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 때문에
-내가 걷는 백두대간 5
이성부
초가을 비 맞으며 산에 오르는
사람은 그 까닭을 안다
몸이 젖어서 안으로 불붙는 외로움을 만드는
사람은 그 까닭을 안다
후둑후둑 나무기둥 스쳐 빗물 쏟아지거나
고인 물웅덩이에 안개 깔린 하늘 비치거나
풀이파리들 더 꼿꼿하게 자라나거나
달아나기를 잊은 다람쥐 한 마리
나를 빼곰이 쳐다보거나
하는 일들이 모두
그 좋은 사람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이런 외로움이야말로 자유라는 것을
그 좋은 사람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감기에 걸릴 뻔한 자유가
그 좋은 사람으로부터 온다는 것을
비 맞으며 산에 오르는 사람은 안다
***
작년에 고인이 된 시인이 8년간 백두대간을 종주하면서 쓴 시.
그 시들을 모은 연작 시집이 2005년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린다>는 제목을 달고 출판된 줄 몰랐다.
빨리 사서 읽어보고 싶다.
(사진 출처 : 네이버 블로그 늘푸른산천 http://jirisancafe.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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