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무동3 설화로 물든 지리산 연하선경 - 지리산의 가을 ③ 한 번 몰아치기 시작한 바람은 쉬 그치지 않았다. 바람은 구름을 모두 흩어버릴 때까지 산을 향해 계속 달려올 모양이었다. 싱싱 불어대는 바람의 노래가 어찌나 신이 나던지 나는 단숨에 장터목 대피소까지 다시 올라갔다. 장터목에 서니 이리저리 오가는 구름 사이로 눈과 서리에 잠긴 산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한 무리의 검은 새들이 떼지어 날아왔다가 저 편으로 사라져갔다. 날씨가 좋아질 걸 생각하니 마음은 길에 대한 기대로 한껏 부풀어 올랐다. 막 출발하려는데, 어제 세석에서 헤어졌던 어린 친구가 대피소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반가워 손짓을 하니 그이 얼굴에는 미소가 한가득이다. "누나, 정말 아름다웠어요." 걸어오는데 갑자기 하늘이 맑아지더란다. 경치가 얼마나 좋던지 자기가 산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 2005. 11. 7. 너는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한다 - 지리산의 여름 큰 산은 하산길도 만만치 않다. 1박 2일 산행의 막바지, 지친 걸음으로 산을 내려가노라니 아직 멀었냐는 소리가 입에서 절로 나온다. 그러자 마침 동행하던 대피소 직원분이 '집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오고 싶을 텐데'라며 놀린다. 그래, 돌아가자마자 금세 보고 싶어지겠지. 그리워 몸살을 앓겠지. 대체 이 산의 무엇에 매료된 걸까. 단 한 차례도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법이 없이, 구름과 바람과 빛과 시간과 함께 흐르는 산. 볼 때마다 새롭고 변화무쌍한 산. 한없이 깊고 넓은 그 품 안에 수많은 숲과 나무와 생령들을 담고 있는 산. 그는 한 번도 자신의 전모를 보여주지 않았다.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부분은 여전히 신비에 쌓여 있고, 그래서 사람을 홀린다. 미치게 한다. 근 한 달만에 다시 찾은 지리산이었다... 2005. 7. 28. 10년만에 애인을 만나러 떠났다 ㅡ 지리산에서 참으로 오랜만에, 아름다운 이를 만나고 왔다. 지리산, 그리운 지리산. 장엄함으로 친다면 남한에서 그를 따를 곳이 있을까. 십 년만의 재회였다. 그는 여전히 거기 있었다. 언제나 그 자리에, 시류에 흔들리지 않는 진중함을 지닌 채로, 모든 존재를 품에 안아 줄 듯한 넉넉한 가슴까지 아마도 나는 이만한 애인을 쉽게 찾지는 못하리라. 산 같은 사람이 얼마나 그리웠던가. 산의 마음, 변함 없는 그 마음이. 작은 이익에도 쉽게 부서지고, 가랑잎처럼 이리저리 흩날리는 마음들을 보며, 산처럼 든든할 수 있기를 바랐다. 자신을 바로 세우기 어려운 세상살이 속, 산의 굳건한 어깨를 바라볼 때면 항상 깊고 따스한 위로를 받았다. 갖가지 업무로 복잡한 날들의 연속인 지난 주에는 정말 어디론가 탈출하고픈 마음 뿐이었다. 인.. 2003. 12. 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