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경산 이마트 부근을 지날 때였다. 코끝을 찌르는 장미 향에 놀라 향수인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세상에, 붉은 장미가 여기저기 피고 있었다. 11월 초까지 이어진 이상 고온에 계절을 착각하고 이 세상에 나온 꽃들이었다. 오렌지빛으로 물들어가는 단풍잎 사이로 피어난 장미꽃도 일품이었지만 어떤 나무는 아직 푸르디 푸르러서 사진만 보면 6월인 줄 알겠다.
그것도 잠깐, 그저께부터는 한겨울 날씨가 찾아왔다. 예년보다 훨씬 고온이더니 또 예년보다 훨씬 추운 날씨다. 사흘째 되는 오늘, 이제 조금 적응이 되어 추위가 덜했다.
움직이는 동물과 달리 식물의 변화는 느리고 미세하지만 계절에 반응하는 모습은 급진적이고 경이롭다. 비록 계절을 잘못 선택해 곧 서리를 맞을 장미지만 언제든 꽃필 준비를 하고 있다가 날씨가 따뜻해지자 이때구나 막 피어나는 모습이 놀랍고 기특하다. 나 여기 있어, 소리 없이 외치는 세상에서 가장 강렬한 외침이다.
이 세상에 들려줄 내 목소리는 무엇인지 11월의 붉은 장미를 보며 생각한다.
나팔꽃은 아직 한창이다. 대구자연과학고 옆길에서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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