로운 것들을 놓치게 될 거야.!"p30-31

 

##

 

모든 학생은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 이런 기분이 들어야 한다. "오늘 학교에서 좋은 경험을 했어." 공부가 힘든 학생에게는 쉬운 숙제를 내주자. 만약 그것도 힘들어하면 더 쉬운 숙제를 내주자. 모든 학생에게 단 한 가지라도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자. p47

 

##

 

내 아이가 최고이길 바란다면 그것은 축구 시합장이나 음악 경연대회로 충분해요. 학교와 교실에서는 그러면 안 됩니다. 교실은 공동체이기 때문이죠. p104

 

##

 

덴마크의 학교에서는 8학년이 될 때까지 점수와 등수를 매기지 않는다. 교실이 우등생과 열등생이라는 두 개의 그룹으로 나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성적을 매기지 않아도 학생들은 우리 반에서 누가 수학을 잘하고 누가 야구를 잘하는지 다 알고 있다. 

 

학생들이 서로 경쟁하는 것은 허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경쟁에는 나쁜 경쟁이 있고 좋은 경쟁이 있다. 나쁜 경쟁은 오로지 잘하는 학생에게만 도움이 된다. 반면 좋은 경쟁은 모든 학생에게 동기를 불러일으키고 뒤처진 학생도 잘할 수 있게 도와준다. p152

 

##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과 자부심이죠. 스스로를 쓸모 있는 사람이라고 여기는 마음,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그것만 있으면 나머지는 다 따라옵니다. p160

 

##

 

크로그는 "학교생활에 흥미를 잃은 학생들에게 나타나는 가장 일반적인  신호는 스트레스나 피로가 아니라 목적의식의 상실"이라고 말한다.

 

"학생들은 처음에 이런 의문을 품기 시작합니다. '왜 열심히 공부해야 하지?' '나는 왜 매일 아침 여기에 오고 숙제를 해야 하지?' '학교 생활의 진정한 목적은 뭐지?' '이 모든 것은 무엇을 위해서지?' (...)" p171

 

##

 

'학교 피로'를 느끼는 이유가 어떤 특별한 하나의 원인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이 어떤 상황에서 그저 휴식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모든 아이가 한번쯤은 학교를 때려치우고 싶어 하죠. 특히 8, 9학년 아이들은 내면의 모든 것이 격동합니다. 그들은 성적을 걱정하고 고등학교 진학을 걱정하죠. 학교에 다니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따집니다. (...) 10대들은 많은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가는데 가끔은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일들에서 해방시켜줄 필요가 있어요."p174-175

 

##

 

인생에서 어떤 벽을 만날 때마다 나는 춤을 통해 극복했어요. 학생들은 처음에는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이해하지 못해요. 그러나 1년을 함께 보내면서 서서히 그 의미를 깨닫습니다. 춤을 통해 나의 감정을 마주하고 울분을 발산하고 기쁨을 표현하면서 아이들은 비로소 느끼게 됩니다. '우리 선생님 말이 정말 맞았어. 춤이 나의 치료제였어.'"

 

##

 

앵엘룬은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학생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섬을 한 바퀴 돈다. 그러면서 학생들에게 묻는다. "최근에 재미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니?" 작은 섬에서 무슨 큰일이 일어날까 싶지만 아이들은 작은 변화도 잘 알아챈다. 어떤 학생은 들판에 있는 말 한 마리를 봤다고 할 수도 있고, 어떤 학생은 항구에 새 배가 들어왔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면 앵엘룬은 다같이 보러 가자고 제안한다.

 

"학생들이 무엇을 관찰하고 무엇을 질문하든 우리의 수업은 거기에서 시작합니다. 나는 학생들이 탐구하고 조사할 만한 소재를 만들어내기 위해 항상 구실을 찾아요. 아이들은 그럴싸한 아이디어와 좋은 질문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모든 아이들은 타고난 호기심으로 세상을 바라보죠. 교사의 입장에서 볼 때 아이들의 호기심이야말로 최고의 수업 자료입니다. 어떤 교과서나 어떤 어플리케이션보다 훨씬 낫죠. 우리는 그 호기심을 계속 불러일으켜야 합니다.

 

학생들이 오늘 하루 무엇을 배울지 스스로 결정하면 수업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당연히 그 주제와 관련된 새로운 지식도 아주 잘 받아들이죠. 아이들은 일종의 프로젝트 수행에 돌입한 것처럼 엄청나게 집중합니다. 나는 이런 상태를 가급적 오래 지속시키려고 노력해요. 물론 아이들은 언젠가 복잡한 나눗셈을 배워야 합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들판을 돌면서 말 사육법을 배우느라 온통 집중해 있다면 나는 수학 공부를 잠시 미루더라도 지금의 배움에 더 충실합니다."p218-220

 

##

 

덴마크의 한 연구에 따르면, 교실에서는 선생님이 80을 말하고 아이들이 20을 말하는데 야외에서는 이 비율이 50 대 50으로 바뀐다. 아이들 사이에 갈등이 줄어들고 서로 협력하는 법을 배운다. 공간이 넉넉해지면 함께하는 것도 훨씬 잘한다.

 

학교와 교실에서 주눅 들던 아이들도 현장에 가면 활기를 띤다. 학교와 교실에서 경험하던 위계질서가 바뀌기 때문이다. 수학 수업, 축구 수업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학생도 사회 현장에 나와서는 두각을 나태낼 수 있다. 새로운 무대, 새로운 도전거리 앞에서 빛을 발한다. 이 모든 변화들은 학급 분위기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p237

 

##

 

그분의 말투는 좀 어눌했지만 학생들은 그가 체스를 무척 사랑하고 있으며 하고 싶은 이야기가 가득 차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아챘어요. 나는 놀랐죠. 열정적인 사람들은 자기가 열정을 바치고 있는 일에 대해 설명할 때 얼마나 탁월한가? 이 점에 대해서 학교 교사들이 더 많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열정을 유지하라!'" p240-241

 

##

 

덴마크의 부모들은 자식의 연봉이나 직장의 안전성을 걱정하지 않습니다. 대신 이걸 걱정합니다. '내 아이가 열정을 가지고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을 과연 스스로 찾을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다양한 어른들의 삶을 학생들에게 더 많이 소개해주고 싶습니다. '다른 길은 참 많아. 그러니 다른 길로 가도 괜찮아. 꼭 대학을 가야 하는 것은 아니야. 공부는 못했지만 사회에서 매우 창의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꽤 많아.' 나는 학생들에게 사회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직업이 매우 다양하다는 것을, 행복을 찾는 방법도 매우 다양하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습니다. p245-246

 

 

 

 

300x25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