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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애송시와 음악

'좋은 사람 때문에' - 이성부

by 릴라~ 2013. 10. 20.

 

좋은 사람 때문에

-내가 걷는 백두대간 5

 

                                            이성부

 

초가을 비 맞으며 산에 오르는

사람은 그 까닭을 안다

몸이 젖어서 안으로 불붙는 외로움을 만드는

사람은 그 까닭을 안다

후둑후둑 나무기둥 스쳐 빗물 쏟아지거나

고인 물웅덩이에 안개 깔린 하늘 비치거나

풀이파리들 더 꼿꼿하게 자라나거나

달아나기를 잊은 다람쥐 한 마리

나를 빼곰이 쳐다보거나

하는 일들이 모두

그 좋은 사람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이런 외로움이야말로 자유라는 것을

그 좋은 사람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감기에 걸릴 뻔한 자유가

그 좋은 사람으로부터 온다는 것을

비 맞으며 산에 오르는 사람은 안다

 

 

***

 

작년에 고인이 된 시인이 8년간 백두대간을 종주하면서 쓴 시.

그 시들을 모은 연작 시집이 2005년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린다>는 제목을 달고 출판된 줄 몰랐다.

빨리 사서 읽어보고 싶다.

 

 

 

(사진 출처 : 네이버 블로그 늘푸른산천 http://jirisancafe.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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