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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교육 관련

행복한 교실을 만드는 희망의 심리학/ 김현수

by 릴라~ 2017. 10. 30.

정신과 의사들 중에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는 분들이 있다. 세월호 유가족 등 사회적 트라우마를 치유하는데 힘을 쏟는 정혜신 박사가 대표적인 분일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또한 특별하다. 대안학교(성장학교 별) 운영과 오랜 청소년 상담을 통해 청소년들의 학교 적응 문제와 다양한 심리적 어려움에 대해 가장 현장과 밀착된 통찰을 보여주는 분이다. 교사와 학부모들의 필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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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아이들의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결핍 사회의 아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풍요로운 세상에 무엇이 결핍되어 있을까?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제도적으로도 다 갖추어져 있는데 무엇이 부족한 것일까?

 

관심, 보살핌, 목표 의식, 충만감, 동기, 죽음에 대한 의식, 삶의 소중함에 대한 성찰, 시간의 소중함, 자연의 고마움, 마음의 평화. 이런 것들이 아이들에게 결핍되어 있는 중요한 정서들이다.

 

왜 결핍돼 있을까?

첫째, 가정의 변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가정에서의 '돌봄'이 예전보다 심하게 결핍되어 있다. 전 세계에서 돌봄이 가장 심하게 결핍된 나라가 대한민국일 것이다. 돌봄은 곧 관심과 만남에서 나오는데, OECD 국가 가운데 엄마, 아빠가 가장 많이 일하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그렇게 열심히 많이 일해서 남들보다 일찍 잘살게 되었지만,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고령 임신, 저출산으로 가족 규모 자체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 집에서 잠만 자고 나가는 사람들이 많아 '여인숙 가정'이라는 말도 생겼다. 집에서 한 끼 식사도 안 하는 사람들도 많고, 한 가정에 몇 되지도 않는 가족이 각자의 생활 패턴에 맞춰 개인적으로 생활한다. 이른바 '극핵 가족'이다. pp11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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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교육 환경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요즘 아이들은 0교시부터 야간 자율학습 시간까지 교실에 갇혀 있으며, 그곳에서 만나는 어른은 교사가 유일하다. 아이들이 다른 사람의 정서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 울타리 안에서 교사들이 애정과 사랑을 담아 사회적 부모로서 역할을 다 할 수 있는가 하면,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하다.

 

미국의 대안 교육학자 존 테일러 개토도 '학교 제도의 가장 큰 잘못은 아이들을 교실에 가둬 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을 학교에 가둬 놓기로는 우리나라가 단연 최고로, 아이들은 하루 종일 교실에 갇혀서 30여 명의 또래를 빼놓고는 타인을 만날 수 없다. 수업이 끝나고 학원에 가면, 거기서도 또 선생님을 만난다. 아이들이 바라보는 세상이라는 무대에 등장하는 배우는 오직 교사들뿐이요, 아이들은 그들을 보면서 자란다.

 

중학교에 들어가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이렇게 살면 어떻게 될까? 그래도 잘살 거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것이 바로 아이들에게는 결핍의 시작인 셈이다. 자연과의 만남도 사람과의 만남도 없고, 진정한 돌봄도 결여된 상태에서 아이들은 다른 사람의 정서에 공감하지 못하게 된다. 가정에서 돌봄의 부재, 학교 제도 안에 갇혀 있기, 경쟁과 입시로 인한 줄 세우기, 이 모두가 결핍을 촉발하는 요소들이다. pp11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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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나 감성, 사회적 관계를 외면하고 아이들을 학벌 경쟁 안으로만 밀어 넣으면 사고와 철학도 결핍된다. 청소년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정체성 형성이고, 이때 필요한 것이 독서나 사람들과의 만남, 대화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아이들에게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참고서라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만남은 학교 선생님과 학원 선생님이 전부, 책은 참고서와 문제집이 전부인 상황, 명작이나 고전도 논술 교재로만 읽는 시대, 철학적 독서와 교양적 독서조차 입시로 전환되는 시대에 우리 아이들이 살고 있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결핍된 아이들은 늘 인터넷과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면서 시간을 보낸다. 비어 있는 시간에도 절대 침묵하거나 사색할 줄 모른다.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쉬면서 반성하고 성찰할 마음의 여유가 없다. 거룩한 독서도 사라지고, 진정한 만남도 없고, 사유할 시공간도 존재하지 않는 요즘 아이들. 심하게 말해서 아이들은 점수 기계가 되었고, 동시에 엔터테인먼트의 향유자로만 남으려 한다. 심각하고 진지한 것을 피하다가 더 많은 것을 잃어가고 있다. pp11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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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한두 명밖에 안 되는 요즘 부모들은 자식을 자기애적 부산물로 여겨, 자녀를 통해 자신의 못 다한 꿈을 이루고 싶어 한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부모의 기대에 부응해야만 부모와 좋은 관계가 유지되는 경우가 있따. 이것은 양육적인 측면에서 과잉보호라고 한다. 자신의 꿈을 이루고 싶어 아이를 지나치게 통제하고 부모의 욕구를 주입시키며 지배하는 모든 행위가 과잉보호이다. p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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