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전, 6월에 수업하고 뒤늦은 포스팅.
수많은 이본이 있는 판소리계 소설은
민중의 보편적 욕망이 소설로 구현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오늘날 인기 있는 드라마들이 그런 것처럼.
그러므로 토끼전에서 아이들이 읽어내야 하는 것은
우화인 토끼전에서 당대 시대적 상황이 어떻게 은유적으로 반영되어 있으며
백성들의 소망이 어떻게 투영되어 스토리로 형상화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다.
토끼, 용왕, 자라, 이 중에서 백성을 상징하는 인물은 단연 토끼이다.
토끼는 금은보화의 유혹에 빠져 아내한테 말도 안 하고 용궁으로 가는,
유혹에 약한 보통사람들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용궁에서 죽을 위기에 처하고
기지를 발휘해서 통쾌하게 탈출에 성공한다.
용왕은 자신이 살기 위해 약자인 토끼의 희생을 당연시 여기는 인물로
이본에 여러 가지 결말이 있는데 끝내 토끼를 다시 잡아올 수 없음을 알고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태자에게 왕위를 물려준다는 결말이
이 주제에 가장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토끼의 생명과 왕의 생명 중에서 어느 것이 더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는가?
자신이 살기 위해 타인의 생명을 희생시켜도 좋은가?
토끼의 거짓말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
토끼전이 비판하는 당대의 지배적 가치는?
자라는 왜 죽음을 선택했을까?
등의 물음으로 수업을 전개했는데
아이들이 스스로 탐구하는 과정을 잘 설계하지 못하고
교사가 답을 이끈 듯해서 아쉬움이 많은 수업이다.
핵심 질문 위주로 4차시를 짜임새 있게 배치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고전이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거기에 드러난 문제의식이
지금 이 시대에도 버전만 바뀌어 그대로 이어지고 있음을
인간 사회의 본질적인 물음을 그 작품이 담고 있음을 아는 게
고전 수업의 목표일 것이다.
고전소설은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이므로
주제가 부각되도록 각색하여 연극 수업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