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격언,
중고딩 때 들었을 때는 뭐 당연한 말 아닌가 했다.
예술 작품은 삶보다 오래 살아남으니 그저 당연하다고만 생각했다.
그뿐이었다.
중년을 통과하는 지금 그 말은 내게 전혀 다른 무게로 다가온다.
시간은 모든 걸 사라지고 흩어지게 만든다.
그 무상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시간을 이기고 시대를 이기고
역사 속에 혼을 가지고 생생하게 살아남는다는 것,
그건 정말이지 위대한 것이다.
한 사람의 전생애는 그 삶이 어떤 것이든 그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지만
그 모든 삶은 시간 속에서 사라져야 하는 운명을 갖고 있다.
그런 폭력적일 만큼 도도한 시간의 물결 속에서
세대를 거듭해 다시 읽히고 연주되고 회자될 수 있는 것,
그래서 역사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살아남는 것,
위대한 예술만이 가진 힘이다.
그 작품이 간직한 거스를 수 없는 아름다움과
인간의 삶에 영감을 주는, 시간이 훼손할 수 없는 가치 때문이다.
스메타나의 몰다우는 고등학교 음악 듣기평가 때 처음 들었다.
20곡의 주선율을 외워서 듣고 맞추는 시험이었는데
몰다우는 그 20곡 중에서도 처음부터 강렬한 아름다움을 준 작품이다.
마음 속으로 형언할 수 없는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을 느꼈던 작품.
지금은 다시 들어도 그 정도의 신비로움은 느껴지지 않지만
오늘 문득 천을산 하산길에 '몰다우'가 듣고 싶어서 이어폰을 꽂았다가
아예 '나의 조국' 전곡을 다 듣자 해서 다시 틀었는데,,, (몰다우는 '나의 조국' 중 2번이다)
6곡 중 1번 비셰르라트 첫소절이 나오자마자 울컥 했다. 아무 이유 없이... 그저 곡이 너무 아름다워서...
마스터피스다. 이런 음악을 가진 프라하는 행복한 도시다.
우리나라 예술 중 이런 마스터피스를 꼽으라면
역시 일제강점기 시다. 윤동주, 백석, 이육사, 한용운, 정지용...
소설 작품도 좋은 게 많지만, 위의 시만큼 마스터피스는 아니다.
어떤 외국 시 작품도 우리 민족시인의 깊디 깊은 감성은
따라잡지 못할 듯 싶다.
왜냐하면 그 시들은 시대를 깊이 아파하는 것들이기에...
인간성의 어떤 고결함의 절정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몰다우를 들으며 윤동주와 백석과 이육사, 한용운, 정지용을 다시 생각했다.
https://youtu.be/ae3awa-JgiA?si=4QVuagoZ7tVEqL-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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