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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시와 음악

두 사람 - 아파치족 인디언

by 릴라~ 2005. 10. 11.



10월 8일, 지난 토요일, 절친한 후배가 결혼을 했다.
한 살 차이라서 후배라기보다는 그저 친구에 가까운 사이다.
식이 있기 이틀 전 갑자기 전화를 해서
결혼식이 좀 더 의미있기를 바란다고
내가 뭐라고 한 마디 인사를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어쩌다보니 축시를 낭송하게 되었다.
지난 십년간 우리의 우정을 간단히 소개한 뒤
아파치족 인디언들의 결혼 축시를 읽었다.

사람들이 감동했다고 해서
신랑도 신부도 너무 좋았다고 해서
나도 무척 행복했다.

결혼식은 그녀의 새출발을 축하하는 동시에
나에게도 지난 십년간 우리가 맺어온 소중한 우정을
추억하는 그런 시간이 되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왔는지
얼마나 많이 함께 울고 웃었는지
화음을 맞춰 함께 부른 노래는 또 얼마나 많았는지

특히 우리가 이십대 중반일 때
대구대교구의 청소년 축제 준비를 도우면서
그 한 달 동안 시내에서 집까지 한 시간이 넘는 길을 걸어오곤 했던 기억들...
내가 사랑을 따라 미국으로 가는 대신에 한국에 남아 있기로 힘든 결정을 내렸고
그녀가 삼년의 고시공부를 결국 포기했던 무렵,
그 힘든 시기를 함께 통과하며 보냈었다.
우리는 그 겨울에 함께 인도로 갔고
함께 마더데레사의 집에서 봉사를 했고
함께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 올랐다.

사랑한다, 친구야.
지금쯤 제주도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
지난 시간 동안의 너의 우정에 감사하고
또한 보다 쉽게 살 수 있는 길이 있었는데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너의 길을 고민하며 보내온 그 십년의 세월에
네가 바친 눈물과 땀에 경의를 표하며
아주 오래 행복하기를 기도할게.

 

두 사람


이제 두 사람은 비를 맞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지붕이 되어줄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춥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함이 되어줄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더 이상 외롭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동행이 되어줄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몸은 두 개지만

두 사람 앞에는 오직 하나의 운명만이 있으리라

이제 그대들의 집으로 들어가라

함께 있는 날들 속으로 들어가라

이 대지 위에서 그대들은

오랫동안 행복하리라


(아파치족 인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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