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웨덴은 일 년에 학교에 오는 공문이 서너 개라 한다. 일주일도 아니고 한 달도 아니고 일년에.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개가 쏟아진다. 한국 학교만큼 관료주의가 심한 곳도 없다 한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교육활동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 교사와 학교를 통제하는데 골몰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일본이 남긴 식민교육의 잔재로서 해방 후 7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의 학교제도 곳곳에 남아 있다. 제도는 결국 100년을 살아남는 것이다. 제도를 바꾸는 일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
2. 곽노현은 우리나라 학교의 조직 풍토, 즉 교장과 교사, 교사와 동료 교사의 관계가 바뀌지 않고는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민주 시민으로서의 기본 자질을 길러줄 수 없다고 보고 있었다. 공교육이 사교육과 다른 점, 공교육이 반드시 해야 할 일들은 민주 시민으로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소양을 학생들에게 길러주는 것이다. 그것이 이루어질 수 있는 토대가 바로 교사들이 학교에서 맺고 있는 관계의 질이라고 보았다.
사실 학교에는 무수한 회의가 날마다 열리지만, 실제로는 지시, 전달 밖에 없으므로 '회의'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정도다. 처음 학교에 왔을 때, 이건 뭐, 대학생 때 성당 주일학교에서 하던 교사회의와도 비교 안 될 정도로 지시 일변도였다. 아니, 아예 회의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곽노현은 처음 교육감이 되었을 때 우리나라 학교에는 상당 수준의 고급 인력이 유입되는데도 불구하고 이처럼 순응적인 조직이 있을까 하는 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학생들은 교과수업을 통해 무언가를 배운다기보다는 전반적인 학교문화의 영향을 받는다. 전문 용어로 하면 '잠재적 교육과정'이다. 곽노현은 이 잠재적 교육과정을 바꿀 수 있는 기초가 되는 것이 교사와 관리자, 교사와 교사의 관계라고 보았고, 여기에서 민주적 풍토가 확립되지 않고서는 우리나라 학교교육에 근본적 변화가 어렵다고 보았다.
3. 그래서 곽노현은 결론으로 진보 교육감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교육감을 제대로 뽑아야 학교를 바꿀 수 있다고. 교육감이 변화시킬 수 있는 일의 범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학교교육을 단위 학교나 교실 차원이 아니라 더 큰 틀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