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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이야기/남아공

케이프타운 12. 볼더스비치에서 살아남은 펭귄들

by 릴라~ 2019. 8. 3.

 

아즈마 히로키라는 작가는 '여행'을 새로운 검색어를 찾는 과정이라 표현한다. 일주일 동안 케이프타운 구석구석을 살피며 검색을 많이 했다. '넬슨 만델라' 라는 이름을 제외하고는 남아공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었기에 어떤 여행보다 검색을 많이 한 여행이었다. 케이프타운이 아프리카 식민화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 도시였고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지배에서 영국식민지, 남아공연방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대략 알게 되었다.

방문한 곳 중 가장 인상 깊은 곳을 들라면 역시 희망봉이다. 대서양에서 인도양으로 바뀌는 길목에 있는 희망봉. 자연도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대항해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세계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희망봉 가는 길에 우리 시대에 더 의미 있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준 장소를 만났다. 희망봉 인근 펄스 만에 있는 볼더스비치,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야생 펭귄이 사는 곳이다.

펭귄은 남극 말고도 아프리카에도 살고 남미에도 산다. 아프리카 펭귄(자카스펭귄)은 남극의 황제펭귄이나 킹펭귄보다 크기가 훨씬 작다. 걷는 모습도 헤엄치는 모습도 아주아주 귀엽다. 물 속에 있을 땐 딱 오리 같고 사람처럼 서로 기대어 사랑을 나누는 모습은 다정하기 이를 데 없다.  

백 년 전만해도 약 백오십만 마리 이상의 아프리카 펭귄이 케이프반도 서쪽 해안 곳곳에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사냥, 환경 및 서식지 파괴, 이 녀석들의 먹이인 멸치 남획으로 거의 멸종되고 만다. 그러다가 1980년대 볼더스비치에 우연히 찾아온 단 몇 마리를 마을사람들이 지극 정성으로 돌보아 지금은 3천 마리 정도로 늘었다 한다. 비치 바로 옆이 사이몬즈타운이라는 마을이다.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지구의 절반’을 야생으로 두자고 제안한다. 지금의 생물종 멸종은 그 정도의 특별한 처방을 해야 극복할 수 있을 만큼 심각하다고. 인류가 동식물에게 그만큼의 땅을 내어줄 수 있을까. 마을주민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영영 보지 못했을 아프리카 펭귄! 볼더스비치에 어렵게 정착한 펭귄들이 사랑스럽고 안쓰럽고 또 고마웠다. 

 

*2019/7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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