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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애송시와 음악

진정한 여행 | 나짐 히크메트

by 릴라~ 2020. 9. 19.

나짐 히크메트, 터키의 위대한 시인이다. 나는 이분을 이름만 알고 있다가 최근에야 이분에 대해 좀 알게 되었다. 나짐 히크메트는 시인일 뿐 아니라 20세기 초반, 격동의 시대를 헤쳐간 혁명가였다. 1902년 그리스에서 태어났고 십대에 이스탄불의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하지만 혁명운동으로 제적된다. 이후 모스크바로 유학을 떠나고 이곳에서 러시아 혁명시인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귀국해서는 공산당에 가입해 활동했고 이 때문에 1937년에 체포되어 12년이나 수감생활을 한다. 1950년에 출소하지만 조국 터키는 그를 받아들여주지 않았다.  그는 결국 러시아로 망명하고 1963년에 그곳에서 생을 마감한다. 시인은 12년간의 옥중생활 동안 많은 시와 글을 썼다. '진정한 여행'도 옥중에서 쓴 시다. 

시인의 모든 글은 터키에서 꽤 오랫동안 금서였다. 이분이 완전히 복권된 것은 21세기에 와서이다. 터키 출신 노벨문학상 수상자 오르한 파묵이 이분을 재조명하는 글을 쓰고, 터키 시민들이 청원하면서 복권이 이루어졌다. 

감옥에 갇히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정신 속에서 가장 드넓은 대지를 발견하게 하는 것 같다. 이 시가 바로 그렇다. 안토니오 그람시의 '옥중수고'도 생각난다. 

 

 

진정한 여행 / 나짐 히크메트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어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https://youtu.be/5lJetmcVn8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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