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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영화, 드라마

<열두 살 샘>, 오늘을 영원히 사는 법

by 릴라~ 2012. 5. 12.

 

 

 

사람이 영원히 살 수 있는 길이 있을까? 삶이 지금처럼 익숙해지기 전엔 이같은 질문을 좀 더 자주 던졌던 것 같다. 물론 물리적 시간 안에서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며, 죽은 후 천국과 지옥 같은 물리적 장소에 간다고 생각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런 물리학적 시간과 공간의 차원을 넘어서 삶의 영원성이 실재한다는 느낌은 분명히 받았다.

 

영화 <열두 살 샘>. 백혈병으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샘과  펠릭스 둘만을 위한 수업에서 선생님은 말한다. 인류가 아주 오랫 동안 그 방법을 찾아왔는데 모두가 동의하는 건 단 한 가지라고. 영원히 사는 길은 이 세상에 무언가를 남기고 가는 것이며 그건 바로 예술이라고.

 

선생님의 조언으로 샘은 자신의 일상을 노트에 기록하고 비디오로 촬영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소아 백혈병 환자의 90%가 완치되지만 샘은 그 속에 들지 못하는 10%에 속한다. 

 

죽음이나 시한부 인생을 다룬 영화는 많다. <열두 살 샘>의 매력은 열두 살 백혈병 환자 샘이 그 나이에 바라보는 죽음이자 그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관한 영화라는 점이다. 샘과 펠릭스의 병은 점점 악화되지만 이 둘은 자신의 병과 죽음을 객관화해서 탐구하고 그래서 아픈 와중에도 십대의 생기발랄함을 끝까지 놓치 않는다. 더 길게 살았다면 아마 과학자가 되었을 것 같은 지적이고 총명하고 재기발랄한 샘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살아 있다는 것의 의미, 누군가와 삶을 나누는 것의 의미가 마음을 잔잔히 적셔온다.

 

 

 

샘의 병세가 호전될 기미가 없자 샘의 어머니는 울음을 터뜨리고 샘은 다음과 같이 위로한다.

 

"엄마, 걱정 마세요. 내가 하늘 나라에 가서 따질게요."

 

어머니는 샘을 포옹하며 대답한다.

 

"다시 돌려보내라고 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안 샘이 선택한 것은 '버킷리스트'다.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것들.  "과학자 되기, 공포영화 보기, 에스컬레이터 거꾸로 타기, 비행선 타보기, 어른처럼 술 마시고 담배 피기, 여자친구랑 진하게 키스하기, 우주선 타고 별보기........" 그건 열두 살 짜리가 삶에서 해보고 싶을 법한 것들이었고, 순간의 충동이 아니라 심사숙고 끝에 나온 엄선된 목록이었다. 샘은 그것들을 하나하나 지워가면서 자신의 남은 시간을 꽉꽉 채운다. 함께 추억을 만들던 친구 펠릭스가 먼저 세상을 떠나도 의연하게 남은 소망들을 이루어낸다. 

 

이 과정은 샘에게 죽음의 위협 속에서도 삶을 생기 있게 사는 법을 가르쳐주는 동시에 샘의 가족에게도 영원히 잊지 못할 선물을 안겨준다. 특히 샘의 아버지(아직 젊은)는 샘의 병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지금의 상황에 어쩔 줄 몰라하는데, 샘의 꿈을 도와주면서 샘의 짧은 삶이 지닌 가치를 인식하게 된다. 삶은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소망하는 것을 행하는 것, 그것에 조금씩 다가가는 것, 사랑하는 이와 함께 그 순간의 느낌을 온전히 나누는 것이다. 함께 있음의 축복을 누리는 것이다.

 

샘은 열두 살 나이에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생을 온전하고 충실하게 맛본다. 탐구하고 추적하고 관찰하고 오늘을 오롯이 산다. 그 오늘엔 꼼짝도 할 수 없을 만큼의 통증이 밀려오기도 하고, 비행선을 타고 하늘을 날기도 하고 기대도 못했던 첫키스가 다가오기도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한 순간도 있다."

 

하여 나는 샘의 짧은 삶이 미완성이 아니라 그 자체로 완성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우리들 각자도 지금 이 나이에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것들을 신중히 선택하고 추구하고 탐구하고 행하고 기다리고 그것에 다가가면서 살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것이 열두 살 샘이 우리들에게 가르쳐주는 지혜이다.

 

 

 


열두살 샘 (2012)

Ways to Live Forever 
7.7
감독
구스타보 론
출연
로비 케이, 벤 채플린, 에밀리아 폭스, 그레타 스카키, 알렉스 에텔
정보
드라마, 가족 | 영국 | 90 분 | 2012-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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