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라웨시 섬의 오지 따나 또라자로 가기 위해 깔리만탄 발릭빠빤에서 우중빤당(마까사르)행 비행기를 탔어요. 우중빤당에서 다시 야간버스를 타고 밤새 달려 새벽녘에 또라자 마을에 닿았습니다. 여기 오기 위해 첩첩산중을 지나왔어요.
술라웨시 내륙의 이 작은 마을에는 공항도 있습니다. 따나 또라자는 오지이면서 동시에 유명한 관광지이기 때문이죠. 독특한 주거 문화와 장례 문화로 널리 알려진 곳입니다.
또라자 마을은 혼자서 돌아볼 수가 없어요. 가이드와 차량이 필요하죠. 마리아 게스트하우스로 가서 투어를 시작할 계획이었는데, 또라자 근처에서 버스에 오른 한 가이드에게 낚였습니다. 마리아 게스트하우스에 더운 물이 안 나온다는 말에 깜박 속아서(확인해보진 않았지만 아마 나올 것 같아요) 그가 안내한 호텔로 가서 투어 예약까지 해버렸지요. 호텔은 론리 플래닛에도 나오는 무난한 곳이었어요.
따나 또라자의 전통적인 건축 양식은 독특합니다. 우리가 대들보와 서까래, 기와를 올리는 자리에 또라자 사람들은 '배'를 올려놓았습니다. 초기 정착민이 자기가 타고 온 배를 집 짓는 데 이용했다고도 하고, 가이드 말로는 바다가 그리워서 바다에 대한 그리운 마음을 담아 배 모양으로 집을 지었다고도 해요. 아무튼 이 내륙 한가운데에 '배' 모양의 집이라 특이했어요. 이 집의 이름은 '똥꼬난'인데 또라자 사람들의 종가집으로 쓰이고 있어요. 장례가 시작되면 죽은 이의 몸을 안치해두는 곳입니다.
또라자의 장례는 길고 복잡한데요. 둘쨋날 직접 장례식을 참관하게 되었어요. 마침 지역 유지의 장례식이어서 규모가 대단했습니다. 전통의상을 차려입은 사람들의 행렬이 끊임없이 당도했고, 악사들의 음악 연주도 계속되었어요. 전통악기로 연주하는 장례 음악이 제일 인상적이었습니다. 물소도 열 마리 이상 잡은 것 같아요. 살아있는 소를 그 자리에서 죽여서 저는 시선을 돌렸습니다.
또라자인들의 장례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 해요. 동굴을 파서 죽은 이의 몸을 안치시켜 놓고, 뼈만 남으면 다시 수습하여 의식을 치른다고 해요. 가이드와 함께 또라자 주변 동굴 무덤을 몇 곳 방문했는데, 죽은 이를 상징하는 작은 인형이 무덤에 전시된 모습도 기이했고, 절벽에 받침대를 만들어 유골을 늘어놓은 모습은 으시시했어요.
오히려 또라자의 정글을 트레킹한 것이 훨씬 좋았어요. 숲길에는 굵은 대나무가 많았고, 드문드문 있는 인가 중에서 대장간에서 쇠를 다루는 모습이 신기했어요. 어디나 칼이 필요하니 대장간을 더러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계단식 논농사도 이루어지고 있었고 아이들의 크고 선한 눈망울은 어디나 예뻤습니다.
따나 또라자에서 가장 마음에 남은 풍경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숙소 근처 또라자 성당인데요. 이 산간마을의 거리에 성가대의 고운 화음 소리가 울리니 신비로웠어요. 또라자의 종교는 가톨릭입니다. 몇 백년 전 이 외딴 곳에 선교사들이 어찌 찾아왔는지 신기했어요. 그들에게 신앙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들은 무엇을 위해 이 머나먼 길을 왔을까요.
또라자 성당에는 다른 데서 볼 수 있는 긴 머리의 예수상과 다른, 짧은 곱슬머리의 예수상이 있어요. 또라자 사람들의 얼굴을 닮은, 좀 특이한 예수상이에요. 이스라엘과 로마를 거쳐서 이 동남아 열대의 숲에 도달하면서 예수의 얼굴은 이렇게 달라졌어요. 그 순한 얼굴에는 또라자 사람의 표정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따나 또라자를 떠나 발리로 향하면서 그 예수상의 얼굴이 또라자의 표정으로 마음에 새겨졌어요.
여행 이야기-해외/동남아시아
술라웨시 섬의 독특한 마을, 따나 또라자 / 인도네시아 여행
300x25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