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EBS 다큐멘터리 축제를 놓치고 말았다. 작년엔 정말 좋은 작품들을 많이 보았는데, 올해는 TV를 거의 안 보다 보니, 하는 줄도 몰랐다. TT
일요일이라 우연히 채널을 돌리니 세상에,,, 다큐 축제 마지막 날이었다. 그리고 한 작품을 보게 되었다. <다빈치 코드의 허와 실>
소설 '다빈치 코드'는 읽지 않았다.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들에 비하면 내용이 너무 가볍더라고 동생이 말했기 때문이다. 또한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 그리고 메로빙거 왕조, 장미 십자단, 템플 기사단, 시온 수도원에 관련된 전설,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푸생에 관한 이야기들, 렌 르 샤토의 비밀 같은 소설의 핵심 내용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고, 예전에 불가사의를 다룬 다른 책에서 다 읽었기에 그 소설에 별반 호기심을 느끼지 못했다.
다큐는 속도감 있고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는데, 소설의 주장을 제시하고, 그것이 과연 사실인지 역사인지 상반되는 견해들을 들려준다. 몇몇 주장은, 증거는 없지만, 있을 법한 이야기였고, 또한 몇몇 주장은 역사적, 과학적 사실에 정확하게 위배되는 근거 없는 이야기였다.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의 연인이었다는 주장은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템플 기사단과 시온 수도원, 다빈치와 렌르 샤토를 한데 엮는 스토리의 구조는 그야말로 허구로 느껴졌고, 내게 에코의 소설 <바우돌리노>를 떠올리게 하였다.
<바우돌리노>는 인간의 상상력이 역사에서 어떤 구실을 해왔는가를 아주 즐겁게 알려준다. 상상력은, 흩어진, 서로 상관 없는, 몇 가지 이야기를 연관 있는 하나의 이야기로 훌륭하게 엮어낼 수 있으며 사람들로 하여금 그것을 믿게 할 수도 있다는 것. 다큐를 보며, 서양 사람들의 그 호기심과 풍부한 상상력에 감탄했다.
다빈치 코드를 한번 읽어봐야겠다. 소설의 주장에는 별 관심이 없다. 다만 내가 흥미롭게 생각하는 것은, 인간이란 존재는 그럴싸한 '이야기'에 매혹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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