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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일상의 기록

세파가 남기는 것

by 릴라~ 2009. 7. 12.



세파는 두 가지 종류의 사람들을 만든다.
살아가는 동안 파도에 자신의 모든 부드러운 면이 다 깎여나가고
억세고 모난 부분만 남은 사람.
또는 자신의 강인한 기질이 다 깎여나가고
부드러움만 남은 사람.

물론 전자보다는 후자가 더 아름답다. 그러나 아름답지만 슬프다.
고교 시절 날카롭고 입바른 소리를 곧잘 하셨던 선생님을 7, 8년 후에 우연히 만난 적이 있는데
그 부드럽고 둥글둥글해진 인상에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그 모습이 좋지 않은 건 전혀 아니었지만, 그 선생님을 다른 분과 구별시켜 주던
그 또렷한 눈빛이 사라져서 왠지 슬펐던 기억.

부드러움을 간직하되 가슴 속에는 언제나 세태와 맞서는 칼날 하나를 품은 사람,
약자에게는 한없이 겸손하되, 강자에게는 참으로 당당한 사람,
그가 바로 노무현이었다.
세파가 자신을 조각하는 대로 가만히 있지 않고
시대의 파도를 넘고 언제나 그보다 한 걸음 앞서 갔던 사람.

지난 십 년간 세파는 나를 어떻게 조각했을까,
부드러움이 쓸려 나갔을까, 억셈이 쓸려 나갔을까, 그 결과 무엇이 남았나.
그간 나는 무엇과 싸워왔을까, 아니 싸운다는 의식은 있었던가.

파도 앞에서 수동적인 존재로 남아서

억셈만 남는 것도, 부드러움만 남는 것도 원치 않는다.
스스로 파도를 타고 그 파도 속을 달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날카로운 칼날 하나를 벼리되, 부드러운 춤을 추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래는 안경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의 이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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