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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역사, 인물

마르크스 프로이트 평전 | 에리히 프롬

by 릴라~ 2005. 10. 5.

 

이 책은 프롬이 '사상적 자전'이라고 말했듯이, 프롬의 다른 어떤 책보다 프롬 자신이 생생하게 드러난 책이다. 그는 마르크스와 프로이트로부터 큰 영감을 받았는데, 그 까닭을 어린 시절의 몇 가지 중요한 계기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즉 이 책은 프롬의 눈을 통해 본 마르크스와 프로이트에 대한 이야기이다.

마르크스와 프로이트의 공통점으로 프롬은 세 가지를 든다. 회의, 진실의 힘, 휴머니즘 바로 그것이다. 양자 모두 그 시대의 지배적 이데올로기에 의심을 품고 있었고 무언가 중요한 사실이 감추어져 있다고 생각했다. 마르크스는 사회, 경제적 구조를 기본 현실로 보았고, 프로이트는 개인의 리비도에 주목했다.

이 두 사람은 우리를 둘러싼 환상이 깨어지고 진실이 드러나기를 바랐다. 마르크스는 인간을 소외로부터, 경제적 예속으로부터 해방시키려 했고, 프로이트는 환자가 무의식을 의식화하여 자기의 비합리성을 극복하기를 바랐다. '이드가 있는 곳에 자아가 있게 하라'고 말한 프로이트의 의도는 개인의 '자각'을 통해 자기의 의식적 사고에 깃든 허구를 알아보고 진정한 현실에 눈뜰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를 바라보는 시야는 마르크스가 프로이트보다 훨씬 넓지만, 마르크스에게 진실은 사회 변혁의 무기이며 프로이트에게 진실은 개인적 변혁을 불러일으키는 무기로서, 이 두 사람 모두 인간이 환상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롭게 행동하기를 소망했다.

인간적인 것이면 그들에게 무연한 것이 없었다. 프로이트는 인간들이 모두 무의식적 충동을 공유하고 있으며 여러 모순되는 에너지를 안고 있다고 보았다. 인간을 보편적 관점에서 바라보았으며, 자연적 충동을 옹호하고 이성이 이들을 제어한다는 이상을 갖고 있었기에 휴머니즘적이다. 마르크스의 사회학 역시 사회를 모순되는 힘으로 얽힌 구조물로 보았고, 소외되지 않은 인간의 완전한 개화를 이상으로 삼았으므로 휴머니즘 전통을 구현하고 있다.

프롬은 이 두 사람이 많은 부분에서 오해되었다고 생각했는데, 프로이트에게 인간은 서로 모순되는 여러 힘에 의해 움직이는 존재이지, 단지 성욕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존재는 아니라고 했다.

마르크스는 더욱 심하게 왜곡되었으며, 이 왜곡은 '유물론'이라는 말에서 비록되었다고 보았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물질주의자'와 '이상주의자'란 말과 철학 용어인 '유물론'과 '유심론'은 전혀 다른 뜻을 갖는다는 것이다. 마르크스의 '사적 유물론'은 실재하는 것은 물질이지 관념이 아니라는 뜻으로 있는 그대로의 현실에서 연구를 시작하자는 것이지 자유, 정의, 진리가 가치 없다는 뜻은 아니다. 기계적 유물론의 반대이다.

그는 사회주의 사회를 통해 인간의 힘이 자유롭게 깨어나기를 바랐다. 풍부하게 '갖는' 인간이 아니라 '풍부한' 인간이야말로 진정 성숙한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프롬은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인간의 진화와, 개인의 동기, 병든 사회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이 두 사람을 고찰한다. 프로이트에 대한 몇몇 개념은 지금은 폐기되었지만, 그는 당시 터부시된 성을 공론화했고 인간의 무의식을 들여다보았다는 점에서 현대 사상에 기여를 했다.

배타적 유대주의 및 양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프롬은 인류 보편의 이상이 구현된 '하나의 세계'를 꿈꾸었다. 각성한 개개인이 완전한 인간이 되어 인도주의적인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는 비전을 가졌다. 인류는 지금까지 한 번도 이 목표에 도달할 수 없었지만, 다가올 세상은 '인간의 시대'이기를 소망했다.

마지막 장 '나의 신조'는 프롬의 가치관, 인생관을 집약해서 보여준다. 그는 인간의 완전성을 믿었고 인간을 자기 파괴로부터 구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은 이성이라고 믿었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모두 미래를 해결할 수 없으며 민주적이고 지방분권적인 사회주의가 휴머니즘을 개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프롬은 오늘날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전쟁과 평화이며, 인간이 지구의 온 생명과 문명의 가치를 파괴하려는 위험에 처해 있으므로 이 위험에 눈뜨는 것이 지상명령이라고 보았다. 그의 마지막 말은 여운을 남긴다. '우리가 당장 각성할 수 없다면, 이 목표에 도달할 수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그래서 20세기 전반의 사회와 인간을 고뇌한 프롬의 사상은 지금도 현대적인 의의가 크다. 그의 문제 의식은 지금의 절박한 상황을 예언하고 있으며, 그가 모색한 미래는 우리가 갈 길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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