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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에세이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 - 스티브 도나휴

by 릴라~ 2005. 11. 19.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
카테고리 자기계발
지은이 스티브 도나휴 (김영사,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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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눈길을 끌어서 읽게 된 책이다. 사막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지 꽤 오래 되었다. 아주 오래 전, 친구가 여행 중에 사막 캠핑에 참가한 남아공 사람을 만났는데, 사막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오직 자기 존재만이 느껴지더라고, 낮에는 방향을 찾기 어려워 밤에 별을 보며 이동했노라고, 아주 놀라운 경험이었다고 말하더란다.


   그 이야기를 들은 이후로 사막은 내 가슴속 한 부분을 차지해왔다. 시간이 정지한 듯한 그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태초의 시간 속에 젖어들고 싶었다. 지평선 위로 뜨는 별도 보고 싶었다. 물론 사막은 그런 낭만적인 곳이 아니라 실제로는 온갖 위험으로 가득차 있지만. 모로코의 사하라 사막은 너무 멀어서 몽골의 고비 사막 여행을 계획했지만 아직 실천에 옮기지는 못하고 <돌아올 수 없는 사막 타클라마칸> 같은 책을 읽으며 대리만족을 하고 있던 중 사막에 관한 또 한 권의 책을 만났다.


   산과 사막은 인류의 가장 강력한 상징물이다. 이 책의 저자 스티브 도나휴는 스무 살에 사하라 사막을 종단하게 되고 그 때의 체험은 그의 이후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는 사막으로부터 얻은 영감을 자신의 삶에 적용했고 이제 그 지혜를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그는 인생이 산을 오르는 게 아니라 사막을 통과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산은 정상이 어디인지, 거기까지 어떻게 도달하는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알 수 있지만 이혼이나 실직, 투병 같은 메마른 인생의 사막에 떨어졌을 때는 과연 그 사막이 언제 끝이 날지, 어떻게 헤쳐가야 할지 막막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산을 오르는 것과 같은 목표지향적인 사고를 버리고 사막 여행자의 규칙을 알아야 인생의 사막을 통과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가 말하는 사막 여행자의 규칙이 특별히 새롭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이 책이 매력적이고 또 재미있는 까닭은 이 책이 지닌 은유의 힘 때문이다. 사막은 삶에 대해 놀랍고도 풍부한 은유를 전해주었다.  왜냐하면 우리 삶은 산을 오르는 것처럼 늘 목표가 분명한 것이 아니라 사막에 갇힌 것처럼 정체되거나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경우가 더 많기때문이다.


   저자는 사하라에서 갑자기 도로가 뚝 끊어지거나 차가 모래에 갇혀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  국경수비대의 위협 등을 물리쳐가며 결국 끝이 보이지 않는 사하라 사막을 통과하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삶의 사막을 무사히 건너는 규칙을 제시한다.


   지도가 아니라 내면의 나침반을 따라가라고, 오아시스를 만날 때마다 쉬어가라고, 모래에갇히면 타이어에서 바람을 빼라고, 혼자서 또 함께 여행하라고, 캠프파이어에서 멀어질 줄도 알라고, 허상의 국경에서 멈추지 말라고.


  그리고 때로는 신기루를 좇아가는 것이 진정한 오아시스를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그것이 신기루일 수 있음을 염두에 둔다면.  갖가지 모험 끝에 사하라 종단을 끝마친저자는 뜨거운 샤워로 여행을 마감하는데 우리 삶에도 하나의 사막이 끝났음을 알려주는 샤워와 같은 표지가 있다. 그 표지를 알아보고 또 새로운 여행을 시작하라고 말한다.


   사막을 건널 수 있는 방법은 사막 안으로 더욱 깊숙이 들어가는 것 외에 없다. 사막에서는 지도 대신 나침반이 필요하다. 우리가 목적지를 잃고 삶에 사막에 떨어졌을 때 우리를 이끌어주는 것은 내면의 나침반 즉 방향 감각이다.


   삶에 대한 멋진 은유로 가득찬,  저자의 사막 여행에 동행하는 즐거움을 주는, 또한 지난날 내가 겪어온 삶의 사막을 돌아보게 하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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