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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철학, 심리

우리는 왜 어른이 되지 못하는가 / 파울 페르하에어

by 릴라~ 2023. 10. 19.

저자의 전작,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에 비해서는 가독성이 떨어졌지만, 권위에 대한 저자의 관심은 십분 이해할 만하다. 사람들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권위의 역할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권위는 우리가 속한 모든 사회적 관계들을 조율하고 통제하며 사람들의 행동을 일정한 방향으로 이끈다. 

 

현대사회의 많은 문제들은 '경제'를 제외한 모든 전통적인 권위가 힘을 상실했다는 것인데, 저자는 그 전통적인 권위에 절대적 가치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그 권위들도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맥락에 따라 만들어진 것으로 영구히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의 많은 부분은 권위의 상대성을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과거의 권위에 무조건적인 향수를 가질 필요가 없음을 보여준다. 그 권위들은 사람들을 도덕적으로 교화하고 사회를 안정시켰으나 여성을 비롯하여 특정 계층의 사람들에겐 매우 억압적으로 작용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사회적 존재인 우리는 권위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 시대에 새로운 권위가 필요하다고.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관계에 근거해서 그 관계에 맞는 권위적 장치들을 새롭게 발명해야 한다고. 그래야 권위의 부재와 신자유주의적 경제 모델의 지배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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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체제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은 이미 충분히 입증되었다. 사회적 측면에서 신자유주의는 불평등을 심화하고 사람들을 승자와 패자로 나눈다. 이는 건강하지 못할 뿐더러 위험하다. 이데올로기로서 이런 모델은 죄책감과 공포를 일으킨다. 개인에게 끊임없는 위협을 가하고 성공하지 못한 자에게 자책감을 불어넣는다. 오늘날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는 불안장애와 우울증이 그 결과이다.

 

경제 모델로 출발한 신자유주의는 이제 모든 영역으로 세력을 뻗치며 정상의 기준을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정상이란 뜨스이 normal은 규범이란 뜻의 norm에서 파생되었다. 정상적인 사람은 규범을 따른다. 그러지 않는 사람은 멍청하거나, 시대에 뒤쳐졌거나, 정신에 문제가 있다고 간주되었다.

 

이렇게 하여 정체성에 대한 나의 연구는 권위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졌다. 어떻게 고작 두 세대가 바뀐 짦은 시간에 서구 사회의 규범과 가치가 이토록 급격하게 바뀔 수 있었을까? 어쩌다 연대가 듣기 싫은 단어가 되었으며, 욕심이 미덕이 되고, 쾌락이 의무가 되었을까? 이런 변화의 근원에 어떤 권위와 권력이 존재하는 것일까? 그 힘이 과거에 존재했던 권위와 어떻게 다를까? 어떤 변화가 일어난 것일까?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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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양육 과정에서는 자유보다 안전이 우선이다. (...) 요즘 아이들이 예전보다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거칠다는 말은 절반만 진실이다. 자녀의 뚜렷한 자기 주관은, 권위자로서 부모 역할을 확실히 이행하는 것에 대한 부모의 두려움이 만들어낸 결과다. 부모의 두려움은 분명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지만 잘못 이해된 교육 방침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우리는 요즘 아이들도 여전히 어린아이일 뿐이라는 것, 부모는 자녀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 아이에게 얼마든지 발언권을 주되 최종 결정은 언제나 부모의 몫이어야 한다는 것을 잊고 있다. 아이 양육 과정에서 권위를 개입시키면 안 된다는 생각은 큰 오산이다.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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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해야 일자리도 생긴다'라는 만트라는 틀렸다. 현대 경제는 계속해서 성장해왔지만, 그럴수록 점점 더 적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2014년에는 은행들이 수익을 가장 많이 올리는 직원들을 우선으로 해고했던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졌다.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그들의 일을 더 빠르고 더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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