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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사회, 과학

하얀 가면의 제국 - 박노자

by 릴라~ 2004. 11. 2.

고통의 역사에서 우리가 배워야 하는 것은?


근래 들어 읽은 최고의 책!!!
박노자의 책이 다 괜찮지만, 이번 책이 가장 좋았다.

이 책을 읽는 시간은 내 시야를 넓혀 주는 멋진 여행이자 인간 역사의 오류, 수많은 참혹한 죽음을 들여다봐야 하는 가슴 아픈 시간이었다.

우리가 익히 아는 도스토예프스키, 차이콥스키 등 러시아 거장들이 극우주의자였음을 알게 되었고,

러시아가 저질렀던 폭력의 역사, 푸틴 정권하 현 러시아가 겪고 있는 사회 경제적 갈등, 무수한 고통을 담보로 하는 그 험난한 여로를 보게 되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 서구에서도 가장 진보적인 사회를 실험하고 있는 노르웨이 및 스웨덴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공정한 시각으로 읽을 수 있었다. 많은 점에 있어서 그들에게 경탄했지만 아울러 그들 삶에서 결핍된 것이 무엇인지도 생각하게 되었다.

유럽의 옷은 깨끗한가.
세계적 브랜드들은 죄다 제 3세계의 착취에 기반하고 있으며, 중국의 경제 성장 역시 일부 엘리트들의 주머니만 불릴 뿐 대다수 국민은 인간다운 삶을 꿈꾸지 못하는 게 현실이었다.

희망이 있다면 신자유주의 물결에 맞선 소수의 깨어 있는 목소리이다. 그들이야말로 서구 복지사회를 지탱하는 기둥이다.

폭력의 제국, 미국.
나 역시 승자의 역사만을 배웠나 보다. 러시아가 독일 포로 230만을, 프랑스가 독일 포로 40만을 전후 복구란 이름 하에 얼마나 비인간적으로 혹사시켰는지를, 미국 또한 독일 포로 5만 이상을 굶어 죽도록 방치한 사실을 알고는 그 고통에 몸서리치지 않을 수 없었다.

중동 사태를 개괄하는 내용도 흥미로웠으며, 시리아를 둘러싼 각국의 이해 관계에 대한 정보도 의미 있었다.

서양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선불교가 생을 고로 인식하는 불교의 본질에서 퇴색되어, 개인의 평안을 위한 편리한 상품으로 구실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저자는 고민하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다시 우리나라로 옮아와서, 우리의 근현대사를 꿰뚫으며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의 뿌리를 지적하고,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를 이야기하고 있다.

다들 성공이라 평가하는 일본 메이지 유신의 그늘 아래 소리 없이 죽어가야 했던 수많은 민중들의 삶을 거론하며, 저자는 '변방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서구 사회가 가장 이상적인 모델은 아니라며 이상은 우리가 찾아가고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기억에 남는 문장.

"기계로 움직여지는 세계는 기계를 다루는 한 사람의 마음가짐에 의해 수많은 인명의 생사가 결정된다."

평범한 노르웨이인 오둔 벨란드. 그는 살인범의 칼을 맞으면서도 죽기까지 브레이크에서 발을 놓지 않아 승객 35명의 목숨을 구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빛나는 문장.

"고통의 역사를 가진 집단이 그 역사에서 어떠한 결실을 얻을 수 있다면, 고통을 당하고 있는 타자에게 공감하고 동등하게 인식할 줄 아는 지혜야말로 그 최고의 결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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