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내가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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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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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나서 한참 울었다.
사진에 순교한 작가, 김영갑. 제주에 미쳐 혼신의 힘을 다해 제주를 찍다가
훌훌 이어도로 떠난 사람...
욕망으로 미쳐 돌아가는 세상에
이토록 투명하고 눈부신 영혼이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가난과 궁핍을 감내하며 오직 필름에만 미쳐 보낸 마흔 여덟의 생애.
루게릭병과 싸운 마지막 6년의 몸부림.
그리고 보는이의 마음을 한눈에 사로잡는 그의 사진.
제주의 오름과 바다와 하늘과 들판을 찍은 그의 사진에는
그 전부를 미치도록 사랑했던, 그래서 마침내 그 모든 것과 닮아간,
아름답고, 눈부시고, 고독하고, 광활한 그의 내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특별한 사진 마다마다에는 휘몰아치는 제주의 바람이 불고 있었고
그것이 내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그가 자연 속에서 느낀 황홀경이 사진 속에서도 살아서 춤추고 있었다.
그의 생애 막바지는,
살았지만 이미 육신의 껍질을 벗어버리고
영혼만이 남아 존재하는 것 같았다.
진정한 예술가이자 참된 구도자.
자연의 신비에 온전히 몰입되어 마침내 자연의 정령이 되어버린 사람.
그가 뼈를 깎는 고통과, 특별한 시선으로 잡아낸 순간순간들을 통해서
여태 알지 못했던, 신비롭고, 아름다운 제주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다시 제주에 가게 된다면, 불어오는 바람결 속에서 그의 존재가 느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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