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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영화, 드라마

군함도 ― 스펙타클의 대상으로 소비되어서는 안 되는 소재

by 릴라~ 2017. 10. 22.

 

보는 동안에는 재미있었지만 아쉬움이 많은 영화임에는 분명했다.

작가/감독의 의도가 실종되었기 때문이다.

처절한 상황에 부닥쳤을 때의 다양한 인간 군상의 행태를 보여주고 싶었다면

예컨대 '지옥'이라는 상황에 처했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가 하는

보편적이고 추상적인 그러한 주제를 구체적으로 형상화하고 싶었다면

그 무대는 '군함도'가 아니라 새롭게 설정되거나 상상으로 구축한 어떤 장소여야 했다.

 

군함도는 지금도 생생하게 눈앞에 있는 너무나 역사적이고 리얼한 장소이고

거기에는 일본제국주의라는 구체적이고 잔혹한 범죄와 그로 인한 희생과 비극이 새겨져 있다.

그러므로 '군함도'를 배경으로 선과 악이 중첩하는 그런 인간 존재의, 혹은 우리 삶의

실존적인 비극을 그려낼 생각을 감독이 했다면

그것은 오류이자 오만이라고 말하고 싶다.

군함도는 그런 실존주의적인 고뇌를 그려내기에는

선과 악이 분명하게 아로새겨진, 전쟁 범죄의 산 증거물이기 때문이다.

 

독립운동가들이 변절하는 것을 그려낼 수도 있지만

군함도 노동자들의 임금을 일제가 아니라 독립운동가들의 리더가 착복한다는 설정은

다른 상황이나 배경에서라면 인간 사회의 일면으로 그려질 수 있으나

적어도 군함도에서만큼은 피했어야 했다.

작가/감독의 주제에 대한 고민이 너무 부족하고

나지의 만행을 담은 다른 유럽 영화들과 비교해볼 때

군함도라는 이 훌륭한 소재를 이렇게 소비한 것이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영화였다.

군함도는 스펙타클의 대상이 아니라 아프게 성찰하고 직시해야 할 대상이다.

과거의 역사에 대한 반성 뿐 아니라 미래의 한일관계가 나아갈 바에 대한 

많은 질문들을 함축하고 있는 것이 '군함도'라는 존재이다. 

 

 

PS. 군함도에 관한 가장 훌륭한 기록은 다큐사진작가 이재갑 선생이 찍은 사진이다.

지금은 공개되지 않은 곳까지 들어가서 작업을 했다.  관심 있는 분들은 그의 작품을 참고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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