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의대에 진학할 때 고3 담임교사가 "인간미 있는 의사가 되라"고 하셨다고 한다.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었을 때 정말 한 인간의 깊은 향기가 여운으로 남았다. 자기를 드러내지 않는 담담한 문체, 문제상황에서 모두를 위한 올바른 해법을 고민하는 겸허한 태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에 대한 더없이 따스한 눈길과 손길. 이런 분이 우리 곁에 살고 있었구나 싶다. 부담 없이 쉽고 편안하게 읽히는 글 속에 그런 문장과 닮은 평온하면서도 올곧은 한 의사의 삶이 전해지는 책이다.
1부, 대구 코로나 사태 중에 일한 경험을 읽으며, 의료진은 물론 폐기물을 처리하는 청소노동자까지 수많은 분들이 얼마나 애썼는가를 알게 되었고, 나머지 4부까지 읽으며 이분의 삶의 풍경 속에서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 병과 노쇠, 죽음, 의학 등 인간 삶의 여러 편린도 들여다보게 되었다. 세상사를 대하는 저자의 깊고 따스한 시선은 환자를 한 사람, 한 사람으로 바라보고자 한 데서 비롯되는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약 이십 년 전, 3시간의 수술 끝에 내 목 옆에 있는 작은 종양을 제거해주신 경북대병원 외과 의사 선생님이 기억났다. 수술 전에 성대 위치에 종양이 있어 운이 나쁘면 목소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수술 끝나고 선생님께서 종양과 성대가 딱 붙어 있어서 살짝 떼어냈다 하셨을 때 얼마나 안심했던지. 그분께 그때도 지금도 언제나 감사한 마음이다. 그리고 지금 여러가지 일로 의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나빠졌는데, 저자 같은 분이 현장에 계셔서 든든하다. 의학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이들이 의대에 진학했으면 한다.
책 이야기/에세이
당신이 나의 백신입니다 | 김동은 _ 의사가 쓰는 코로나 현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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