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 년 넘게 해마다 들은 이야기가 있다. 대졸자 취업이 힘들다는 이야기. IMF 직후 대학을 졸업한 나로서는 이후 같은 이야기를 지금까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있다. 물론 가장 어려운 시기는 지금일 것이지만. 특히 이십대 자녀를 둔 분들의 걱정은 산처럼 두텁다. 풍요로운 사회가 되었지만 앞날이 불확실하여 생존에 대한 걱정은 더욱 커져만 간다.
이런저런 걱정거리들을 주변에서 듣는 요즘, 그 걱정을 넘어설 수 있는 건 신앙 뿐이라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된다. 신앙심이란 신이라는 절대자를 믿느냐 마느냐 그런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신앙이란 삶을 고단한 생존투쟁으로만 여기지 않는 것이다. 사회에서 자리를 잡기까지 힘겨운 날들은 많지만 근본적으로 삶을, 주어진 이 시간을 선물로 여기는 것, 살아가는 일을 신의 축복으로 여기는 것, 그것이 신앙의 본질이 아닐까 했다.
삶을 선물로 여길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을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링에 올라 고군분투하는 불행한 선수로 여기지 않게 된다. 삶을 성공 혹은 성취의 측면에서만 평가하지 않게 된다. 삶의 다양한 지층을 탐험하고자 눈을 반짝이는 탐험가의 마인드를 되찾을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신앙이란 그런 것이다.
(며칠 전 중산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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