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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영화, 드라마

<점프 아쉰>, 자신의 길을 걷는다는 것

by 릴라~ 2012. 5. 19.

 

 


살다 보면 길을 잃고 헤맬 때가 있다. 세상이 어둡거나, 아니면 우리들 마음이 어두워서. 세상의 어둠이 이유라면 어둠이 걷힐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하지만 돌이켜보건대 대부분의 방황은 나 자신의 무지와 몽매에서 비롯되었다. 그 어떤 훌륭한 가르침도 나를 그것에서 꺼내주지 못했다. 그것은 우리들 각자가 겪어내야 하는 것이었다. 청춘을 방황의 시기라 부르는 건 그 때문이리라.

 

<점프 아쉰>은 자신의 진정한 소망을 깨닫기까지 한 청년이 겪어야했던 길고 혹독한 방황을 다룬 영화다. 주인공 아쉰은 어릴 때부터 체조에 전부적 재능이 있었지만 한쪽 다리가 짧다는 신체적 핸디캡과 생활고를 겪는 어머니의 반대로 체조를 중단한다. 그리고 어머니의 구멍가게에서 일하며 배달일을 한다. 

 

아쉰은 그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 동네 양아치가 되어 싸움질이나 일삼으며 시간을 그저 흘려보내기만 한다. 급기야는 단짝 친구 피클의 우발적 살인으로 고향을 도망치는 신세가 되고 타이뻬이 뒷골목 조폭 세계를 전전하는 데까지 이른다. 그곳엔 의미 없는 하루하루가 있을 뿐 돌아갈 집도 미래도 없다. 기약 없는 세월만이 남아 있다.

 

피클은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한다. 고향을 눈물겹도록 그리워하지만 살아서 그 소원을 이루지 못한다. 그는 자신의 실수로 친구 아쉰의 인생을 망쳤음을 가슴아파하면서 아쉰에게 고향으로 돌아가 다시 체조를 하라는 편지와 돈(다른 조폭 두목을 처치하는 대가로 받은)을 남기고 상대편 일파를 처치하러 가다가 결국 죽음을 맞는다.

 

피클의 죽음이 아쉰에겐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아쉰은 더이상 회피하지 않고 문제에 정면으로 부딪히기로 결심한다.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지기로 한 것이다. 그는 고향으로 돌아와 피클이 죽인 동년배의 아버지를 찾아가고 과거의 끊어진 고리를 하나씩 풀어간다.  그리고 그가 진정으로 원하던 체조를 시작한다. 과거에 체조를 그만둔 건 어머니의 반대나 코치 선생님 때문이 아니라 그 자신의 선택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자신의 의지로 다시 모든 걸 시작한다.  

 

어쩌면 방황은 우리가 삶을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징표가 아닐까 싶다. 아쉰의 몸서리쳐지는 방황은 그가 체조를 그만둔 것을 얼마나 마음 아파했는가를 그 자신 의식하지 못하는 대신 그의 온 존재가 대변하고 있었던 것이리라. 그래서 그가 방황을 끝내고 다시 도마를 짚고 회전하는 모습은 한 장면 한 장면이 경이롭고 아름답게 다가왔다. 그가 잡고 있는 봉과 딛고 있는 매트가 살아있는 생명을 지닌 대상처럼 눈부시게 보였다. 그가 자신이 마땅히 있어야 할 곳에 있고 그것에 모든 열정을 바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과거에 다리 길이 때문에 불안했던 착지를 극복하고 완벽하게 착지한다. 그가 자신의 삶에 성공적으로 안착했음을 은유하는 대목이다. 결국 아쉰은 전국체전 도마 부문에서 1등을 차지하지만 이 영화가 그려내는 건 아쉰의 성공이 아니라 자신의 '길' 위에 서 있는 것의 의미이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재능을 합당하게 쓰고 우리가 있어야 할 곳에 있을 때 '평화'라는 선물을 얻을 수 있다고 영화는 말하고 있었다. 방황은 우리 삶에 더 좋은 것이 있다는, 그것을 찾으라는 영혼의 외침인 것이다.

 

<점프 아쉰>은 린유신 감독이 대만 유명 체조 선수였던 자신의 친형 이야기를 직접 영화화한 작품이라 한다. 실화라서 더 실감 있게 다가온다. 긴 방황 끝에 되찾은 꿈의 소중함이 우리에게 감동을 줄 뿐 아니라 묵직한 질문도 함께 안겨주었다. 우리는 지금 우리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지, 그 길이 주는 평화를 음미하고 있는지 가만히 되묻게 되는 것이다.

 

 

 

 


점프 아쉰 (2012)

Jump Ashin! 
6.8
감독
린 유쉰
출연
펑위옌, 임진희, 가우륜, 진한전, 용소화
정보
드라마 | 대만 | 126 분 | 2012-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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