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바람이 불면 바람을 맞는다.
그것을 속에 담아두지 않는다.
흘려보내고 또 새로운 순간을 맞이한다.
비도 바람도 한겨울 추위도 자연의 피부에 흔적을 남길 뿐,
자연은 고통을 자기 안에 쌓아두지 않는다.
그들 존재의 중심은 언제나 변함없는 생명력일 뿐...
그들에게도 기억이 있지만
그것은 그들의 피부에 쌓이는 주름일 뿐...
우리의 모든 경험도 우리 피부에 흔적을 남기는 것이 아닐까.
피부에 켜켜이 지층으로 남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발레리는 이렇게 말한 것이 아닐까.
피부야말로 가장 깊은 것이다... 라고.
피부 아래엔 아무 것도 없다. 아니 오직 있는 것은
그 모든 지층으로부터 자유로운 가슴이다.
하늘만큼 넓은 가슴, 빈 가슴이 우리 안에 존재한다.
우리 가슴은 언제나 온전하다.
우리 존재의 근거지가 있다면, 만일 그런 것이 있다면
그것은 머리도 두 발도 아닌, 가슴일 것이다.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것,
정신과 육체를 연결하는 것.
존재는 가슴으로 말한다.
꿈결 같은 반나절이 지나자
올레 8코스가 끝이 나고
평화로운 대평리 마을이 눈앞에 나타났다.
*걸은 날. 2009.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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