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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교육 관련

어쩌다 혁신학교 | 고은영 외 ㅡ 혁신학교 운영과정에 대한 생생한 보고서

by 릴라~ 2018. 7. 5.

대구는 전국에서 혁신학교가 없는 유일한 지역이다. 전 교육감 우동기는 혁신학교는 세우지 않고 쓸데없이 수백억 들여서 인문계 고등학교에 기숙사를 지었다. K고 같은 경우는 학교 옆이 아파트 단지여서 학생들이 바로 옆에서 등교하는데도 기숙사가 있다보니 기숙사 인원을 못 채워서 애를 먹었고, C고는 기숙사 부지가 없어서 학생들이 수업하는 건물 위에 층을 더 올려 기숙사를 짓기도 했다. 대구가 그런 헛짓을 하는 사이에 경기도는 혁신학교가 벌써 10년이 되어간다. 적지 않은 경험치가 쌓인 것이다. 

 

이 책은 세종시 혁신학교의 하나인 소담초의 이야기다. 혁신학교를 지원한 교사들과 학부모, 학생, 관련되는 사람들의 감성이 담긴 경험담을 묶은 글이라 마치 내가 직접 그 학교에서 생활하면서 학교를 직접 관찰하는 것 같았고 재미있게 잘 읽혔다. 혁신학교가 설계되고 운영되는 구체적인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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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명 이상이 사는 서울은 재벌, 고위관료, 거대 기업의 총 집합체다. 이들은 거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교육을 움켜쥐고 경제 정책과 교육 정책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우리는 그들이 만드는 물길 속을 헤엄쳐야 하는 미꾸라지와 같았다. 아마 그들이 만드는 물길이었는지조차 모르고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물길을 헤쳐 밖으로 나온다는 것, 새로운 물길을 만들 수 있을까. 그것은 마치 미꾸라지가 용이 되는 것만큼이나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처음에 계획한 만큼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현재 세종시가 만들어진 가장 큰 이유는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세종시가 꼭 이 자리여야 하는가 하는 문제와는 별개로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자본과 교육의 독식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이 편중되는 불균형에 위태로움을 느꼈다. 그래서 출구를 찾았고, 그것이 세종시였던 것이다.

 

첫 번째 출구가 바로 교육이다. 무지막지하게 학원으로 달리는 교육은 더 이상 아니라고, 머릿속에 얼마나 많은 내용을 담았는지 순위를 매기는 교육이 아니라 앎의 즐거움을 찾고 그 즐거움이 내 삶으로 연결되어 더욱 풍요롭게 하는 교육이 필요했다.

 

두 번째는 따뜻한 공동체, 가족이다. 각박한 세상살이에 지치고, 그 속에서 자기 생각과 멀어진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나를 돌아볼 수 있는 따뜻한 공동체가 필요했다. '새로운 나의 삶을 살고 싶어' 이곳을 찾아든 이들은 '세종'이라는 새로운 지역의 익명성을 커다른 매력으로 느꼈으리라.

 

교육의 본질을 찾고자 하는 마음과 따뜻한 공동체를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은 서울과는 다른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땅 끝에서 하늘 끝까지가 서울의 문화였다면 세종의 문화는 어떤 것일까. 땅 위에서 구름 위까지 정도가 아닐까 싶다.

 

많은 이들이 교육과 가족의 특수한 문화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문화, 예술이 피어나는 도시 세종을 기대한다. 이러한 기대를 우리는 이상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마음이 헛된 꿈에 머무르지 않게 하려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쉬지 않고 손과 발을 움직여 현실을 딛고 일어서는 사람들이 있을 때 그 이상은 우리 앞에 더욱 굳건한 현재로 다가올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사람들에게 아파트 값은 대단히 민감한 이슈이며,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까지가 우리 집에서 한 발자국인지, 두 발자국인지가 민감한 사안이 되었다.

 

세종시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개발 과도기에 소담초등학교도 여러 학교들과 같이 개교를 했다. 이상과 현실, 가슴과 손발, 그 사이 어디쯤에 소담초가 있었다. pp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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