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아는 것도 쉽지 않지만 우리가 사는 지금 이 시대를 이해하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세상의 모든 풍경을 볼 수는 없으며 그것을 해석하는 우리의 능력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지요. 작가와 예술가들이 필요한 것은 그러한 이유에서일 것입니다. 그들의 독창적인 시선은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감추어진 삶의 진실들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힘이 있습니다.
“20세기를 가장 잘 정의한 책”으로 평가 받는 조지 오웰의 <1984년>이 보여주는 세계는 완벽한 통제 국가입니다. 주인공 윈스턴이 '진리국'에서 하는 일은 과거의 사실들을 조작하는 것이에요. 실제 일어난 모든 일들이 당의 요구에 맞게 수정되고 당의 의도에 배치되는 사실들은 영구히 폐기됩니다. 거짓말이 역사가 되고, 사람들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여 진위를 판단하는 능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당의 통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들은 ‘신어’ 사전을 만들어 자유, 평등, 저항이라는 단어에 담긴 원래 뜻을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제거하는데 성공하지요. ‘평화국’이 전쟁을, ‘애정국’이 고문을 담당하지만 아무도 의문을 품지 않습니다. 진실을 알고자 분투하는 윈스턴 또한 체제의 강고함 앞에선 결국 무너지고 맙니다.
안타깝게도 2013년 대한민국의 언론 현실 또한 오웰이 보여주는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강바닥을 온통 파헤친 사업이 4대강 ‘살리기’로 포장되고, IMF로 나라를 거덜낸 집단이 이후 등장한 민주정부에 ‘잃어버린 10년’이란 공격을 내내 퍼부었습니다. 죽은 이들이 반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정상회담 기록물에는 나와 있지도 않은 ‘포기’라는 말을 들고 와서 ‘서해평화협력지대’에 대한 대통령의 고민과 구상을 ‘NLL 포기 선언’으로 둔갑시켜 버립니다.
이러한 언어의 왜곡은 대체 누구를, 무엇을 위한 것일까요? 분명한 건 권력자들이 지어낸 구호성 말들은 국민이 아니라 오직 그들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이에요. 그래서 저는 오웰의 작품이 우리 시대에 주는 가장 훌륭한 경고이자, 그가 미래의 사람들을 위해 남겨놓은 예언자적 외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진실을 위해 싸우지 않는다면, 거짓을 조장하는 권력이 우리를 지배할 것이라는 뼈아픈 경고를 담고 있습니다.
(함께꿈 2013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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