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책을 받았다. 원고 정리에 시간이 좀 걸렸고 인쇄는 일주일만에 되었다. 전에 쓴 글을 정리하는 작업이라 일주일이면 될 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 글에 비문도 많고 연도 같이 세세한 부분에서 오류도 많았다. 기억에 의존해서 쓴 글이라 역사적 사실에 오류가 있어 다시 다 확인하고 하니 원고 정리에 한 달 정도 걸렸다.
무료로 출판할 수 있는 POD 출판은 <교보문고 퍼플>과 <부크크> 두 군데가 있었다. 나는 웹사이트가 보기가 쉬워서 부크크를 선택했다. POD 출판은 주문이 들어오면 인쇄한다. 책 한 권 찍을 때마다 부크크에서 수수료 1500원 정도를 가져가는 방식으로 재고가 안 생기므로 무료로 출판이 가능하다. 일종의 복사책인 셈이다. 책 제본 방식이 달라서 일반 책보다는 질이 조금 떨어지지만 받아보니 큰 무리는 없었다.
부크크에서 괜찮은 책 표지를 살 수도 있고, 내지 편집도 의뢰할 수 있지만 팔기 위한 책이 아니어서 표지디자인과 전체 편집을 모두 내가 했다. 그러다보니 좀 투박한 모양이 되었지만 대신에 비용은 전혀 들지 않았다. 다만 자기가 갖고 싶은 권수만큼 책값을 지불하고 사야 한다. 46배판 180면의 작은 책인데, 외부유통을 하지 않고 부크크에서만 구매할 경우 최저가가 8000원 정도 된다. 하지만 인터넷 교보/알라딘 등에 유통을 신청하면 그곳 유통 수수료가 붙어서 최저가가 10,200원이 나왔다. 부크크 규정상 책값은 최저가 이상이어야 하므로 책값을 10,300원으로 책정했다. 그럼 팔릴 경우에 작가 수익이 권당 100원이다. 이 책은 팔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내가 사서 친구들에게 선물할 것이라서 최저가에 가깝게 설정했다.
표지 사진이 해상도가 낮다고 부크크에서 조언했는데, 이 사진이 마음에 들어서 그냥 썼다. 인디자인 프로그램이 있으면 표지디자인이 매우 간단하다고 하는데 그게 없어서 책 날개 크기 등을 자로 재어가며 표지를 만들고 제목은 포토스케이프로 넣었다. 이 과정이 조금 번거로워서 다음에는 책 표지를 사야겠다 싶다. 부크크에서 8~9만원 정도에 판다. 무료 표지도 있지만 그것은 책 날개가 없어서 패스. 막상 책을 받고 나니 오타가 또 보이는데 수수료 5,000원을 내면 원고 수정이 가능하다고 한다. 시간 날 때 수정해야겠다 싶다. 표지 인쇄는 무광과 유광 중 선택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무광을 선호하지만, 두 가지를 소장본으로 한 권씩 인쇄해 보니, 무광은 사진에 보랏빛이 많이 들어가서 출판본은 푸른 빛이 강한 유광으로 선택했다.
부크크의 장점이라면, 단 한 권도 적정한 가격에 만들어주는 점, 그리고 매우 신속하게 ISBN을 부여하여 출판해 주는 점이다. 외부유통도 신청했는데,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알라딘 적립금이 많아서 그걸로 선물할 내 책을 구매하기 위해서였다. 3주 정도 지나면 교보/알라딘/예스24에 올려준다고 한다(알라딘과 YES24는 부크크에서 찍어서 납품하고, 교보는 자체적으로 인쇄하므로 교보는 인쇄 상태가 다르다고 한다). 부크크는 자가출판 대행 플랫폼이어서 저작권은 부크크가 아니라 작가에게 있다. 그래서 원하면 언제든지 판매 중단도 신청할 수 있다. 나만의 책을 아주 쉽게 만들어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책과 블로그는 정말 느낌이 달랐다. 블로그로 볼 때는 잘 몰랐는데 블로그의 글을 책으로 옮기니 부족한 점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글을 많이 수정, 보완했는데도 뭔가 빈 구석이 느껴진다. 원래 교육 관련 책을 준비 중이었는데, 반 년 이상 붙들고 있었지만 잘 안 되고 과정도 힘들어 잠시 중단했다. 그리고 쓰기 과정을 좀 더 즐길 수 있는 가벼운 내용으로 먼저 책을 한 권 만들어보자 싶어서 여행기 중심으로 책을 엮게 되었다. 시험 출판으로는 만족한다. 좀 쉬었다가 힘들지만 두 번째 작업에 착수해야겠다.
**부크크 서점 http://www.bookk.co.kr/book/view/40658
## 책 목차
여는 글 ・ 5
십년만에 애인을 만나다/ 지리산 ・ 11
지리산을 품다/ 하동 이병주 문학관 ・ 19
화엄세상을 향한 꿈/ 구례 화엄사 ・ 26
진실은 아직 오지 않았다/ 광주 5.18 사적지 ・ 31
남도로 떠난 수학여행/ 순천에서 해남까지 ・ 46
정약용 선생이 기거한 주막/ 강진 사의재 ・ 55
슬픈 바닷가/ 여수 만성리 ・ 59
이순신 장군의 고뇌/ 묘도 봉화산 ・ 66
나는 걷는다/ 제주올레 1구간 ・ 70
천 번의 작업/ 서귀포 김영갑 갤러리 ・ 74
섯알오름에서 마주친 역사/ 제주올레 11구간 ・ 79
생이기정 바닷길의 축복/ 제주올레 12구간 ・ 83
내 생애 최고의 일출/ 한라산 신년 야간산행 ・ 89
가해자의 참회가 없는 나라/ 제주 4.3 평화공원 ・ 103
사람을 꿈꾸는 곳/ 김해 봉하마을 ・ 110
관동별곡은 과장이 아니었다/ 금강산 ・ 117
촛불을 들다/ 서울 광화문광장 ・ 132
한 장의 사진으로 남은 사람/ 덕수궁 중명전 ・ 136
그대들 돌아오시니/ 종로 경교장 ・ 146
북쪽으로 가는 첫 번째 역/ 파주 도라산역 ・ 155
천지가 열린 날/ 백두산 ・ 160
시인 윤동주를 기리며/ 교토 도시샤대학 ・ 167
평화의 소녀상/ 종로 일본대사관 ・ 173
닫는 글 ・ 179
도움 받은 책 ・ 180
### 내가 만든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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