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집값 때문에 난리인데, 전세계 어디서나 마찬가지다.
내 한 몸 쉬고 누일 곳이 없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
그건 최강대국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이 책 '노마드랜드'는 평생 최선을 다해 살았는데 월세를 감당할 수 없어서
드디어 집을 버리기로 결정한 사람들의 삶을 추적한다.
그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2008년 미국 금융위기가 있다.
그때 집도 연금도 모두 잃어서 중산층에서 밀려난 사람들이다.
집을 버린 사람들은 낡은 캠핑카를 개조해서 그곳에서 생활하며
한시적으로 수요가 느는 국립공원 캠프나 아마존 물류센터 등에서
몇 달간 노동을 해서 현금을 융통한다.
그리고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들끼리 소통하면서 축제를 열어
여름엔 한 곳에 모여 1~2주씩 함께 지내기도 한다.
그들이 자신을 단지 피해자로 간주하지 않고
이 체제에 양심적 문제 제기를 하고 새로운 자유를 택한 모험가처럼 대한다.
불안한 환경 속에서도 따스하고 유쾌하게 살아가지만
읽노라면 왠지 마음 한 켠이 짠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들이 소박하게 고군분투하며 지내온 평생의 삶이 어떤 것인지 알기 때문이다.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린다는 캠핑카에 살면서 새로운 꿈을 꾼다.
돈을 모아서 싼 땅을 사서 전기에 의존하지 않고 모든 걸 태양열로 움직이고
재활용 자재로만 짓는, 작은 에코하우스를 지으려는 꿈이다.
자본주의 경쟁에서 밀려난 이들의 삶이 21세기에 어떤 식으로 펼쳐지는지
그들이 그 가운데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꿈을 꾸며 살고 있는지
몇 년간 추적한 저자의 저널리즘에 경의를 보낸다.
번역은 썩 매끄럽게 읽히지는 않은 편.
영화도 좋다고 해서 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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