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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야기/학교 이야기

결국 7교시가 부활하는구나

by 릴라~ 2010. 3. 23.

개학하고 넘 바빠서 블로그의 존재를 잊고 있었네. 글은 쓰면 쓸수록 쓸 거리가 많아지고, 안 쓰면 안 쓸수록 쓸 거리가 없어진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쓸 때는 할 말이 넘쳐났는데, 한 달 이상 손을 놓고 있다보니 자판을 두드리는 것이 살짝 어색하다.

다음 주부터 드디어 7교시를 한단다. 중학교에 보충수업이 부활하는 셈이다. 학부모 동의서도 걷지 않고 무조건 신청하라는 가정통신문이 나가고, 결국 그게 말썽이 되어서 새로 통신문이 나갔는데, 거기에는 '불참' 란이 있었다. 그런데 불참 란에는 체크하지 말라고 독려하란다.

북한도 아니고,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니라서 부모님과 의견 일치하에 불참하고 싶은 사람은 불참에 적어내라고 했더니, 전교에서 우리 반에 불참이 제일 많다. (그래봤자 11명에 불과하지만, 다른 반은 대부분 없거나 한두 명 수준이고 단 한 반이 불참 6명이었다.)

7교시 강좌에 음악, 체육 과목이 몇 있지만 제한 인원이 있어서 그건 무늬에 불과하고 결국 국영수사과 위주로 돌아간다. 단과반, 종합반 이렇게 모집해서 학교에서 학원을 여는 꼴이다.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은 누구일까. 교장의 독단일까, 교사들의 무능함일까, 학부모들의 방관일까. 근본적인 문제는 나는 교사들의 무능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슬프지만 그렇게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교장이야 원체 사고방식이 단단하게 굳어서 다른 생각은 전혀 못하는 사람이니 그렇다 치고, 그것을 바로잡지 못하는 정상적인(?) 교사들의 무능함이 더 큰 문제가 아닐까. 학부모들이야 혹시 내 자식에게 뭔가 손해가 될까봐 쉽게 말 못하는 거고.

교사들의 협조 없이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인데, 7교시 못 가르치겠다고 이야기한 사람은 1, 3학년 국어과 교사들뿐이었다. 결국 우리만 빠지게 되었고, 그 시간에 자습반이나 독서반을 감독하거나, 아니면 국가교육과정에서 원래 의무로 해야하는 부진반을 지도하게 될 것이다.

우리 학교가 낙후 지역이나 농어촌 지역이 아니고 가장 교육열이 높은 지역에 속하기 때문에, 7교시는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고, 학생들의 학원 시간만 한 시간 늦출 뿐이라는 걸 다들 알면서, 왜 막지 못하는 걸까. 반대하는 선생님들도 자기 학급에 들어가서는 불참하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는 걸까. 꼭 그래야할까. 그러지 않아도 아무 문제 없는데.

공짜로 하는 것도 아니고 학생들에게 돈을 걷어서 실시하는 7교시인데, 학생들에게 돈 내라 해놓고 하기 싫어하는 애들에게 가르쳐도 좋을까. 원하는 사람만 하면 아무 문제 없는 것을.

정말 내 수업을 듣고 싶어하는 학생이 있다면 돈 안 받고 가르쳐 줄 수 있다. 학교에서 어떤 일이 있어도 돈을 걷어서는 안 된다. 7교시를 거부하든지, 아니면, 돈 안 받고 가르쳐주겠다고 하든지. 어느 나라에서 애들 강제로 한 시간 더 남기고 돈을 받을까. 정말 배우고 싶은 학생이 있다면 그냥 가르쳐주면 된다.

어쨌든 우리가 막지 못했으니, 그 고통스러운 결과들도 우리가 지고 갈 수밖에. 이 미친듯이 돌아가는 컨베이어벨트가 멈춰설 날은 언제일까. 이 세상을 사는 나 자신의 두려움은 많이 줄어들었는데, 다함께 손잡고 바른 길을 가는 것이 참 어렵고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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