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부터 오륙년을 함께 보낸 어항을 정리했다. 뭐든 가꾸는 걸 좋아하는 D의 흔적이다. 그간 물고기들은 수명을 다해 하나씩 사라지고 남은 건 D가 매호천에서 잡아온 다슬기. 열 마리쯤 넣은 게 백 마리 넘게 불어났다. 그들과의 작별이 조금은 아쉽지만 피아노를 거실로 옮기려면 어항을 정리해야 한다. 세 차례 다슬기를 그물망으로 건져서 매호천에 데려다주었다. 어항이 꽤 커서 다슬기를 한 번 훑고 나니 또 새로 보여서 세 번 걸음을 했다. 사진은 마지막 남은 몇 마리.
이른바 다슬기 방생. '방생'이란 '살생하지 않고 생명을 놓아주다'란 뜻이다. 생명을 놓아주다. 집에서 5분 걸어나가면 나오는 매호천에 다슬기들을 방생하며 생각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생명도 내려놓을 줄 알아야겠다고. 생명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우리 삶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생명은 내 것이 아니라 나보다 더 큰 우주의 인연을 따라간다. 신의 손길 안에 있는 것이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조금 겸허한 마음이 들었다. 물가에 다슬기 작은 녀석들을 하나씩 떨구면서 내 삶에 대한 집착도 조금 내려놓는 기분이었다. 신이 언제 데려가시더라도 기쁘게 떠나야지 하면서. 내가 돌아가는 그곳이 이 세계와 분리된 딴 세상이 아니라 이 세계를 포함하는 더 큰 우주일 것이므로. 다슬기를 풀어놓으며 짧은 순간이긴 했지만 생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았다. 내 생명도 신의 품에 자유롭게 풀어놓는다 생각하니 이상하게 마음이 평화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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