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책을 읽을 때 자주 목격하게 되는, 앞뒤 맥락을 끊어놓는 어설픈 번역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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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를 파악한 뒤 우리는 어떻게 그 이슈들을 교실로 가져와서 토론을 할 것인가? 이러한 이슈들은 정서적일뿐더러 즉각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 '코드'(프레이리의 용어로는 코드화codification)라 일컫는 토론에서 귀납적인 질문이 이어지는데,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경험에 터해 토론 내용을 생각하며, 그 경험을 더 넓은 사회적 맥락과 연결 지으면서 대안을 생각해낼 수 있게 된다.
코드는 듣기 과정에서 나타나는 특정 비판적 이슈에 대한 구체적인 물리적 표상이다. 코드는 처음에 교사에 의해 개발되다가 학습 진행 과정에서는 학생들에 의해 대화 기록이나 이야기, 사진, 풍자, 콜라주, 노래 등의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그 형태가 어떠하든 하나의 코드는 교실로 돌아왔을 때 학생들의 현실을 재조명하게 된다. 그리고 학생들이 자신의 정서적이고 사회적인 반응들을 집중된 방식으로 제시하도록 허용된다. 효과적인 코드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 집단이 즉시 인식할 수 있는 친숙한 문제 상황을 나타내야 한다.
- 좋은 관점과 나쁜 관점의 양자택일적 전달을 피하기 위해 하나의 문제를 다양한 측면이나 상호 대립적인 관계들로 제시해야 한다.
- 파편화된 방식이 아니라, 동시에 하나의 관심사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학생 삶 속에서 역사적, 문화적 사회적 맥락이 제시되어야 한다.
- 제한을 두거나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아야 한다. 모든 해결책이나 전략은 집단 토론에서 나와야 한다.
- 문제는 감당할 수 없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작은 노력으로도 조금씩 변화 가능성을 지닌 형태로 제시되어야 한다.
(....) 정리하면, 하나의 코드는 하나의 탈개인화된 표상, 즉 사람들의 삶 속에서 정서적, 사회적 영향력을 전달하는 갈등 또는 문제로 '코드화'된다. 코드화는 그 목적이 비판적 사고와 실천력을 붇돋우는 것이 될 때 좀 더 시각적인 교재가 되고 구조화된 언어 훈련이 된다. pp7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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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을 위한 질문들
코드들이 열린 상황을 나타내더라도, 비판적 사고는 자동적으로 생겨나지 않는다. 코드와 더불어 문제 제기는 토론을 구체적인 것에서부터 분석적인 수준으로 나아가게 하는 다섯 단계의 문제 전략을 사용한다. 학생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는다.
1. 본 것을 기술하시오(See).
2. 문제를 정의하시오(Happening).
3. 유사한 경험을 공유하시오(Our lives).
4. 왜 문제가 생겨났는지 질문하시오(Why).
5. 문제에 관해 여러분이 할 수 있는 것을 위해 전략을 짜시오(Do).
구체적인 기술을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출발함으로써,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도록 권고한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질문에 당황스러워하지만 점차 질문에 대한 대답을 더 잘하기 위해 애쓰게 된다. 너무 성급하게 일반화하거나 "왜"라는 질문을 하는 것은 사고 과정을 방해한다.
(....) 1. 학생들이 코드 속에서 자신이 본 것에 대해 기술하거나 규정하게 하라. 그들이 모든 어휘들을 이해하는가. "노동자들이 어떤 건강상의 문제를 겪고 있는가? 보건 안전 감독관은 누구인가? 보건 안전 감독관은 무엇을 하는가?"
2. 학생들에게 그 문제의 성격을 규정하게 하라.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코드 속의 사람들은 각각 어떻게 느끼는가?" 하는 문제는 종종 다른 사람들의 관점을 통해 그 문제의 핵심에 이르게 된다. "존과 매리는 그 보건 보고서에 관해 어떻게 느끼는가? 그들의 피부 발진에 대해서는? 당신은 건강 문제가 있다고 보는가?"
3. 학생들 가운데 혹 예전에 이와 같은 문제를 경험한 적이 없는지 물어보라. 그 경험은 우리 수업과는 어떤 점이 유사하고 어떤 점이 다른가? 학생들은 그것에 관해 어떻게 느끼는가? 이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또 다른 사람을 알고 있는지 물어보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다. 학생들끼리 서로 경험을 나눔에 따라 그들은 자신이 고립되어 있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되며, 문제를 사회적 맥락 속에서 "자신의 것"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어떤 사람이 작업장에서 당신이나 당신의 동료를 괴롭히는가? 다른 사람은 별문제가 없다고 말하지만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문제를 당신은 갖고 있는가? 당신은 어떻게 느꼈는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4. 학생들에게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보다 큰 사회경제적, 문화적 혹은 정치적 맥락으로 향하게 해서, 왜 문제가 생겨났는지 물어보자. 이 단계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견해를 일반화하고 표명한다. 이 문제로 인해 누가 이득을 얻고 누가 손해를 볼 것인가를 물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왜 당신은 그 보고서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가? 누가 옳다고 생각하는가? 이 보고서로 이득을 볼 사람은 누구인가? 누가 작업장에서 보건 문제에 관한 전문가인가?
5. 해결을 위한 전략에 대해 토론해보자. 그 문제에 관해 그 코드 속에 있는 사람들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학생들은 자신의 삶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과거의 성공담을 공유하는 것과 작은 행동 단계를 위한 아이디어를 모아보자. "당신은 그 노동자들이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그들은 피부 발진에 대한 걱정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 그들은 건강 문제에 관해 알 권리가 있는가? 그들은 누구에게 이야기해야 하는가? 앞으로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까지 당신은 어떻게 처신해왔는가?"
마지막 질문 단계에서는 비록 문제 해결에 있어 시간과 시행착오 그리고 다양한 전략이 요구되더라도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실천하게 한다. 이 과정은 학생들이 자신의 일터에서 계속해서 실천하고 복잡한 해결책의 필요성을 인식해가는 까닭에 문제-해결이 아니라 문제-제기라고 부르는 것이다. 비록 변화가 느리게 진행되더라도, 문제 제기는 성장해가는 과정이 될 수 있고 또 그렇게 되어야 한다. 문제와 그 원인을 탐구하는 것은 중요하다. 또한 사람들이 자신의 일터와 공동체, 가족, 그리고 자기 자신을 위한 전망과 꿈을 품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이러한 문제 제기 질문의 다섯 단계는 SHOWeD라는 약어로 쉽게 기억할 수 있다. 이는 See, Happening, Our(lives), Why and Do의 다섯 낱말로 이루어진다. 어떤 텍스트에서 특정 질문은 엄격한 처방이 아니라 제안 혹은 가이드라인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교사나 학생들은 자기 자신의 문제를 학급의 이익에 기초하여 질문할 수 있다. 코드의 미덕은 각각의 새로운 집단이 아니라 집단 분석을 형성하는 개인적 현실로부터 나름의 열린 대화를 개발하는 것이다.
근본적인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다른 토론 기법으로 보충할 수 있다. "하지만 왜?"의 방법은 무엇이 그것을 일어나게 했는가라는 것을 질문하면서 문제 상황과 함께 출발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각자 응답한 후에, "하지만 왜?"라는 질문은 더 깊이 있는 이유나 새로운 이유들을 들춰낸다. 예를 들어 만일 학생이 일터에서 두통을 호소하면, 교사는 그 이유를 물을 수도 있다. 아마도 그 노동자는 너무 일을 열심히 해서 그렇다고 답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우리 학생들은 자기 삶에서 배움의 기회를 거의 갖지 못한다. 학생들은 대개 학교나 직장에서 명령이나 다른 사람들이 시키는 대로 따르도록 길들여져 있다. 처음엔 학생들이 대화나 동료 간에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것을 불편해할 수도 있다. 초기 단계에서 교사들은 구조를 제공하고 질문을 함으로써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학생들이 코드를 통해 경험 공유하기에 익숙해지면 교실 분위기는 변하게 된다. 학생들을 서로 질문을 나누기 시작하고, 문제 해결에 유용한 아이디어를 던져주며, 그들 나름의 코드를 개발해간다. 교실의 물리적 환경 배치, 즉 학생들을 원탁에 앉히거나 소집단으로 그룹을 나누는 방식은 학생들이 공동 학습자나 공동 교수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집단 듣기, 신뢰 쌓기, 협력 언어 그리고 실천 활동을 통해 사람들은 결속력을 높여가고 배움에서 서로 의지하고 돕는 것을 북돋워 효율적인 변화로 이끈다.
코드의 사용은 학생들 사이에 진정한 동료 간의 상호작용을 허용한다. 학생들이 자신의 경험을 코드 속으로 투입함에 따라 교사는 그 토론으로부터 물러나서 더 나은 지식을 위해 서로가 질문할 수 있다. 교사의 역할은 질문을 제기하는 것이며 또한 비판적 사고를 조성할 수 있는 필수적인 지식을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임금 이슈에 대한 코드에서 학생들은 일반적인 임금을 이해하기 위해 지역의 고용 시장에 대한 정보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교사는 그 질문에 대한 그들 자신의 답이나 해결책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학생들이 자신의 현실을 분석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면서 전략은 집단으로부터 나온다. pp 7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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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과 언어
우리는 프레이리의 설명에서 교육의 과정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요소를 발췌하여 교과목의 구조를 고안했다. 프레이리에 따르면, 교육은 3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1. 조사 : 조사는 인간 의식이 고지식한 수준인지 미신적 수준인지 비판적 수준인지 검토하고 발견하는 것이다.
2. 주제화 : 주제화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포함한다. (a) 환원, 코드화, 탈코드의 방법으로 주제 영역 탐구하기 (b) 기존 주제를 바탕으로 새로운 생성 주제 발견하기.
3. 문제화 : 문제화는 다음의 과정을 포함한다. (a) 한계 상황의 발견과 (b) 그에 조응하는 한계 행위로서 참된 프락시스로 나아가는 행위(해방을 위한 영원한 문화적 실천)
첫 번째 단계인 의식의 조사는 프레이리가 '의식의 고고학'이라 일컬은 것과 관계있다. 프레이리의 많은 핵심 용어들이 그러하듯, 어원을 들여다보면 이 말의 의미를 잘 이해할 수 있다. arche는 그리스어에서 온 것으로 '원리' 혹은 '근본적이고 기본적인 것'을 의미한다. 의식의 고고학은 의식의 근본적인 형태를 연구한다. 조사 단계의 목적은 세계를 바라보는 한 인간의 의식을 가장 정확히 특징짓는 자발적 성찰 태도를 발견하는 것인데, 이를 통해 사람들과 그들 행위의 바탕이 되는 사고의 연관성을 밝혀낼 수 있다. 이 사고가 고지식한 형태인가 아니면 미신적 형태 혹은 비판적 형태인가?
의식의 형태를 결정함에 있어 중요한 질문은 다음과 같다. 인간의 행위와 언어가 그들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원리를 인식하는가? 프레이리의 의미로, 자연적인 것과 문화적인 것을 구분하는가? 자연은 결국 주어진 법칙을 제공하는 것이지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 제도의 영역인 문화는 역사적으로나 물적으로 조건화된 선택의 지배를 받는다. 자연의 모습을 띤 문화는 얼핏 인간 노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프레이리가 피에르 퍼터의 주석을 잉용하여 말한 것처럼 "내가 행위를 할 만한 형태의 범위"라기보다는 "내가 적응할 수밖에 없는 거대한 현전"처럼 보인다. 문화와 자연을 구분하지 못하면 행위를 할 수 있는 능력뿐만 아니라 비판적으로 언어를 구사하는 능력이 손상된다. 의식의 고고학 과정에서 학생들과 교사는 고지식하거나 미신적이거나 비판적인 의식 가운데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언어에 초점을 둔다. 스스로를 문화 제작가로 여기는 학생들은 현실과의 관계와 현실을 변화시키는 힘을 경험한다. 이는 그들의 소외에 도전하는 것이다. pp115-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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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어: 과정의 시작
비판 이전의 관점을 정확히 반영하며 교사를 만족시키고자 하는 욕망이 최대한 배제된 순수한 언어적 성찰을 얻기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과제를 학생들에게 부여했다. "지식이나 삶의 영역에서 여러분이 다른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으로 내세우고 싶은 낱말 목록을 만들어보세요. 그 다음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방식으로 낱말들을 분류해보세요." 다음 우리는 이 기록물을 학생들에게 돌려주고 낱말들의 분류 역할을 맡은 학생들로 하여금 자유로운 방식으로 묶어보게 하였다.
프레이리가 강조한 하나의 핵심은 교사가 아무리 학생들이나 학생들의 관심사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할지라도, 주제는 의식의 고고학을 통해서만이 도출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키워드 연습과 낱말 묶음 작업을 통해 우리는 수업 과정에서 연구 대상으로 삼을 주제를 학생들과 함께 생성하는 작업이 필수 불가결함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이 교수법은 문법이나 수사학을 강의하는 전문가인 교사로부터, 혹은 표준 교재 속에 나오는 단편소설의 연구 따위로부터 벗어난다. 주제들은 추상적 형식이 아닌 그 주제들과 학생들과의 연관 속에서 다루어진다. p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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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학습은 정치적 행위이다. 문자를 쓰는 사회에서 글 읽기 터득은 의사결정이나 권력 나누기에 참여하기 위해 반드시 요구되는 과정이다. 글을 모르는 사람은 비문해의 하위문화 속에서는 제법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배문화 내에서는 주변인이 된다. 그들은 시험을 칠 수 없으며, 지원서를 작성할 수도 없다. 글을 아는 믿을 만한 사람의 도움 없이는 계약을 체결할 수도 없고, 전문가가 통제하는 정보에 접근할 수 없으며, 투표권을 행사할 수도 없다. 읽기를 배우게 되면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사기꾼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으며, 시민으로서 권리도 행사할 수 있다.
읽기 학습은 정치 참여로 나아가는 하나의 과정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읽기 능력을 터득하는 방식 속에는 일정 부분 그들을 가르친 교사의 정치적 태도가 반영되기 마련이다. 만약 비문해자가 그들 자신의 말과 의견을 읽고 쓰면서 글자를 익힌다면, 현실을 이해하는 그들의 인식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며, 심지어 권이 있는 사람에게도 자기네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그와는 달리, 만약 교사들이 그들에게 권력자들이 제공한 지침서의 글이나 생각을 배우게 한다면, 학습자들은 그러한 자식들을 자신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나은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들은 교사가 전달하는 사회경제 구조에 관한 개념을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읽기 공부를 포기해버릴 것이다. pp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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