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sheshe.tistory.com
해외여행 이야기/남아공

케이프타운 11. 남아공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 그루트 콘스탄샤

by 릴라~ 2019. 7. 25.

 

시티투어 버스로 근교를 한 바퀴 돌아보던 중, 막 버스에 탄 여행자가 우리 보고 왜 안 내리냐고 얼른 내리라 한다. 여기 와인 맛이 괜찮았으니 꼭 들러서 먹고 가라고. 얼결에 내려서 계획에 없던 와인투어를 했다. 그루트 콘스탄샤. 1685년 문을 열어 벌써 삼백 년이 넘은, 남아공에서 제일 오래된 와이너리다.

 

케이프타운 일대는 아프리카 유일의 지중해성 기후라 정착 초기부터 포도 재배가 시도되었다. 문제는 네덜란드계 보어인이 와인 제조 기술이 없다는 것. 프랑스 위그노 교도들이 정착민에 합류하며 이 문제가 해결되었다. 남아공 와인의 시작이다. 생산된 와인은 동인도회사의 주요 수출품이었다.

 

시음한 5종의 와인은 와인에 별 관심 없는 내겐 평범했는데 나폴레옹이 매일 마셨다는 디저트와인 ‘그랑 콩스탕스’는 특색 있었다. 굉장히 달콤한데 질리지 않는, 과일향이 풍성한 단맛이라 누구나 좋아할 듯한 맛이다. 이 집에서 제일 유명한 상품이기도 하고. 나폴레옹이 대서양의 세인트헬레나섬에 유배되었을 때도 매달 30병씩 이 와인을 공급했다고 한다.

 

르완다에서 내겐 와인 말고 우유가 절실했다. 수퍼에 파는 르완다 우유는 살짝 비릿해서 먹을 수 없었다. 현지인들은 생우유 사서 끓여먹는데 그건 맛이 좀 낫다고 하는데 안 내키고. 요거트는 벨기에 수입품은 괜찮은데 요플레 제일 작은 사이즈만한 게 6-7000원이다. 우리나라에서 우유를 매일 먹지 않았는데도 결핍되니 어찌나 생각나던지 인천공항 내리면 ‘서울우유’부터 사먹어야지 했다. 커피처럼 중독되는 게 아닌 음식도 지속적으로 결핍되니 뭔가 금단증상이 생겼다. 남아공은 유제품이 다 맛있어서 여기서 우유와 요거트를 실컷 먹었다.

 

지중해도 아니고 이 대서양 머나먼 외딴 섬 세인트헬레나에 갇힌 나폴레옹에게 그루트 콘스탄샤의 디저트와인이 어쩌면 작은 위로가 되었을지도.

 

*2019/7

 

300x25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