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사골2 구름이 흩어지자 눈부신 새아침이 - 지리산의 가을 ② 육체적 피로는 역시 가장 좋은 수면제 역할을 했다. 추위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몇 시간은 단잠을 잘 수 있었다. 새벽 여섯 시 반, 하늘에 붉은 기운이 잠시 비치는가 했더니 이내 사그라들었다. 날이 밝기를 고대했는데 간밤에 몰려온 구름은 산을 송두리째 뒤덮고 말았다. 산은 어제의 찬란한 빛을 완전히 감춘 채 짙은 장막 속에 몸을 숨겼다. 오늘 걸을 길은 뱀사골 대피소에서 장터목 대피소까지 18.5km. 내 걸음으로는 꼬박 하루가 걸리는 길이었다. 능선을 따라 이어진 종주 코스라서 길이 그다지 험하진 않지만, 찌푸린 날씨는 산행의 즐거움을 반감 시키기 마련이다. 가을의 운무는 여름과 또 달랐다. 안개에 젖은 신비한 여름 숲속을 습한 공기를 허파 가득 들이마시며 따라갈 때의 낭만과는 딴판으로 가을의 운무는 스.. 2005. 10. 31. 산도 붉고, 물도 붉고, 내 마음도 붉고 - 지리산의 가을 ① 그대가 곁에 있어도 그대가 더욱 그립다고 했던가. 가을이 바로 곁에 다가왔는데도 가을이 한층 더 그리워졌다. 이 가을을 온통 품에 안고 싶어서, 가을의 심장부로 뛰어들고 싶어서 산을 찾았다. 내 생애 최고의 가을, 그 가을이 지리산 속에 있었다. 태풍이 없어서인지 올 단풍은 유난히 고운 빛깔을 뽐냈다. 산에서 보낸 사흘 동안, 원없이 걸었고, 가을의 정수를 오롯이 들이키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한낮의 햇살이 환하게 내리쬘 무렵 뱀사골 계곡의 입구, 반선에 도착했다. 지난 여름 폭우가 쏟아졌을 때 이후 두 달만의 지리산행이다. 계곡길에 들어서자마자 원시림이 주는 광대한 기운이 나를 감동시킨다. 숲은 까마득하게 오래된 느낌을 주는 동시에 막 새 옷으로 갈아입은 듯 해맑은 표정으로 내게 인사를 해왔다. 이.. 2005. 10. 2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