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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에세이

서울, 뉴욕, 킬리만자로 그리고 서울/ 현경, 김수진

by 릴라~ 2018. 8. 9.


우리나라 1세대 페미니스트라 할 수 있는 현경 선생의 책은 그간 다 읽었는데, 이 책이 가장 좋았다. 현경 선생이 이제 60대에 접어들면서 자기 삶을 아우르는 가장 완숙한 언어를 구사하고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이 책의 저자가 현경이 아니라 30대 여성 김수진이라는 점이다. 30대 수진과 60대 현경이 4년간 만나고 여행한 결과인 이 책은, 김수진이 바라보고 느끼고 대화한 현경이기에 일반 독자가 공감할 만한 여지가 더 많은 것 같다. 현경이 굉장히 진보적인 신학자로 남다르게 용감무쌍한 삶을 살아왔기에 그 '센 언니'의 언어가 바로 접수되지 않는 지점도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김수진이 현경을 가까이에서 만나면서 자신이 질문하고 답을 찾고, 자기 나름의 세계관을 가지고 '소화한' 현경의 모습이기에 더욱 편안하게 와닿으면서도 현경의 일상과 학문과 세계관이 더 잘 이해되었다. 김수진의 언어가 내게는 편안했고, 그 김수진이 바라본 현경의 삶의 철학이 감탄할 만한 대목이 또한 많았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 시대에 여성의 자유가 넓어졌지만, '정체성'의 면에서 보자면 아직 여성에게 허락된 정체성의 범위가 매우 협소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현경의 모든 생각에 동의하지는 않지만(하지만 대부분 동의한다), 한 여성이 이처럼 깊고 넓은 정신의 품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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